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환송식

I.P.O 웹소설

by 김태훈

오후 5시 김태산 대리는 대한증권 잠실지점에 들어섰다

한용수 대리가 김태산 대리를 보고 방갑게 맞아 준다

"왔어 지점장실에 가 봐 아까부터 지점장님 기다리고 계서"한용수 대리가 말했다

"응 잘 지냈지. 지금 지점장실에 가면 되나?"김태산 대리가 지점장실을 가리키며 말한다

"들어가 봐"한용수 대리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노크를 하고 지점장실에 들어갔다

조용한 지점장은 누군가 한참 전화통화 중이었는데 손가락으로 쇼파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표시를 했다

김태산 대리는 인사를 하고 쇼파에 앉아 지점장의 전화통화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조용한 지점장이 전화를 끝내고 쇼파로 와서 앉았다

"그래 푹 쉬고?"조용한 지점장이 물었다

"예 덕분에 푹 쉬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이번에 어쩔 수 없이 자넬 연수원으로 보내지만 곧 잠잠해 지면 다시 불러줄거네"조용한 지점장이 위로의 말을 건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드립니다. 한국태양광과 장한국 대표님 계좌 잘 부탁드립니다"김태산 대리가 조용한 지점장에게 부탁을 했다

"너무 걱정말게. 자네가 한용수 대리에게 인수인계 잘 해줘서 한 대리가 잘 관리해 줄껄세"조용한 지점장이 약속해 주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지점장님을 모실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입에 발린 말이지만 감사의 맘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 내가 고마웠지. 자네처럼 실력있고 능력있는 직원이 어디있다구. 그러니 연수원에 가서 조용히 잘 지내고 있어요. 내가 연수원장한테는 잘 말해두었으니까"조용한 지점장이 동기인 연수원장에게 미리 언질을 주었다고 말해 주었다

"감사합니다. 꼭 돌아오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감사의 말을 전하고 지점장실을 나왔다

지점장실 앞에는 잠실지점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잘 쉬었어요?"장재원 부지점장이 인사했다

"예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인사했다

"자 이제 회식 장소로 가시죠"정현수 차장이 말하며 직원들을 회식장소로 가라고 떠밀었다

오후 6시 잠실지점 근처 고기집으로 직원들이 우루루 들어가 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정현수 차장이 조용한 지점장을 모시고 방으로 들어왔다

정현수 차장이 서무로 식당주인에게 이것 저것 메뉴를 주문하고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이 소주와 맥주 그리고 밑반찬들을 가져오고 주인아전씨가 숯불을 가져와 테이블마다 놓고 있다

자리가 얼추 정리되자 정현수 차장이 잔을 채워 달라 말하며 조용한 지점장의 건배사를 제안했다

항상 지점회식을 하면 지점장 이하 간부들이 모두 돌아가며 건배사를 하는 것이 기본 코스가 되었다

"오늘 우리와 5년여 동안 함께 해 온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으로 떠나보내는 아쉬움을 표하는 자리입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이제 우리 지점을 나선 김태산 대리가 건승하길 바라며 건배"조용한 지점장의 건배사에 일동 모두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한다

"이번엔 오늘의 주인공 김태산 대리가 건배사를 해 주겠습니다" 정현수 차장이 능숙하게 사회를 잘 보고 있었다

"오늘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 줘서 감사합니다. 언제 어디에 있던 잠실지점에서 좋은 기억과 추억을 가져가겠습니다. 그 동안 모두 너무 감사했습니다. 건배"김태산 대리가 감사의 맘과 함께 건배를 외쳤다

건배사가 끝나고 이제 각자 테이블에 있는 사람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의 옆에 동기인 한용수 대리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김태산 대리는 소주잔을 들고 한용수 대리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얼굴 좀 풀어 내가 죽으러 가냐?"김태산 대리의 말에 한용수 대리가 조용한 목소리로 귓속말을 건냈다

"너 없으면 백종한 과장에게 시달림을 혼자받아야 하는데 생각할수록 암담하다"한용수 대리가 푸념을 하고 있었다

그도그럴께 백종한 과장은 위에 차장이 둘이고 부지점장에 지점장까지 받는 스크레스를 고스란히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에게 풀다시피 해 왔다

이제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으로 가게 되면 한용수 대리가 백종한 과장에게 시달림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걱정마. 언제든지 힘들면 말해. 퇴근길에 술친구 해 줄 수 있으니까"김태산 대리가 한용수 대리를 위로 해 줬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백종한 과장이 소주병을 들고 김태산 대리에게 왔다

"한잔 받아. 그래도 내 밑에서 5년 있던 내 새끼인데 이렇게 떠나니 아쉽네"백종한 과장이 소주를 따라주며 말했다

"아닙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그 동안 내가 모질게 군거 미안하구 나중에 밖에서 보면 형이라고 불러"백종한 과장이 살갑게 말했다

"김대리가 돌아가며 윗분들 한잔씩 따라 드리고 인사드려"백종한 과장이 소주병을 건네며 말했다

"예" 김태산 대리가 소주병을 받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지점장에게 갔다

"지점장님 한잔 따라 올리겠습니다"김태산 대리가 조용한 지점장 옆에 앉으며 말했다

"어 그래"조용한 지점장이 소주잔을 비우고 빈잔을 내밀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뭘 연수원 가서 잘 지내구. 조만간 다시 불러줄테니까"조용한 지점장이 말하며 소주를 받아 마시고 빈잔을 건냈다

