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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caa Apr 26. 2022

다산의 공감 연습2(맹자8)

8장 공감정치와 세금/이덕행인자왕以德行仁者王

 스포츠에서 특히, 국가대표팀이 출전한 경우 연승連勝 소식은 국민들을 매우 흥분시킨다. 2021년에 열린 도교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양궁은 9연패連霸를 달성했다. 그런데 연패라고 한글로만 표기하면 연패連敗와 헷갈릴 수 있다. 승패勝敗와 관련하여 연속해서 승리할 경우 연승이라 하고, 연속해서 패할 경우 연패라고 하면 문제가 없겠는데, 연달아 이겼을 때에도 연패라고 하면 문맥을 따져봐야 한다.

 운동경기에서 제패制霸했다는 표현은 문제가 없다. 패권을 잡았다는 말이다. 상대방보다 힘에 있어서 우월함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현대 국제스포츠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순수한 육체적 경기보다는 결국 경제력과 외교력의 차이에서 승패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종합적으로 힘으로 겨룬다는 것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제패, 연패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에서 제패, 연패라는 표현은 조심해야 한다. 맹자는 패도정치와 왕도정치를 구분했기 때문이다.
  

세력으로 인仁을 가장하는 자는 패자覇者이니 패자는 반드시 큰 나라를 차지해야만 하고, 덕으로 인을 행하는 자는 왕자王者이니 왕자는 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以力假仁者覇, 覇必有大國, 以德行仁者王, 王不待大. 
<공손추> 상편 3장     


 <공손추> 상편 3장 이전에도 이미 패도정치와 왕도정치는 언급된 적이 있다. 그러나 맹자는 이 장에서 패도정치와 왕도정치의 차이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패도정치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한 공포정치이고, 왕도정치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공감정치라 말할 수도 있다. 맹자는 여기서 더 구체적으로 패자는 ‘세력으로 인仁을 가장한 자’라고 정의한다. 다시 말해, 힘으로 다스린다는 것인데, 순수한 힘만으로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에서는 권장할 일이지만 정치에서는 충분하지 못하다. 춘추전국 시대의 군주들은 모두 강력한 힘을 갖기를 원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실력을 행사한 제후 다섯을 꼽아, 춘추오패春秋五霸라고도 했다. 또한 이 다섯 군주들은 대국大國을 차지했다. 

 이들은 진정한 통치자가 아니다. 맹자가 진정한 통치자로 보는 왕은 ‘덕으로 인을 행하는 자’이다. 맹자의 덕은 인仁·의義·예禮·지知인데, 반으로 줄여서 인의仁義로 표현하기도 하고, 인仁 한 글자로 표현할 수도 있다. 결국 인이 핵심인데, 공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민동락이 되었든, 불인지심, 측은지심이 되었든 좋은 리더의 덕은 공감하는 능력이다. 진정한 왕은 큰 나라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맹자는 고대 역사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한다.     


탕왕은 70리로써 왕이 되었고, 문왕은 백 리로써 왕이 되었다. 세력으로 사람을 굴복시키면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면 마음속에서 우러난 기쁨에 겨워 성심으로 복종하게 되는 것이니, 70제자가 공자에게 복종하는 따위가 곧 그것이다. 
湯以七十里, 文王以百里. 以力服人者, 非心服也, 力不贍也. 以德服人者, 中心悅而誠服也. 如七十子之服孔子也.     


 상商나라 탕湯왕은 하夏나라를 정벌하고 천자가 되었지만, 통치하였던 영역은 70리였다. 또한 상나라를 정벌하게 될 주周나라도 문왕이 통치할 때에 100리였다. 춘추시대를 패권을 잡았던 제후들의 영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영역이다. 제나라 전성기 때에는 수도 임치臨淄에 인구 100만 명 정도가 거주했다는 주장까지 있을 정도니까 제나라를 비롯한 춘추전국시대 주요 제후국들의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약용의 《목민심서》 맨 처음, <부임육조赴任六條·제배除拜> 편에서도 100리와 70리에 대한 영역의 크기가 언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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