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택시가 노량진 수산시장에 도착하고 일행은 수산시장 1층의 횟집들을 둘러보며 당골횟집을 찾아갔다
조위찬 대리가 당골로 하는 일성횟집은 2층 식당과 함께 횟집도 하고 있는 오래된 횟집으로 예전 노량진수산시장 때부터 지금 새롭게 현대화 해 개장한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오랜 업력을 갖고 있는 횟집이다
조위찬 대리가 일성횟집 주인아저씨와 방갑게 인사하고 수조속에 물고기들을 살펴보며 실한 놈으로 고르고 있다. 허영균 대리가 배고프다며 재촉해 서둘러 고르고 일행은 2층 식당으로 이동했다
조위찬 대리가 2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며 말한다 "일성횟집이 우리 법인영업팀 당골이라 잘 해 주셔. 내가 여의도 다른 증권사 법인영업팀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었더니 여의도 증권사 법인영업팀들의 당골이 되었네"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그럼 오늘도 다른 증권사 법인영업팀 사람들 좀 와 있을 수 있겠네"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아마도 그러겠지"
일행은 2층에 일성횟집에 들어선다. 1층에서 안내 받아 횟집 한구석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조위찬 대리는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아는 얼굴들이 있는지 황급히 달려가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1층 수산시장에서 횟감을 고르면 2층 횟집에서 상을 차려주는 시스템으로 나름 전문화되어 있는 구조로 대부분 1층 수산시장에서 정해준 식당을 찾아가지만 간혹 조위찬 대리처럼 당골이 있으면 당골의 횟집으로 횟를 떠 올려주기도 한다
한용수 대리가 조위찬 대리를 보며 김태산 대리에게 말한다. "위찬이 영업 잘 하네. 여의도 법인영업팀들의 당골이라더니 오자마자 영업이구나"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그러니 베스트 법인영업사원이 된거지. 제 연봉이 얼마인 줄 아냐?"
조위찬 대리는 동기들 중에서 잘 풀린 케이스로 법인영업실적이 여의도 안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잘나가는 친구다. 다른 증권사에서 매년 스카웃 제의가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동기들 중에 잘나가는 친구이기도 하다
한상 가득 회가 깔리고 조위찬 대리가 자리로 돌아온다
"마침 건국증권 박찬오 차장님이 법인영업팀원들하고 한잔하러 오셨네. 중화태양광 물어봤다"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대리, 이한호 대리 모두 조위찬 대리를 목마른 강아지 마냥 다음 이야기를 쪼르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조위찬 대리가 재미있다는 듯이 일행을 바라보다 말을 이어간다 "궁금하지? 오늘 500만주 때린 거 맞데, 그리고 내일도 추가로 매도 주문이 나올껀가 봐. 공시를 모레한다고 하는 걸 보면 말야"
이한호 대리가 급하게 물어 본다 "그래서 몇주나 더 판데?"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정확히는 말씀 안하시는데 꽤 되나 보더라구. 오늘도 500만주 파는데 힘들 었다구. 그나마 잘 팔아서 보합정도로 끝났지 개인투자자들의 저가매수가 없었다면 하한가 갔을 거라고 하더라"
김태산 대리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중화태양광의 벤처캐피탈 물량이 1000만주 정도로 비교적 많은 편인데 이 물량이 다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 내일 장은 급락이 불가피해 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급하게 폭락한 종목에 악재가 없다면 대부분 증시에서는 저가매수세가 유입되어 V자 반등이 나타나곤 한다. 이럴 경우 이성을 잃고 손절매 치기 보다는 그냥 물렸다가 V자 반등에 빠져나오는 것이 손해가 덜하곤 하기 때문에 그대로 홀딩을 해야 할지 아니면 일단 손절매를 치고 저가에 다시 사자고 해야 할지 머리에 쥐날만큼 복잡해 지고 있다
조위찬 대리가 일행을 돌아보며 말한다 "야 주희 심심해 한다. 공장 이야기는 그만 하고 회 좀 먹자. 이러다 회 식겠다"
송주희 대리가 말한다 "아니에요 저 신경쓰지 마시고 하시던 말씀 하세요" 송주희 대리는 우리 동기지만 군대를 가지 않아 훨씬 어린 나이에 입사를 해서 항상 존댓말을 쓰곤 한다. 우리 동기들의 여동생 같지만 그래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안형수 상무의 비서를 오래해서 어른 모시는데는 인정을 받고 있는 동기다
이한호 대리가 한숨을 푹쉬며 소주를 자작으로 따라 마신다 "내가 미쳤지, 망설이다 급등하는 걸 보고 따상 먹겠다고 막판에 미수까지 질러서..." 이한호 대리의 미수라는 말에 일동 깜짝 놀란다
한용수 대리가 말한다 "너 미수까지 질렀냐?"
