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찻잔 속 태풍이 지나간 자리

I.P.O 웹소설

by 김태훈

오전 8시 대한증권 잠실지점 회의실

조용한 지점장의 일장 훈시가 이어지고 있다. 중화태양광 횡령사건으로 고객문의 응대에 주의하라는 말로 회사 차원에 시장조성을 피하기 위해 중화태양광을 조직적으로 매수한 것에 뒷말이 나올까 본사의 우려가 있는 모양이었다

돈이 걸린 문제로 중화태양광의 주가가 잘 오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렇게 횡령사건도 발생하고 공매도로 주가도 약세를 보일 때는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뇌피셜이 온라인을 도배질해 없는 죄도 만들어지는 시기가 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은 말 그대로 시장이기 때문에 각종 억측과 소문이 무성한 곳으로 사실과 이런 소문이 뭉치면 없는 이야기도 만들어 내 시장참여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이런 결과로 주가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나마 막연한 기대감을 주는 호재성 소문은 주가를 밀어올리기라도 하지 음해성 악재들은 개인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투매를 가져오기도 한다

벌써부터 온라인에서는 대한증권이 고객돈으로 조직적으로 주식을 사들여 시장조성을 피했다는 루머가 돌고 있는데 본사 법무팀이 가짜뉴스와 왜곡보도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의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고 엄포를 놓고 또 다른 한편으로 홍보팀이 주요 일간지에 칼라광고를 내면서 부정적인 기사들을 내리고 있다는 말이 돌았다.

증권사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돌게되면 언론사들이 신나게 되는데 의도치 않게 광고비 집행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알아서 증권사 홍보팀에 연락을 넣어 악재를 희석할 호재성 재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물론 호재성 재료나 보도자료와 함께 광고도 건네지는데 이런 거래관계가 주식시장에서는 일반화 되어 있기에 광고를 매개로 언론과 상장사의 공생관계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중화태양광에 진짜 악재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에 작은 악재 하나가 공개되었을 뿐인데 이런 사실을 모르는 정현수 차장은 거래정지가 풀린 중화태양광이 V자 반등할 것이라고 설레발을 풀어놓으며 조용한 지점장의 기분을 풀어주고 있었다

고참 영업사원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자랑하며 아침 회의 시간은 중화태양광이 V자 반등 할 것이라는 분위기로 끝이 났는데 마바라들의 향연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아침회의 였다

아침회의 가 끝나고 김태산 대리와 한용수대리가 방으로 돌아가며 대화한다. "중화태양광 어떻게 할꺼야?" 한용수 대리가 물었다

"응 선배들 말 대로 오르면 팔아야지 진짜 악재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김태산 대리는 더 큰 악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매도할 거라고 대답했다.

"그래 난 좀 지켜보다 진짜 V자 반등이 나오는지 보고 판단할려구. 정현수 차장이 설레발 치는게 지점장 기분 좋으라고 하는 것이지만 고장난 시계도 하루 2번은 시간을 맞춘다고 아무래도 감이 V자 반등 같기도 하거든"

한용수 대리가 말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김태산 대리는 한용수 대리 말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이 복잡한지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고 방으로 들어가 고객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한다

김태산 대리는 V자 반등이 나오면 조금이라도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한다고 고객들을 설득했지만 오히려 고객들은 V자 반등이 나올 것 같으면 시초가에 물타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곤 했다

고객들도 주식시장에서 경험이 쌓이다보니 V자반등을 이용해 물타기를 하면 손실을 조금 더 빨리 만회하고 손해도 줄이고 수익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고객들에게 한참 전화를 돌리고 나니 9시 개장 시간이 다가왔다

오전 8시 50분 동시호가에서 중화태양광의 거래는 재개 되었고 매수 주문이 많은지 예상 시초가가 5%정도 올라 시작할 것 같은 분위기다. 시초가 직전에 주가가 오를 것 같은 가짜 매수호가를 집어 넣어 추격매수를 유인하고 개장 직전에 매수주문을 취소해 비싼 호가에 매수주문을 낸 투자자들에게 물린 주식을 던져버리는 수법이 횡행하고 있다

중화태양광은 그런 케이스에 딱 어울리는 종목이었다

김태산 대리의 고객들은 일단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우세했는데 망설이는 고객을 설득하지 못하는 영업사원은 실적이 나쁠 수 밖에 없었다

김태산 대리는 차마 중화태양광에 더 큰 횡령사건이 은폐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줄 수 없었다. 자칫 가짜뉴스를 양산한 사람으로 몰릴 수 있기도 하고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를 했다고 소송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전 9시 개장과 함께 중화태양광은 2%대 강세로 시초가를 만들었다 금새 보합으로 내려앉았다. 어제 거래정지된 횡령사건 뉴스에 개인투자자들이 불안해 매도하는 물량이 개장 초에 몰렸기 때문이다

