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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란 Jul 07. 2024

더 이상
심장이 쫄깃쫄깃하지 않았다

때론 상쾌한 - 노란쌤의 생각 청소 

“맞춤 수업 강사의 개인 사정으로 수업 취소 안내를 교사 팝업 메시지로 급히 보내다 보니, 

     그 사이 철수와 순이가 맞춤수업교실로 가버렸는데, 

다시 자기 반 교실로 안 돌아왔다네요.”     


동학년 선생님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철수와 순이였다. 


마침 교과전담시간이었던 나는 이 소식을 듣고, 

   교장쌤과 업무지원팀쌤들과 함께 그 친구들을 찾아 학교 곳곳 구석구석을 살폈다.     


그들은 학교 밖으로 나갈 정도로 담이 큰 친구들은 아니어서 마음은 불안하지 않았지만 

머리는 계속해서 생각을 키우면서 불안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그 순간 우리 반 친구들과 관람했던 ‘인사이드아웃 2’의 ‘불안 시나리오 생산소’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다행히 장난하고 싶어서 책상 사이에 숨은 두 친구를 40분 안에 찾을 수 있었고, 

점심시간 두 친구의 담임선생님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제가 철수를 잘 알잖아요. 

철수는 잠깐 놀다가 곧 교실로 올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걱정하지 않고 수업했네요.”     


그랬다. 

모르면 걱정되고 두렵다. 

알면 두려울 것이 없다. 


매일 아침 학교 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 내가 되뇌는 

    ‘모르면 두렵고, 알면 겁낼 일이 없다’는 바로 그 메시지였다.     


우리 학교 앞 주차장에서 뒤 주차장으로 가려면 차 한 대만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너비의 통로를 거쳐야 했다.     

“양쪽 벽에 차가 닿을 것 같아서 아슬아슬한데요. 

통로를 넓힐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심장이 쫄깃쫄깃, 진땀이 나던데요. 

그동안 긁힌 차들 없었어요? 혹시 긁힌 차들이 있는데, 말을 하지 않은 것을 아닐까요?”     


말했던 내가 바로 두 번째 출근부터 편안한 마음으로 그 통로를 운전하고 있었다.


너비를 가늠하고 나니,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이 길은 단지 좁은 길일뿐이었다. 

더 이상 심장이 쫄깃쫄깃하지도 않았다. 

  알면 두려울 일이 없었다.      


알고 대비하지는 의미가 아니다. 

단지 정확하게 알고만 있어도 된다. 

안다는 것은 기꺼이 수용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기꺼이 수용하면 그 무엇도 두려울 것이 없다.


 feat.  정석 작가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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