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30분을 기다리게 만들었는데, 사과는 없었다

시간 준수 에티켓

by DOPDA

약속 시간은 오후 2시였다.

1시 50분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안내를 받고 접견실로 올라갔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담당자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



2시가 됐다.

2시 10분이 됐다. 담당자에게 연락을 해도 받지 않았다. 밖에 있는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기다려 보세요."라는 말 뿐...

2시 20분. 아무도 오지 않았다. 안내도 없었다...

2시 30분쯤, 문이 열렸다.

상대가 들어왔다. 악수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사과는 없었다.

"오늘 안건이 뭐였죠?"

회의는 그렇게 시작됐다.



회의 자체는 잘 진행됐다. 우리는 준비한 내용을 설명했고, 상대는 잘 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날 회의 내내, 묘한 불균형이 느껴졌다.

우리는 설명하는 쪽이었고, 상대는 들어주는 쪽이었다.

질문은 있었지만 깊지 않았고, 관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이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동료가 말했다.

"30분 기다렸는데, 미안하다는 말이 없더라."

나는 답했다.

"바빴겠지."

하지만 속으로는 알고 있었다. 바쁜 게 문제가 아니었다.

30분을 기다리게 만들고도 사과하지 않는다는 건, 이 자리에서 우리 위치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신호였다.




기다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사과가 있는 기다림은, 상황이다. 이해할 수 있다.

사과가 없는 기다림은, 서열이다. 받아들이기 어렵다.



30분을 기다리게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은 생긴다.

회의가 길어지고, 일정이 밀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사과를 하는가, 안 하는가.

사과 한마디가 있으면, 기다림은 양해가 된다.

사과가 없으면, 기다림은 위계가 된다.



그날 이후, 우리는 이 기준을 갖게 됐다.

30분 넘게 기다리게 만들고도 사과하지 않는 상대와는, 장기적으로 일하기 어렵다.

그건 시간 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인식의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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