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서클과 팬다
아무도 물은 적 없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작가란 안물안궁을 버텨내야 하니까요.^^
바로 판다 캐릭터 탄생 비화!입니다.
‘나’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어요. 보는 이를 무장해제 시키는 마성의 캐릭터(?)를 말이죠.
그간 들어왔던 닮은 꼴 동물들을 떠올렸습니다.
시츄를 애지중지했던 날들 속 “시츄가 시츄를 키운다.”라며 놀림을 받았던 그때 그 시절의 별명, 시츄가 1번이었고요.
시원하게 뻗어있는 앞니 덕에 몇 번 들어봤던 토끼가 2번이었어요. 사실 제일 마음에 드는 별명이에요. 왠지 모르게 귀엽잖아요?
하지만 “아 어쩔 수 없다.”라고 두 손 두 발 다 들며 결정했던 것은 순위 99번째 정도에 있던 판다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들었던 말이 있어요.
“어머, 다크서클이 왜…”
어린애가 왜 벌써부터 다크서클이 이렇게 심하니?를 감추지 못하고 표정으로 드러내 보이던 어른들은 제 옆에서 손을 잡고 서 있는 3살 터울의 언니 얼굴을 보곤, 모든 것을 납득해 버리곤 했습니다.
‘아. 그냥 유전이구나?’ 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생각해요. 귀로 듣지 않아도 알게 되는 마음이 세상에는 많이 존재하니까요.
네 맞습니다. 그냥 태초부터 이랬어요. 아무리 많이 자도, 남들이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 보라보라 한 다크서클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저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어제 잘 못 잤어요? 피곤해 보이시네요.”하고 묻는 일이 예사입니다. 그럴 때마다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잘 잔 게 이 정도입니다^^”라고 말하며 깜찍한 허세를 부려보기도 합니다.
“어제 잘 못 잤어요?”라는 질문에 “네 거의 못 잔 것 같아요.”라고 답하게 되는 날에는 감사하게도 많은 이들의 걱정을 받을 수 있어요. 눈 밑에서부터 턱 끝까지 그야말로 검게 물들어 버리니까요. 마치 화선지에 잘못 떨군 먹물 방울들처럼요. 지인한 검은색. 그게 제 눈두덩이 밑에 자리합니다. 그리하여 저는 판다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판다”를 “팬다”로도 부를 수 있음이 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제 남자친구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죽고 싶어? “인데 그것과 결을 같이 하니까요.
”오빠. 한 번 더 하면 진짜 팬다? “
적고 보니 “죽고 싶어? “보다 오히려 수위가 더 약해졌네요. 허허.
제 남자친구는 추성훈과 근육량이 똑같고 별명이 마동석 동생이니 진정하시고 깜찍한 허세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무도 물은 적 없는 얘기가 자꾸 길어지는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궁금해하지 않을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모쪼록 판(팬)다를 많이 사랑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