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13살>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아무리 13살이어도 애는 애지?"
답이 정해져 있는 듯한 그 질문에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만보자... 그러니까 그 녀석들이 애는 애인가...?
교실에서의 대부분의 순간들에는 그렇습니다. 초딩은 초딩이에요. 듣자마자 속이 울렁거리는 유행어들을 남발할 때 그러하고요, "저 좀 보세요~"라고 내뱉지만 않았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관심을 끌려할 때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애'라고 단정짓기엔 너무 거대하기도 합니다. 얼마나 거대하냐면 얼굴이 익숙하지 않은 다른 반 13살에게 깍듯하게 인사를 한 적도 있어요. 지나가는 학부모인줄 알고요.
녀석들의 거대함은 다른 학년과 함께 있을 때 빛을 발합니다. 전담실 가는 길 우연히 마주치는 저학년들은 그야말로 '애'입니다. '아오 귀여워~' 하며 이빨이 가려울 때쯤 뒤를 돌아 13살들을 보면 순식간에 가려움이 사라집니다. 13살들에게 미미하게 남아있는 귀여움은 온 얼굴에 덕지덕지 붙어서 도무지 숨길 수가 없는 저학년의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하더라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저 거대한 녀석들을 너무 애처럼 생각했나?, 조금 더 존중해줄 필요가 있으려나? 하찮은 자기 반성에 이르려다가도 "킹받쥬? 어쩔티비~"하며 서로를 놀려대는 모습들을 보면 아까 울렁였던 속이 다시금 울렁거리기 시작합니다. "쌤 나가서 피구하면 안돼요?" 땡깡 부리는 모습을 보면 미미하게 남아있던 귀여움들이 한톨 한톨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아오 그럼 그렇지.
다음 주에는 학부모 총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좋은 만남을 위해 ppt자료를 만드는 중인데요. 가장 힘을 실은 문구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린아이 취급하지 말고 어른으로 착각하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