중화태양광 주가가 계속 밀려 마이너스로 내려앉는 순간 객장TV의 증권방송에 투자전문가라는 사람이 등장해 아침에 정현수 차장이 회의 시간에 한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며 V자 반등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중화태양광은 2%대 가격에서 시초가를 만들고 매물이 쏟아져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흘러내리고 있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는 주식전문가의 방송에 개인투자자들이 V자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묻지마 매수에 가담하는 모습이다. 객장의 아주머니들은 방송을 보자마자 각자의 거래 영업사원에게 매수주문표를 주거나 전화를 해대기 시작한다. 객장 아주머니들 중 잠실지점에만 계좌가 있는 것이 아니라 주력은 대치동이나 압구정동 지점에 두고 집근처 잠실지점엔 마실 나오듯 하는 분들도 많았다

대치동이나 압구정동 지점은 더 큰 뭉칫돈이 움직이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 잘 알려진 종목은 이들 개인투자자들 돈으로도 주가를 밀어올릴 수 있을 정도다.

특히 대치동은 학원의 성지 답게 일타강사들이 큰 손으로 주식을 움직이는데 대부분 강의를 저녁시간에 하기 때문에 낮시간에는 HTS로 매매하는 억대 일타강사들이 많았다

그래서 대치동 희수염고래라는 흰 턱수염을 한 스타일타강사가 찍은 종목은 기여코 주가급등을 하고 만다는데 스타 일타강사의 학부모 팬들이 추종매매를 하기 때문에 흰수염고래 일타강사가 강의중에 찍어준 종목은 아이들을 통해 학부모에게 전달되고 이는 매매로 이어져 흰수염고래 일타강사가 선행매매로 돈을 버는 것과 마찬가지가 되었지만 이런 추종매매가 커지면 주가 방향마져 돌려버리기 때문에 선행매매를 한 흰수염고래 일타강사나 추종매매를 한 학부모 모두 초기에는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증권방송에서 중화태양광의 V자 반등을 보도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중화태양광은 다시 급등하기 시작했다

김태산 대리에게 중화태양광을 추가로 사서 물타기 하자는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증권방송의 주식전문가가 주장한 중화태양광의 V자 반등은 다른 어떤 정보보다 단순히 고점 대비 주가가 많이 급락했다는 점이 매수이유가 되고 있는데 일명 묻지마 매수세가 만들어진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제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매수세로 갈아타는 모습으로 중화태양광의 V자 반등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개장한지 1시간만에 중화태양광은 하락과 급반등을 보이며 +5%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때 지점장실에서 박장대소가 흘러나왔다. 중화태양광 주가가 반등하면서 어제의 거래정지나 횡령같은 악재는 이제 모든 투자자들이 알고 있는 그저그런 뉴스로 악재로써 주가에 반영이 끝났다는 인식이 자리잡은 것 같았다

아직 조용한 지점장도 진짜 악재를 모르고 있는 눈치다.

오히려 이제 악재가 반영된 주가에 싼 가격으로 매수해야 한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어 V자반등이 실제로 나타난 것이다

주가는 심리싸움이라고 하는 증시격언이 있는데 투자자들이 주가가 싸다고 생각하게 만드는데 성공하면 그 이후는 묻지마 매수세가 유입되어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고가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이미 투자자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정신줄 놓은 상태라 이럴 때 증권영업사원이 뜯어 말리다 주가가 올라버리면 욕 먹기 일쑤가 되기 때문에 군소리없이 매수주문표를 받아 단말기에 잽싸게 매수주문을 넣어줘야 한다. 어차피 추격매수를 할 것이 아니라 한두호가 밑에 내는 주문은 체결되기 어려운 분위기라 굿이 뜯어 말릴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한두호가 낮은 주문이 체결되면 다시 주가는 흘러 내릴 가능성도 있기는 한데 워낙 단타꿑들이 많이 달라붙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화태양광에 대해서는 이미 시장의 분위기가 이전의 급락으로 싸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주가가 급락한 이유가 얼마 안되는 횡령액수에 기인한다는 생각이 투자자들 머릿속에 자리잡아서 싼값에 저가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심리가 지배하고 있었다

중화태양광은 개장한지 2시간만에 10%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고 이런 분위기면 오전장에 상한가를 칠지도 모를 상황이다

김태산 대리는 최선을 다해 고객들에게 중화태양광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었지만 차마 더 큰 횡령사건에 대해서는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설득에는 실패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집에서 HTS로 주가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은 역발상을 동원해 중화태양광을 더 사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김태산 대리를 설득하는 고객도 많았다