김태산 대리도 거든다 "야 얼마나 질렀는데?"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미쳤구나. 중화태양광 같은 급등주에 미수라니?"
이한호 대리가 고개를 숙이고 닭똥같은 눈물을 흘린다
김태산대리와 동기들은 아무말 못하고 그저 눈물을 흘리는 이한호 대리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급락하는 종목에 미수까지 질렀으면 최대 3.3배까지 주문이 들어가니 원금 1억에 3억 3천만원 풀로 들어갔다면 아마도 3천만원 정도 깨진 것이니 손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내일까지 급락이 이어지면 반토막 나는 건 금새고 반대매매 대상이 될 수도 있어 강제로 손실이 확정되어 버릴 수 있다.
저러다 이한호 대리는 아버지에게 잡혀가 증권사 그만두고 아버지 가업인 인테리어상이 되고 말것 같았다.
주식시장에서 미수를 지른다는 건 확실한 정보가 있을 때 하는 투자로 아무 때나 미수를 지르면 지금같은 낭패를 보게 된다. 하지만 급등주의 경우 막연히 계속 오를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증권맨도 저런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그나마 팔 수 있으면 원금 좀 손해보고 빠져나올 수 있지만 팔지 못하고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깡통계좌가 되기도 하는 매우 위험한 투자방식이다
모두가 이한호 대리가 흘리는 눈물이 분하고 원통하면서도 스스로를 자책하는 눈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따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어색한 상황이 만들어진거다
모두 식어가는 회를 앞에 놓고 각자 소줏잔을 기울 일 수 밖에 없었는데 각자 내일 장을 머릿속으로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조위찬 대리가 침묵을 깨는 말을 한다 "아참 그런데 아까 박차장님이 그러는데 건국증권쪽 창구만 매물이 나온 것 같지 않다고 하시더라. 다른 창구로도 꽤 큰 물량이 쏟아져 나왔다고 자신이 팔았으면 이렇게 주가를 빼면서 팔지 않았을텐데 다른 창구로 묻지마 매도가 나왔다고 하더라구"
주식 HTS 현재가 창에 보면 매수증권사와 매도증권사가 상위 5개사를 공개하는데 이를 창구라고 부르곤 한다
중한자산운용이 다른 증권사 법인영업팀에도 주문을 주는 건지 모르겠지만 중국 벤처캐피탈 물량 말고도 대량 매물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초기투자 물량이라면 매수단가가 아마도 액면가 500원이기 때문에 지금 주가로 팔아도 꽤 큰 수익이 나기 때문에 계속 팔아치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다 이런 폭락이라면 공매도세력이 달라붙어 하락을 더 크게 부추기기 때문에 매물이 소진되고 공매도 세력이 숏커버링에 나설 때까지 주가는 계속 폭락할 수 있다
숏(Short)은 증권시장에서 "팔자" 즉 매도를 뜻하는 걸로 숏커버링(Short Covering)은 공매도 세력이 주가하락으로 발생한 수익을 확정짓고 빌린 주식을 되갚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폭락한 주식의 주가반등의 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숏커버링이 발생한 주식 중에 너무 가파르게 주가가 올라 오히려공매도 세력들에게 처음 매도한 가격보다 더 올라 손해가 발생할 경우도 있는데 이때 공매도 세력이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특별히 숏스퀴즈(Short Squeez)라고 부르며 공매도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숏커버링과 숏스퀴즈는 의미가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모두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을 때 먼저 와 1차를 한 건국증권의 박찬오 차장이 와서 조위찬 대리에게 간다고 인사하고 간다. 얼떨결에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 대리도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넓게 보면 증권업계 선배이고 나중에 이직을 하다보면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에 다른 회사 선배들에게도 인사를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위찬 대리가 식당 문 앞까지 배웅갔다 돌아왔다
"내일 상황봐서 중한자산운용 움직임에 대해 귀뜸해 주시겠단다. 니들 얼굴 표정 보다 물린 거 알겠다고 하시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지만 법인영업이란 것이 전주의 뜻에 따라 사고 파는 것이 일이라 파는 때는 남들에게 욕을 먹기도 하지만 살 때는 시장참여자들의 추앙을 받기도 하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이한호 대리가 고개를 들고 조위찬 대리에게 물어본다 "그 외에 별다른 말씀은 없냐? 중화태양광 맛가는겨?"
