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중화태양광 하한가

I.P.O 웹소설

by 김태훈

오전 9시 개장과 함께 중화태양광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예상했던 공매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했는데 개인투자자들의 사자세도 만만치 않아 10% 급락 출발한 주가는 금새 -5%대까지 반등세를 타고 있다

순시간에 5%나 올라왔으니 이거 잘하면 반등 나오겠다는 부질없는 희망이 마음속에 싹트게 된다

김태산 대리는 아침부터 걸려오는 고객들의 중화태양광 주가문의와 주문에 정신이 없다.

주가급락을 어젯밤 저녁 뉴스나 증권방송에서 보고는 걱정되어 아침부터 고객들이 전화를 해 오는 것으로 대부분 팔지도 못하고 부질없는 희망에 문의만 하고 마는 전화들이라 메타기 돌리는 약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전화들이다

물론 간혹 전화를 받아 상담을 하다보면 자신있게 팔아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지만 어쩌다 한둘이고 그나마도 호가를 떨어지고 있는 가격보다 올려 내놓기 쉽상이라 체결이 안되는 경우도 많았다

집에서 HTS로 고객들이 주가를 보고 있어 상황은 알고 전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판단을 대신 내려주는 역할이 증권영업사원의 주요한 업무가 된다

대부분의 개인투자자들은 결정장애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럴 때 영업사원이 과감하게 결정을 유도하는 발언들로 용기를 붓돋아 주곤 한다

실제로 매수를 하던 매도를 하던 결정을 고객이 내린 것 같지만 사실 전화통화하는 영업사원이 유도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리게 된다

9시 30분 중화태양광 주가가 -5%까지 반등했다 다시 밀리기 시작했다. 건국증권이 아니라 아시아증권 창구로 매물이 또 쏟아지고 있다. 중화자산운용의 위탁 주문을 두개 증권사로 나눠서 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태산 대리의 핸드폰이 울린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중화태양광의 주가 움직임을 살펴보고 있던 김태산 대리가 잽싸게 핸드폰을 받는다

전화기 넘어 조위찬 대리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중화태양광 아시아증권 창구로도 공매도가 나가고 있데 중한자산운용 말고도 주요 주주들 중에 매도하는 측이 있나봐. 박차장님이 알려주셨다"

중화태양광 최대주주 지분이 50% 정도 되니까 이번에 공모한 30% 물량 제외하고 벤처캐피탈 물량과 주요주주 지분이 20%라 아직 500만주 정도 매물이 더 쏟아질 것 같았다

오전 11시 중화태양광 주가가 -7% 근방에서 횡보하며 흘러내리고 있을 때 객장에 사모님 고객들이 김태산 대리와 다른 영업사원들 방으로 몰려가 상담을 빙자한 스트레스 풀기를 하고 있다

김태산 대리도 이런 경우를 많이 경험해 봐서 능숙하게 사모님들의 하소연과 추궁을 다 받아내고 있다

어차피 주가 하락이 김태산 대리나 영업사원의 책임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자신 탓이 아니라 남탓을 할 대상을 찾고 하소연 하는 걸로 주가 하락의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한마디로 증권사 지점영업사원은 폭락장에서 욕받이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한바탕 이렇게 광풍이 휩쓸고 가고 다시 주가가 반등할 때는 영업사원들이 오히려 사모님들에게 큰소리치기도 해 요지경 세상이라고 할만 하다

중화태양광의 주가가 급등락을 하니 한국태양광도 불안하게 움직이지만 오히려 중화태양광에서 이탈한 자금이 한국태양광으로 갈아타고 있어 주가는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의 인기주였던 중화태양광의 몰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순환매 관점에서 다른 섹터 주식을 찾곤하는데 이럴 때 먼저 주가조정을 받아 낙폭을 키운 바이오톡신 같은 종목들이 각광을 받곤한다

테마주 순환매라고는 하지만 주가가 먼저 조정받아 바닥권이라는 핑계인데 그것 외에는 알려진 호재가 없어 좀 답답하기는 한게 바이오주들이다.

바이오신약 개발이 워낙 오랜 세월이 걸리는 것이고 복잡한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분야라 일반 개인투자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하거나 알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해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투자할 수 밖에 없는 분야이기도 하다

바이오톡신이 전임상에서 발모제를 성공했다는 사실은 아직 시장에 알려져 있지 않은 정보라 김태산 대리는 증권저축계좌에 중화태양광 차익실현 자금으로 조용히 바이오톡신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바이오톡신의 상장 초 주가가 15만원까지 급등했지만 이제는 다시 공모가 근방인 5만원대까지 흘러내린 상황이다. 상장한지 6개월이 지나서 최대주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식에 보호예수가 풀려 있어 벤처캐피탈이나 공모주 때 들어온 고수익펀드 기관투자자들은 거의 팔았다고 볼 수 있다

김태산 대리는 매수할 때 절대로 한 호가에 다 사지 않는데 주가 바닥을 모르기 때문에 아주 소량씩 주가 가 하락 할 때마다 조금씩 사들이고 있다. 이런 식이면 몇일이 걸릴 수도 있고 몇 달이 걸리기도 하지만 매수단가를 낮출 수 있어 왠만해서는 손해보지 않고 수익을 내고 빠져나올 수 있다.