"감사합니다"김태산 대리가 빈잔을 받아 조용한 지점장이 따라주는 소주를 받아 마셨다

"내 술도 받아야지"옆에 있던 장재원 부지점장이 소주를 따라주었다

"감사합니다"김태산 대리가 술잔을 원샷하고 빈잔을 장재원 부지점장에게 전해주고 술을 따라 올렸다

김태산 대리가 그렇게 지점 윗사람들에게 한잔씩 올리고 자리에 돌아오니 소주 한병은 다 마신 느낌이라 알딸달하게 느껴졌다

김태산 대리는 정신도 차릴 겸 잠깐 식당 밖으로 나가 찬 바람을 쐬었다

이때 장재원 부지점이 따라 나와 김태산 대리의 곁에 섰다

"많이 힘들지?"장재원 부지점장이 말했다

"괜찮습니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자네 연수원 보낸 건 오동추 본부장이 아니라 본사 안형수 상무야"장재원 부지점장의 말에 김태산 대리는 뒷통수를 맞은 느낌이었다

"아니 안상무가 왜 이번 일에 나서지요?"김태산 대리가 물었다

"자네 본사에 있을 때 안상무에게 찍혔나? 자네를 찍어서 유배보내라고 했다더군"장 부지점장이 말했다

"이번 일에 안상무는 관련도 없으면서 왜 나서서 저를 유배를 보내요?"김태산 대리가 이해가 안된다는 생각에 다시 물었다

"본사 전산실 압수수색으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자네가 눈에 띈거지"장 부지점장이 말했다

"안상무가 말단 대리 인사까지 신경써야 할 이유가 있었나요?"김태산 대리가 왜 안상무가 자신을 유배보내려 했는지 이해가 안되어 다시 물었다

"안 상무가 차기 대한증권 사장 자리를 노리는데 이번 본사 전산실 압수수색으로 뭔가 걸린게 있을거야. 검찰 눈치를 살피고 알아서 긴거지. 자넬 지킬려고 지점장하고 오동추 본부장하고 백방으로 손을 써 연수원으로 빼낸거야. 그러니 가서 조용히 지내고 있어"장 부지점장이 진심 걱정되어 하는 말 같았다

"예 잘 알겠습니다"김태산 대리는 일단 걱정해주는 장부지점장 말에 수긍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밤공기가 차네 들어가지"장 부지점장이 들어갔고 김태산 대리도 따라 들어갔다

안에는 한참 술잔을 돌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이 피었다

지점이 영업하는 곳이라 이런 저런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가 많은 동네이고 그래서 인지 이런 회식 자리가 생기면 각자 할 말들이 많아지곤 했다

그러다 술이 좀 올라오면 속 내도 꺼내게 되고 그러다 싸움이 나곤 했다

오늘은 김태산 대리의 환송식을 핑계로 모인 것이라 차분한 술자리가 된 것 같은데 5년여 동안 큰 인사이동이 없어 지점에 오는 사람은 있어도 떠나는 사람은 없었는데 몇 년 만에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으로 떠나게 되어 좀 침울한 회식이 된 것도 같았다

김태산 대리는 지점장과 오동추 본부장이 자신에 대한 본사 안형수 상무의 징계 요구에 연수원 발령으로 잘 막아 준 점에 감사했다

안형수 상무는 자신의 사장 승진에 외부 입김이 무서워 알아서 긴 느낌인데 내부 직원을 먹잇감 삼아 자신의 승진을 보장받으려 했다는 점에서 진짜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식이 끝나갈 무렵 정현수 차장이 술잔을 들어 마지막 조용한 지점장의 마무리 말씀을 듣고 건배하자고 제안했다

이러면 회식이 거의 끝났다는 신호가 뜬 것이다

일동 술잔에 마지막 술을 채우고 지점장의 건배사를 기다렸다

"오늘 5년여 동안 우리 지점에서 식구로 일해 온 김태산 대리가 연수원으로 떠나지만 한번 잠실지점 식구면 영원한 잠실지점 식구라는 점에서 모두 그의 떠나는 길에 행운이 함께 하길 빌어줍시다. 김태산 대리를 위하여"지점장이 선창하자 일동 "위하여"를 소리치며 막잔을 마셨다

식당 앞으로 나와 석별의 정을 나누며 김태산 대리는 한 사람 한사람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태산아 한국태양광은 너무 걱정 말구. 내가 무슨 일 있으면 꼭 연락해 줄께"한용수 대리가 동기인 김태산 대리의 연수원 발령을 아쉬워하며 말했다

"응 고마워. 너에게 너무 큰 짐을 준건지 모르겠다. 잘 부탁한다"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김태산 대리는 그렇게 인사를 하고 택시를 잡아 집으로 향했고 나머지 지점사람들은 2차를 위해 다시금 잠실지점 근처 호프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올림픽 대로의 한강을 바라보며 김태산 대리는 잠실지점에서의 5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처음 수습사원으로 잠실지점에 왔을 때부터 본사 발령받아 본사 IPO에서 근무하다 다시 잠실지점으로 쫓겨나온 이후 다시 자리잡으려 열심히 영업을 하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이제 다시 연수원이라는 새로운 자리로 타의에 의해 보내지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도 했다

무엇보다 자신을 연수원으로 가게 만든 것이 대한증권 실세 중에 실세이자 다음 번 사장 후보인 안형수 상무라는 사실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왜 안상무가 김태산 대리를 콕찝어 인사발령을 내려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국태양광 적대적M&A에 김태산 대리가 관여되면서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전 09화89. 시장리스크 VS 개별종목리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