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편한 옷, 불편한 자리

TPO에 맞는 복장 에티켓

by DOPDA

한 국내 IT 기업이 일본 투자사와 투자 유치를 목적으로 자리를 가졌다.

한국 측은 대표, 부대표, 실무자 3명이 참석했다.

대부분 정장. 하지만 실무자 한 명은 달랐다.

체크무늬 셔츠에 치노 팬츠. 스니커즈.

일본 투자사 파트너가 회의실에 들어왔다.

시선이 가장 먼저 간 사람은, 그 실무자였다.



회의는 시작됐다.

한국 대표가 회사를 소개했고, 부대표가 사업 계획을 설명했다.

그런데 일본 파트너의 표정이 미묘했다.

말은 들었지만, 시선은 계속 그 실무자쪽으로 갔다.



회의가끝나고, 일본 파트너가 수행원에게 조용히 말했다.

"저 회사, 오늘 우리 접견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지? 저렇게 편하게 입고 와도 되는 자리인가?"

수행원이 답했다.

"아마 IT 회사라서 그런가 봅니다."

"IT 회사여도, 투자 검토 자리인데."



3주 뒤, 투자는 성사되지 않았다.

한국 대표는 나중에 다른 경로로 들었다.

"그 파트너가 그러더라고요. 옷 하나로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옷에서 느껴졌대요."



복장은 개인의 선택이다.

요즘은 캐주얼이 대세고, 많은 회사가 자유복장을 택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자리에서는 옷이 태도를 설명한다.

이 자리를 어떻게 보는지,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하기 전에 이미 전달된다.



판단 기준은 하나다.

이 자리가, 상대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 회사는 원래 자유복장이에요"는 변명이 안 된다.

오늘 자리는 우리 회사 내부 회의가 아니니까.



옷이 계약을 바꾸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자리를 어떻게 보는지,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바꾼다.



그날 문제는 옷이 편했던 게 아니었다.

상대를 편하게 본 것이었다.

비즈니스에서 복장은 패션이 아니다.

존중의 언어다.

그리고 그 언어는 생각보다 정확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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