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3년도 입학 때부터 사람들에게 틈만 나면 '나 교환학생 갈 거야'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교환학생 후보자로 선발되고 이제 해당 학교의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내가 도대체 언제부터 교환학생을 가고 싶었는지 갑작스레 궁금해졌다. 언제나처럼 내 머리는 그런 얄팍한 정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듯 내게 쉽사리 답을 알려주지 않았다. 일기를 모아 놓은 한글 파일에서 '교환'을 키워드로 검색했다. 대학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인 작년 4월에도 나는 이미 교환학생을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더 생각해 보니 내 인터넷 친구 중 한 분이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우습지만 모방 심리 하나만으로 내 대학생활이 이렇게 크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교환학생을 결심하고부터 학교를 고르고, 지원하고, 선발되기까지의 팁들과 경험을 정리하였다.
'나 교환학생 가려고 준비 중이야'라는 이야기에 가장 먼저 따라오는 질문. '어디로?'
나는 처음에는 일편단심 파리로 가고 싶었다. 나는 스펙 쌓기에는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여행을 많이 다닐 수 있는 유럽으로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또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에 접근성이 좋은 프랑스를 골랐고, 자연스럽게 수도인 파리를 마음속으로 확정해 버렸다. 하지만 뒤에서 더 이야기할 이유들 때문에 결국은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고르게 되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교환학생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다양하다. 그리고 대부분 내가 파리에 꽂혔던 것처럼, 처음부터 대충 어느 지역으로 가고 싶다는 확신이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여러분이 지금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분명 여러분의 마음이 시키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그곳으로 가라. 다만 다음의 사항들은 충분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지리적 여건
여행을 하려고 생각한다면 꼭 고려해 봐야 하는 부분이다. 유럽에서 국가 간 비행기를 탄다고 했을 때, 시간은 길어야 2-3시간 정도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가격은 가까운 곳은 편도 기준 5만 원(런던-파리)부터 먼 곳은 30만 원(런던-아테네)까지 나올 수 있다. 만약 매주 수업을 빠지고 놀러 다닐 계획이라면 영국, 스페인보다는 프랑스, 독일 쪽으로 가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열차나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해당 지역의 기후도 고려하면 좋다. 위도와 고도가 어떤지, 내륙지방인지 해안지방인지 잘 살펴보아서 뜻밖의 난관에 마주치지 않도록 주의하자.
물가
의식주를 모두 스스로 해결해야 하다 보니 한국에서 자취하는 것 이상으로 돈이 쓰일 수밖에 없다. 필자도 프랑스를 포기하고 나서 유럽 여러 나라들을 후보로 올려놓고 고민했었는데, 그중 접근성이 좋은 스위스를 제외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두 배에 달하는 물가 때문이다. 아시아 지역으로 교환학생을 갈 것이 아니라면 물가는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어
내 경우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언어였다. 프랑스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최소 B2 수준 이상의 프랑스어 능력을 요구했고, 독일이나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이야기는 곧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 거의 없다는 의미이다. '언어는 배우면 되지'라는 마인드로 접근했다가는 수업을 한 마디도 이해하지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제2외국어에 자신이 없다면 영어 강의를 많이 제공하는 나라로 교환학생을 가야 한다. 비영어권 유럽 국가 중에서는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핀란드가 영어성적으로 교환학생을 선발한다.
영어권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의 영미권 국가들은 TOEFL 80~100 혹은 IELTS 6.0~7.0의 커트라인을 요구하고 있다. 두 시험 모두 단기간에는 성적을 올리기 어려우므로 성적이 필요하겠다 싶으면 미리미리 자신의 실력을 알아보고 부족하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자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다. 교환학생으로 가기에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수준과 인지도
필자는 QS 대학 랭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물론 QS 랭킹에 신뢰성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름을 알 정도로 유명한 해외 대학이 아닌 이상 정보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떤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 절충안으로 QS 랭킹을 참고하되, 위아래로 100위 정도는 오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것이 좋다. 또한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기준으로 매긴 랭킹과 학과별 랭킹도 제공하고 있으니 참고해 볼 만하다.