이 말에 이한호 대리의 절박함과 자포자기 심정이 담겨 있었다. 김태산 대리가 위로의 말이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해 한마디 한다 "야 시장에서 폭락이 있으면 저가매수가 들어오는거 몰라. 회사가 멀쩡하면 주가는 다시 V자로 반등하게 되어 있어. 미리 겁부터 먹지 말고"
이한호 대리가 김태산 대리의 말에 조금은 기분이 나아졌는지 빈 술잔을 들어 술 따라 달라는 시늉을 한다
허영균대리가 소줏병을 들어 따라주며 말한다 "내가 실사가서 보니 중화태양광 나쁜 회사로 안보이더라. 고비사막 프로젝트도 시작한다니 매물 소화되면 태산이 말대로 V자 반등할꺼야"
조위찬 대리가 술잔을 들어 건배를 하자고 제안한다. "자 오랜만에 이렇게 다 모였는데 기분풀고 한잔하자"
일동 잔을 들어 건배한다
김태산 대리가 송주희 대리에게 말한다 "안형수 상수 힘들지 않아요?" 김태산 대리도 송주희 대리에게 말할 때 가끔 존댓말을 쓰는데 송주희 대리가 동기지만 나이가 어려 다른 동기들에게 존댓말을 쓰니 동기들 사이에서 어색하지만 존댓말로 말하는 상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송주희 대리가 말한다 "아니요. 상무님 회사보다 밖에 나가서 일 보시는 것이 많아서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사실 알려진 것보다 까다롭지 않고 친절한 부분이 많은 분이에요"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그럼 다행이구요. 워낙 불같은 성격으로 알려진 분이라 걱정하는 동기들이 많았거든요" 옆에서 지켜보던 허영균 대리가 말한다 "야 주희가 너보다는 어른들 모시는데 선수다. 걱정마라. 부장님들도 보고들어갈 때 주희씨에게 안상무 심기 물어보고 타이밍을 정할 정도니까"
조위찬 대리가 말한다 "유명하지. 안상무 보고 잘못하면 큰 소리가 상무실 밖에까지 들리는 걸로 말야. 그 성격에 회장님 양아들 소릴까지 들을 정도로 회장님 비위 잘 맞추는 걸 보면 대단해"
한용수 대리가 말한다 "야 그렇게 말하면 주희씨가 그렇잖아. 누구나 직장생활하면 다 아부하고 사는거지 하물며 회장님을 만나면 나 같아도 잘보이려 하겠다"
이한호 대리가 끼어든다 "야, 내 걱정해 준다고 모여놓고 주희 걱정하고 있냐?"
조위찬 대리가 이한호 대리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한다 "이 새끼 살아났네. 아까는 자기 죽겠다고 술 사달라고 어찌나 징징대던지 저녁 약속 취소하고 벙개한거잖아"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그래 어디 하루 이틀이냐? 이렇게 주가가 요동치는 날 뇌동매매하면 결국 움직인 사람만 손해보는겨" 한용수 대리도 거들고 나선다 "그래 쓸데없는 걱정말고 일단 시장을 보고 결정해. 겁부터 먹으면 또 오판해 마바라짓한다"
이한호 대리가 말한다 "듣는 마바라 기분나쁜게 자꾸 마바라 할래"
조위찬 대리가 웃으며 말한다 "오 한호 살아 났네"
그렇게 모두 웃으며 술잔을 비우고 이야기를 계속 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