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애매 Oct 01. 2023

EP18. 광고를 전공하고 관광을 연구하는 혼종(3)

관광컨설팅... 그게 참... 한 마디로 표현하기가...

네, 어렵습니다. 정말 어려워요.


광고를 전공하고 관광을 연구하기로 한지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었고, 아직 부족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이제 조금은 일이 굴러가는 과정을 이해하기 시작했고 나의 연구 결과가 잔뜩 들어간 보고서를 발간하게 되었으며 내 팀을 꾸리게 되었지만 아직도 명쾌하게 정의내리지 못한 것이 있다. "무슨 일을 하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 말이다.


단순한 명사형으로 "관광컨설턴트요."라고 답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이를 단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결국 "도청, 시청, 구청 관광과랑 함께 일하고 있고, 여러분이 놀러 다니는 관광지가 더 잘 되도록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을 합니다."라는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하다. 그와중에 마케터로 일하는 친구들은 "그러면 관광지 마케팅하는 거네?"라고 되묻고, 공무원들은 "아, 용역사"라고 재정의를 내리기도 하며 엄마는 지인들에게 "우리 딸은 연구원이야"라고 설명하니 어떻게 정의내려도 의문 투성이인 직업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앞서 말한 모든 설명이 다 맞는 말이라 굳이 다시 설명해줄 필요도 없다. 그래서 각자의 시선으로 알아서 해석하도록 두는 편이다. 어쩌다 기회가 되어 내가 담당한 지자체에 같이 가거나, 함께 여행을 갈 때면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기는 하지만 그 또한 크게 욕심내지 않는다. 네이버나 구글 검색으로도 명쾌하게 답을 얻기 어려운 일일지라도 내가 이 일을 통해 충분히 만족하니 상관없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차차 많은 에피소드를 통해 풀어 보겠다.


아무튼 나는 혼종 직장인, 업계 미꾸라지이다.


이 업계에는 '관광'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90% 정도 되는 듯하다. 조경, 도시계획 등을 전공한 경우 기본적으로 관광과 연계성이 높고 주변에 유사한 일을 하는 지인들이 꽤 있는 편이지만 나는 좀 다른 케이스에 속한다. 타 전공자, 즉 관광 이외 학과를 졸업한 나 같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특히나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나 또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운명처럼 이 업계에 발을 들였으니 어떤 연결고리를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일이겠다.


그래서 나는 그냥 "광고를 전공하고 관광을 연구하는 업계 혼종"으로 스스로 설명하고 다닌다. 부디 물 흐리는 미꾸라지가 아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혼종으로 업계에 들어와 흔치 않은 프로필을 가진 연구원이자 컨설턴트로 포지셔닝 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때문에 여전히 나의 정체성을 찾아 헤매는 중이기도 하다. 하필이면 아니, 마침 이 업계에서도 광고, 홍보, 마케팅 등의 분야가 중요해지면서 내가 할 일이 늘어나 혼종의 아이덴티티를 버리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혼란스러움이 결국 브런치 스토리에도 담긴 건 안타깝지만, 혼종으로서 애매한 삶을 살아온 내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해줄 독자가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너무나 감사하겠다. 별다른 응원의 말이 없더라도 잠시 들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다. 그와중에 수많은 출장을 통해 빠져들게 된 트로트의 맛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여러 번 시도 끝에 브런치에 입문하게 된 의미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혼종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작가의 이전글 EP17. 광고를 전공하고 관광을 연구하는 혼종(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