교환학생 정원
의외로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이다. 대부분 학생들은 교환학생을 가서도 주로 다른 교환학생들, 그중에서도 한국인 교환학생들과 어울려 생활하게 된다. 정원이 많아서 교환학생 수가 많다면 적응하기도 편하고 외롭지도 않을 것이다. 또한 정원이 많다는 것은 학교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된다는 것을 시사하기에 전체적인 운영이나 시설 등이 잘 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위치
국가를 고를 때와 마찬가지로 공항에 가까운지, 수도권인지 지방인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
기숙사
교환학생에게는 '통학'이라는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기숙사가 있다면 무조건 그 학교는 가산점을 주어야 한다. 학교에 따라 자체 기숙사가 없고 사설 업체와 계약하여 숙소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돈 문제뿐만이 아니라 친구를 사귀는 데에도 기숙사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후기/귀국보고서
필자의 경우에는 국제협력본부 홈페이지에 지금까지 파견을 다녀온 학생들의 후기가 학교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일단 어느 정도 지원할 학교의 후보를 추렸다면, 후기들을 읽어 보며 앞서 언급한 조건들이 모두 갖춰져 있는지와 놓친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만 귀국보고는 대개 미화된 기억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해당 학교의 단점은 잘 드러나지 않음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이유에서 이미 해당 학교나 해당 국가에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배에게 도움을 얻는 것도 방법이다. 필자는 정규학기가 끝나기 조금 전에 귀국해야 하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는데, 이게 가능한 학교가 어딘지 학교별 홈페이지만을 봐서는 알기 어려웠다. 그래서 비슷한 사정을 가진 사람을 찾아 여쭈었고 감사하게도 유용한 팁들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부터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스펙을 쌓기 위한 교환학생이라면 그 목적에 맞는 전공과 강의를 고르면 되고, 그렇지 않다면 취향에 따라 고르면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국내 전공과 아주 무관한 전공으로 신청하면 최악의 경우 신청을 반려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보통 같은 단과대/계열 정도의 범위 안에서는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전공을 골랐다면 그 전공에 해당하는 강의와 나머지 듣고 싶은 강의를 적당한 비율로 조합하여 고르면 된다.
아래는 필자의 수학계획서 일부이다.
과목을 고를 때는 해당 학교의 수강편람을 활용하자. 학교 홈페이지에서 교환학생에게 열려 있는 강의 목록을 훑어보며 들어보고 싶은 강의를 골라 보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선이수가 걸려 있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국내에서 학점 인정을 받으려면 반드시 과 사무실에 문의하여 해당 과목이 학점 인정이 되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한국과 달리 강의평이 따로 없기 때문에 교수님의 이름을 검색해 본다거나, 개설 이력을 본다거나 하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강의가 어떤지 알아볼 수도 있다. 아니면 역시 선배의 도움을 받아도 되겠다.
그냥 지원하면 된다! 는 아니고...
교환학생 파견 절차는 보통 모집 공고 - 수학계획서 작성 및 서류 구비 - 지원 - 후보자 선발 결과 공고 - (국내교에서) 해외교에 교환학생 후보자 명단 발송 - 학생이 해외교에 직접 교환학생 지원 - 해외교 승인 - 기숙사비 및 등록금 납부 - 비자 발급 순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막상 모집 공고가 나고부터 지원 마감일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팁을 주자면, 작년이나 지난 학기 모집 공고를 보고 대략적으로 어느 나라에 지원할지 정도는 생각해 두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대략 공고가 언제 나는지, 지원 마감일은 언제인지 미리 알 수 있다.
또한 외국어 성적 등 증빙 서류가 필요한 경우,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필자는 지원 마감 1달 전에 TOEFL 점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3주 전에 시험을 봤는데도 시간이 촉박했다. 특히 TOEFL은 외국 기업이라 행정 처리가 우리나라만큼 빠르지 않아서, 예정된 성적 발표 기한보다 며칠이나 늦게 성적을 발표하는 일이 있다.(필자처럼.) 다행히 나온 성적이 커트라인 위여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여러분은 이런 일이 없도록 해결할 수 있는 일은 미리 처리해 두기를 권한다.
막상 다 쓰고 보니 당연한 내용들의 연속인 것 같다. 하지만 필자가 매일 노트북을 붙잡고 학교 홈페이지를 수십 개씩 띄우며 고민한 내용인 만큼 기록하고 공유하고 싶었다. 아직 교환학생을 간 것은 아니지만 독자 중 교환학생을 조금이라도 고민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나는 주저 없이 추천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서 더 의미 있는 교환학생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