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생수 하나, 모든 게 어긋났다

고객 접객 의전의 중요성

by DOPDA

회의실에 생수가 놓여 있었다.

투명한 페트병. 눈에 띄는 라벨. 익숙한 브랜드였다.

상대 회사 임원이 회의실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아 생수를 봤고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회의는 시작됐다.

안건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며, 장시간의 회의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상대 임원은 생수를 마시지 않았다. 아니 뚜껑 조차 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상대 측 실무자가 우리 담당자에게 조용히 말했다.

"실례지만, 저희 그룹이 어떤 사업을 하는지 아시죠?"

"네, 물론입니다."

"그럼 오늘 회의실 생수는..."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가 놓은 생수는, 그들의 경쟁사 제품이었다.




한 국내 유통사가 대형 식품 그룹과 입점 협상을 했다.

장소는 유통사 본사 회의실.

테이블에는 생수, 커피, 다과가 준비돼 있었다.

식품 그룹 구매팀장이 들어왔다. 자리에 앉으면서 테이블을 봤다.

생수 브랜드를 확인했다. 경쟁사 제품이었다.

커피도 봤다. 경쟁사 계열 브랜드였다.



구매팀장은 아무 말 없이 회의를 진행했다.

유통사는 입점 제안을 설명했다. 조건도, 마진도, 판촉 계획도.

구매팀장은 조용히 들었다. 질문도 몇 개 했다.

하지만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회의가 끝나고, 구매팀장이 수행원에게 말했다.

"저 회사, 우리랑 일하고 싶다면서 왜 경쟁사 제품만 쓰고 있어?"

수행원이 답했다.

"아마 몰랐을 수도..."

"몰랐다는 게 더 문제지. 우리 그룹이 뭐 하는지도 모르고 제안하러 온 거잖아."



2주 뒤, 입점 협상은 무산됐다.

유통사 담당자는 나중에 다른 경로로 들었다.

"그 팀장님이 그러시더래요. 회의실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분이 이상했대요. 테이블에 경쟁사 제품만 있더래요."




회의실 준비는 단순한 접대가 아니다.

상대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생수 하나, 커피 한 잔, 다과 하나. 그게 다 메시지가 된다.



문제는 몰랐다는 게 아니다.

몰랐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같이 일하려는 회사가 무슨 사업을 하는지, 누구와 경쟁하는지.

그걸 모른 채 회의실을 준비했다는 건, 상대를 제대로 안 봤다는 뜻이 된다.



기준은 간단하다.

상대 회사가 만드는 제품, 경쟁하는 제품을 확인하라.

식품/음료 그룹 → 생수, 커피, 과자 확인

전자 그룹 → 노트북, 프로젝터 확인

유통 그룹 → 문구, 다과, 생필품 확인

확신 없으면, 브랜드 없는 제품으로 가라.

무라벨 생수, 소규모 브랜드, 자사 제품.



생수 하나가 계약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대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는 바꾼다.

그날 문제는 생수 브랜드가 아니었다.

상대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회의실 테이블 위에, 그 신호가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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