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마흔 된 이의 '노화에 대하여'
노화라는 걸 몸으로 체감한 건 서른 초반 즈음이었던 것 같다. 다른 건 몰라도 피부 하나는 보는 사람들마다 좋다고 얘기할만큼 꽤 괜찮았는데, 서른 초반 즈음 되니 그런 얘기를 듣는 일이 확연히 줄어갔다. 그 시기 즈음 대학 때부터 친하게 지낸 동생들이랑 어느 날 만나서 노는데, 동생 한 명이 세상 슬픈 표정으로 내볼을 보며 하는 말. “훙.. 언니 뽈따구 모찌모찌였는데 이제 탄력이 별로 없어 슬퍼요.” 그 얘기를 듣는데 나도 더 슬펐던 기억 ㅎㅎㅎ 진짜 그랬다. 서른 초중반이 되니 피부의 탄력이 조금씩 떨어졌다. 그 정도면 다행이었다. 서른 중반 즈음 되니 입가에 팔자주름이 서서히 생기더니 지금은 아주 그냥 제대로 선명하다. 그 뿐이랴. 다이어트를 해도 예전 다이어트할 때보다 식사량을 확 줄여도, 이리저리 몸부림을 쳐도 이젠 쉽사리 몸무게가 잘 빠지지 않는다. 이게 진짜 나잇살인건가. 내 몸에 오래 자리잡고 있던 시간만큼 나가는 것도 쉽게 나가지 않는 것인가보다.
올해 예전 한국 나이로 4자를 단 나. 만으로는 아직 삼십대라며 가는 시간을 붙잡아보려 마지막 발악을 해보지만 기분은 확실이 40대에 들어선 것 같다. 팔자주름, 나잇살, 피부탄력저하.. 이것들과는 그럭저럭 그래도 지낼만했다. 올해 흰머리라는 강적을 만나기전까지..! 사람에게 흰 머리가 이렇게 빨리 난다는 걸 왜 그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나요... ㅎㅎ 이런 얘기를 토로하니 친한 친구 한 명은 일찌감치 한달에 한번 셀프로 염색을 한지 꽤 됐다고 말하는 거였다. 거울을 보며 염색약을 바르는 그 심정, 참 서글프더라면서. 전체 염색을 해야될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올해 초부터 군데 군데 속속들이 흰머리들이 속출하고 있다. 띄엄띄엄 조금씩 나, 전체 염색을 하기에도 애매해 한번씩 뽑아버리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안그래도 출산 후 적어진 머리숱에 속이 쓰리다. 나도 전체염색을 해줘야하는 시기가 머지 않았으리라. 늙는다는 건 이렇게 귀찮은 게 많이 생기는 거구나 싶다.
눈치없이 변하는 몸과 달리, 나이는 마흔이 되었는데 정말, 마음은 딱 한 스무살 같다. 많이 본다해도 서른. 시간이 가는 것만큼, 몸이 변하는 만큼 마음은 왜 이리 따라가지 못하고 아직도 그 옛날 어린 시절에 머물러있는걸까. 내 몸은 하루 하루 늙어갈텐데, 매일 거울을 마주칠때마다 늙은 내 모습을 싫어하게 된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싫을 것 같은데. 계속 이런 마음 상태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불쑥불쑥 든다.
아주 가끔, 나이가 꽤 있는 분들 중 멋진 분들을 볼 때가 있다. 어쩌면 나이가 들었기에 나오는 멋이란 것도 있는 것 같다. 젊고 어린 청춘의 활기와 풋풋함과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는 중년, 노년분들이 가질 수 있는 멋. 생각해보면 내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멋쟁이’분들이 피부관리를 잘했다고, 몸매관리를 잘했다고 멋있다고 느끼는 것도 아닌데, 타인에게 대하는 태도, 살아가는 자세, 생각이 멋있고 섹시한 사람들을 멋지다고 생각하는데. 온몸으로 살아내고 깨달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온 몸으로 뿜어내는 이들. 건강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나는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나는 피부가 쳐졌다고, 뱃살이 늘어났다고, 흰머리가 났다고 슬퍼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십 대에는 이십대의 매력이, 삼십대는 삽십대의 매력이, 사십대는 사십대의 매력이 있을 것이다. 오십, 육십.. 그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며. 나이를 거부한다고 할 수 있다면 거부해볼 수도 있을테다. 허나 그건 불가능하기에,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 속속들이 출몰하는 흰머리에 아직 당황하는 초보 사십대인 나, 내년엔 내 후년엔 조금씩 점점 더 이 흰머리 친구와 친해져봐야할텐데. 내가 멋있다 느끼는 건 겉이 아니라 속이듯이, 남들에게는 그렇게 느끼면서 스스로한테는 겉으로 자꾸 위축되고 속상해하면 안되지. 근데.. 그럼에도 아직은.. 늙음이 싫다..! 그런데, 이 늙음을, 나이듦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이에 걸맞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늙어가고 싶다. 늘어나는 주름만큼 지혜도, 마음도 깊어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본다.
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