개장 초에 중화태양광의 V자반등을 확신한 투자자들이 매수주문을 낸 것들이 있었는데 벌써 10% 이상 수익이 난 상태라 김태산 대리도 팔라고 한 자신의 투자조언이 부끄럽다고 느낄 정도로 시장은 비이성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오전 11시 30분 중화태양광에 갑자기 매수세가 강하게 몰아치면서 주가는 15% 급등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진짜 주가는 며느리도 모르는 것인가 보다" 김태산 대리가 혼잣말로 되뇌이고 있을 때 상한가 매수잔량이 100만주가 순시간에 쌓이게 되었다

박현주 차장이 지점장과 식사하러 나가며 같이 가자고 눈짓을 준다. 김태산 대리도 따라 나섰다

지점에는 전화벨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려퍼지고 이성을 잊어버린 투자자들의 사자는 아우성 소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조용한 지점장과 박현주 차장 김태산 대리가 한 테이블에 앉았고 여직원들이 또 한테이블을 차지했다

조용한 지점장이 기분이 좋으셨는데 비교적 비싼 불고기집으로 가 불고기정식을 시켜 주었다

조용한 지점장이 입가에 미소를 보이며 김태산 대리에게 말한다 "주식시장은 항상 상대적인거야. 정보를 더 아는 놈이 그에 맞춰 자기 포지션을 제대로 잡을 수 있고 그래야 수익이 나는거지, 하지만 어설프게 정보를 알아서는 손해보기 쉽상이지. 사람들이 다 아는 투자정보는 이미 수익을 내려는 세력들의 계산기에 다 들어가 있는 수가 될테니 말야"

김태산 대리에게 하는 말로 발로 뛰어 정보를 얻으려 기업탐방을 가고 하는 모습은 좋지만 기업 경영진과 내밀한 경영에 대해 대화해 얻은 정보같은 비공개 정보가 아니면 정보로써 가치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예 지점장님, 이번에 또 배우게 됩니다. 주식시장 진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조용한 지점장과 박현주 차장은 후배이자 부하직원인 김태산 대리의 말에 뭔가 자신들이 가르쳐준 것이 있다는 듯 뿌듯한 미소를 보인다

박현주 차장이 말한다 "그래도 우리 김태산 대리가 직접 기업탐방도 가고 좋은 정보도 물어다 주고 하니 애널들 보고서보다 훨 났지요.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지점장님한테 그래도 김태산 대리를 좋게 말해 주는 모습이다.

대한증권은 모두가 공채로 입사해 기수문화라는 것이 있는데 선후배가 끈끈하게 끌어주고 밀어주는 문화라는 것이 있다. 옛날 문화라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 학연, 지연, 인연과 같은 끈을 중요시 하는 것에 바팅을 둔 인간관계인데 사람들간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가치관 같은 것이다

그렇지만 돈이 관여되면 뒷통수 치기 일쑤고 요즘은 딱 술자리나 밥값을 내는데 선후배가 중요시되는 것 같았다

조용한 지점장과 박현주 차장은 중화태양광의 주가급등락에 김태산 대리가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는 조용한 지점장과 박현주 차장이 모두 중화태양광의 횡령사건이 이미 시장에 다 알려진 사건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시장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묻지마 매수를 보여 상한가를 만들 것이다

김태산 대리는 진짜 큰 횡령사건이 아직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기에 공매도를 때릴 수 만 있다면 큰 돈을 벌 수 있을텐데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개인투자자들의 묻지마 매수로 주가가 오르면 오를 수록 공매도 세력들의 수익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현주 차장이 조용한 지점장에게 묻는다 "이번에 중화태양광이 어디까지 다시 급등할까요?"

조용한 지점장이 답한다 "아마추어처럼 왜 그래? 그걸 알면 내가 달러빚내서 미리 샀지,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매수로 만든 주가 급등이 정신차릴 때까지 랠리로 가는거지 이미 고점대비 반토막 난 주가인데 싸보이는 주가가 이제 비싸다 생각될때까지는 가는거지"

조용한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를 보고 말한다 "김대리는 중화태양광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들 동향을 매일 체크해 이상징후가 보이면 즉시 보고해주세요"

조용한 지점장도 개인투자자들이 비이성적으로 묻지마 매수로 끌어올린 주가에 대해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를 우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외국인투자자라고 부르지만 사실 외국인투자자로 등록되어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대부분으로 뭉짓돈을 움직이기에 주가의 방향을 정한다고 할 수 있는 주요 투자세력이다

기관투자자들이기 때문에 공매도에도 자유로운데 주식을 빌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공매도를 칠 수 있기 때문에 주가급등 종목에는 공매도를 조심해야 했다

짧은 점심식사를 마치고 지점으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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