바이오톡신이 공모가가 5만원이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이를 깨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5만원에 주가가 근접하면 매수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김태산 대리가 고객들에게는 바이오톡신을 매수 추천하지 않고 있는데 바이오신약 개발사에 대해 설명하기도 어렵고 설명을 잘 해 매수가 되더라도 잘 움직이지 않는 종목 특성상 영업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자칫 잘 움직이는 고객자산을 묶어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12시 30분 1차로 식사를 끝내고 돌아온 김태산 대리는 모니터의 중화태양광 주가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한가였다.

건국증권 법인영업팀에서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팔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아시아증권쪽 물량이 묻지마 매도를 했던, 개인투자자들의 투매가 나왔던, 하한가를 기록하고 있는 건 매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태산 대리는 단말기를 통해 중화태양광에 뉴스가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별다른 뉴스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저 차익실현 매물에 중화태양광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는 기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혹시 몰라 한국태양광 김요한 IR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대한증권 김태산 대리입니다. 혹시 중화태양광 무슨 소식 들으신 것 있나요?"김태산 대리가 애타는 맘으로 물었다

전화기 넘어 김요한 팀장은 별다른 소식은 없고 중국법인에서 중화태양광에 태양광패널 제안서 내는 걸 홀딩해 달라는 소식이 최신 정보라고 말해 주었다

김요한 IR팀장과의 통화를 끝내고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받느라 오후 내내 김태산 대리는 시달릴 수 밖에 없었는데 주가가 하한가를 치며 하한가 이유를 그럴 듯하게 설명해야 하는데 관련 뉴스가 없고 악재가 없으니 수급상 매수를 매도가 압도하는 차익실현 장세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주식투자 경험이 많은 고객들은 그 정도만 설명하면 알아서 전화를 끊지만 주식투자 경험이 별로 없는 초보투자자는 울고불며 욕을 하기도 하고 사정을 하기도 하는 등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개중에는 딸아이 시집 보낼 돈을 잠깐 투자해 더 부풀려 더 잘 해서 시집보내려다가 낭패를 당한 경우도 있고 남편 수술비를 잠깐 돌릴려다가 날려 먹은 케이스도 있다

매번 쓸 데가 있는 돈은 절대로 투자하지 말라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누누히 강조하지만 탐욕에 눈이 먼 투자자들은 증권영업사원의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손해가 발생하면 자신이 알지도 못하던 종목을 추천해 손해를 봤다고 영업사원 탓을 하기 일쑤다. 그래서 일면식도 없는 전화로 걸려온 상담전화에는 추천종목을 말해 주지도 않고 오래 통화하지도 않는데 혹시라도 대화중에 언급한 종목을 얼굴도 모르는 고객이 덜컥 샀다가 알지도 못하는 책임추궁을 당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전화고객 중에는 다른 증권사 거래 고객들도 많은데 어느 증권사 지점이나 증권방송에 출연하거나 김태산 대리처럼 인터넷 블로그에서 인기있는 증권맨은 늘 찾는 전화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중화태양광이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30%가 급락해 내일 개장 초에 반대매매가 나올 계좌들이 많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주식담보가 잡혀 있는 미수계좌들은 관련 종목의 주가가 30% 이상 급락할 경우 담보가치를 위해 계좌에 미수금을 입금하던지 아니면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상환해야만 한다

중화태양광이 그 케이스에 걸린 것이고 이는 공매도세력이 노린 점이기도한데 개장 초 반대매매가 쏟아지면 주가는 폭락출발하게 되고 이는 공매도 세력의 수익으로 고스란히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화태양광은 하한가 잔량이 200만주나 쌓여서 종가를 기록했다

내일 아침 반대매매 주식이 쏟아져 나올 것은 명약관화 해 졌다

중화태양광 주가가 3일만에 반토막난 것이라 고객들 충격이 큰 것 같다

오후 내내 중화태양광 투자자들에게 시달리다 보니 장 종료와 함께 김태산 대리는 의자에 파묻히고 말았다.

전화상담원도 감정노동자로 어려운 직업이라고 하지만 매일 돈을 놓고 전쟁을 치루는 증권사 지점영업직도 만만치 않은 감정노동자일 수 밖에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내일 장에 대한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의 주력계좌들이 대부분 중화태양광 주식을 갖고 있어 이제는 수익보다 손실이 나기시작할 가격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김태산 대리는 손실이 나는 계좌들을 손절매 치고 다시 저가매수에 나서야 할지 아니면 하락을 감내하고 참았다가 반등 때 원금회복하고 빠져 나와야 할 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오늘 시황을 정리해 블로그에 올릴 때 중화태양광을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 어떻게 지금 상황을 이해시킬지 걱정이 되었다

김태산 대리 자신의 계좌는 5일 연속 상한가로 따블을 내고 한국태양광과 바이오톡신으로 갈아탔지만 고객들 대부분은 중화태양광에 물려 있고 일정부분 뒤늦게 매수를 추천한 책임도 느끼고 있어 김태산 대리도 속으로 타들어가는 심정이기도 했다

옆방에 한용수 대리가 한강 가자고 신호를 주는데 오늘 같은 날은 진심 한강에 뛰어들고 싶은 날이라 진짜 한강에 가면 안될 것도 같았다.

"오늘은 좀 그렇다" 김태산 대리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한용수 대리가 실망한 표정으로 지점밖으로 나가는데 그의 뒷모습이 축쳐저 힘이 없는게 진짜 한강에 뛰어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어쩔 수 없이 김태산 대리도 한용수 대리를 따라 한강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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