좋아하는 것과 밥벌이의 상관 관계
아이에게 그림책을 자주 읽어주다보니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된다. 그림에 재능이 1도 없고, 그림책을 보면서도 정말 내 눈을 사로잡는 그림이 아니면 그림보다 글에 집중하는 사람이면서도, 이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작은 환상이 있는 것 같다. 어느 정도 생활이 영위될 정도의 수입이 있는다 칠 때, 다른 직업들에 비해 왠지 직업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보는 장르이지만 어린이들과 그래도 제일 가까운 장르이기에 맑고 즐거운 느낌 곁에 내내 머물 수 있어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림그리는 걸 좋아하고, 아이들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짓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면 찰떡이 아닐까 싶다.
최근 읽은 이수지 그림책 작가님의 에세이, <만질 수 있는 생각>이 너무 좋아 평소 미니멀을 외치는 나는 이번에도 미니멀에 졌고, 또 한 권의 책을 집에 들였다. 이 작가님이 그런 분이셨다.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사는 게 즐거운 분.
이 작가님 뿐일까. 노래를 잘하는 가수, 무대에서 행복해보이는 사람, 연기가 한껏 물올라 경지에 오른 배우, 일타 강사 저리 가라할만큼 잘 가르치고 학생들을 좋아하던 학창시절 선생님, 반짝거리는 눈으로 즐겁게 손님들을 대하는 동네 카페 직원..
자기가 하는 일에 푹 빠져 즐겁게 사는 사람들을 볼 때, 기분좋은 자극을 받는다. 그리고 그 자극 뒤에는 늘 ‘나는?‘하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번 생에 그럼 나의 樂은 뭔가.‘하고. 여전히 헤매고 있고 명확히 그림이 그려지는 건 아니지만 늘 책, 글, 사람. 이 세가지 글자가 내 인생에 핵심 단어인 것 같다. 이것들로 돈벌이까지 안되더라도 그냥 했을 때 즐거운 것만으로도 어딜까 싶다. 책읽기, 글쓰기는 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니 더 말할 것도 없고, 사람은. 사람은. 많이 미워도 하고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며 살았지만, 그래도 나는 사람이 필요하다.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세상에 나만이 존재한다면, 크게 의미가 있을까.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과 손잡고 싶고, 나누고 싶고, 돕고 사랑하며 살고 싶다. 그 방식이 책과 글을 통해서가 아니어도 된다. 책과 글은 하면서 이미 너무 좋은 것들이라, 이미 내게 즐거움을 충분히 주는 것들이므로. 책읽기, 글쓰기. 둘 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데 이 혼자서 하는 작업인 책읽기와 글쓰기, 누군가가 읽음으로써 완성되는 작업들이다. 혼자할 수 있는 작업인게 맞으면서 실은 최소 나 아닌 한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일. 이렇게 혼자 할 수 있처럼 보이는 것 같은 작업도 사실 나혼자서만으로 온전히 완성되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나 사람이 필요하다. 온기를 나눌 사람, 들어줄 사람, 사랑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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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이 참 좋은데 이걸로 돈을 벌 능력과 자신은 내게 없는 것 같아, 하고 말하는 내게 남편은 이따금 말한다.
"뭔가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멋진 것 같아. 내 주변에 여보처럼 뭔가를 되게 좋아해서 꾸준히 하는 사람은 잘 못 봤어. 그걸로 돈을 꼭 안 벌어도 돼. 좋아하는 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거야 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