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쓰지 못한, 그러나 기억하고 싶은 영화들.
1. <안녕하세요> 오즈 야스지로 감독
1959년작 영화.
텔레비전, 세탁기 같은 신문물이 들어오던 근대화 시기, 일본의 한 작은 마을에 모여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 조금씩 동요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유일하게 텔레비전을 볼 수 있는 이웃집으로 모여들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걱정한다. 텔레비전을 사자고 졸라대던 아이들은 어른들이 무작정 윽박지르기만 하자 그에 대해 불만을 갖고 침묵 시위를 시작한다.
의미 없는 말들과 근거 없는 소문 등으로 채워져 있는 어른들의 언어와 아이들의 솔직하고 순수한 언어를 대비해 그려낸 영화로, 침묵 시위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
2. <직장상사 길들이기> 샘 레이미 감독
직장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조롱의 대상이 되던 한 여성이 앙숙이었던 직장 상사와 단둘이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서바이벌 스릴러물.
주인공 ‘린다’는 직장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지만 특이한 언행으로 인해 따돌림을 당하며 매번 승진에서 탈락하고 만다. 그녀는 자신을 조롱하고 무시하던 직장 상사 ‘브래들리’와 함께 출장을 가던 중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에 단둘이 고립되는데, 야생에서 생존 능력을 갖춘 린다와 무능한 브래들리의 관계는 그곳에서 완벽하게 역전된다. 후반부에서는 너무 과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서 아쉬웠지만, 무인도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역전되는 설정은 꽤나 통쾌했다.
“다정함을 약함으로 착각하지 마.”
린다의 말처럼, 다정함을 약함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고, 상대의 배려와 이해를 자신의 권위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
물론 영화 속 극한 상황이긴 하지만,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능력이라는 것이 실생활에서의 능력과는 무관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을 둘러싼 배경이 변화하면 그렇게 뒤바뀔 수 있는 권력과 위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3. <올란도> 샐리 포터 감독
틸다 스윈튼 주연의 1994년작.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올란도>를 원작으로 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총애 속에서 영원히 아름다운 청년으로 살아가라는 축복을 받은 올란도는, 400년 동안 젊음을 유지한 채 살아간다. 그는 전쟁터에서 긴 잠을 자고 일어난 후 여성으로 변화하게 되고, 사회적 정체성을 새로이 부여받은 채 작가로서 수많은 경험과 감정을 축적한다.
남성적 언어와 남성적 서사 중심의 세계에서 살던 올란도가 여성으로 변화했을 때, “달라진 것은 성별 뿐, 나는 그대로”라고 혼잣말을 하지만, 실상은 성별이 달라지니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이 달라지고 만다.
사회적, 시대적 맥락 속에서 부여된 성 역할과 한 개인의 정체성 사이의 간극.
(사진 출처 : Da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