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나비효과

I.P.O 웹소설

by 김태훈

오전 8시 대한증권 잠실지점 아침회의 시간

김태산 대리는 어제 한중장을 찾아 이철민 사장과 마오타이로 달려서 그런지 숙취가 남아 있는 모습이다. 아무리 명주라고 이름난 고급술이라도 술은 술이기 때문에 숙취가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지점장이 아침회의 시간에 김태산 대리에게 중화태양광 관련 추가정보가 있는지 물었다

"어제 중국쪽 잘 아는 정보통을 만나 중화태양광에 횡령사실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김태산 대리의 말에 아침회의 시간에 참석한 모든 잠실지점 증권영업사원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조용한 지점장은 혼자서 약 20억원 정도의 고객자산에 중화태양광을 싣고 있어 더 놀란 표정이다

조용한 지점장 입장에서는 오동추 강남지역본부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중화태양광으로 실적을 내 임원자리를 노렸지만 자칫 고객에게 큰 피해를 입혀 소송에 휘말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승진보다 불명예 퇴직을 강요당할 수 있어 어떻게든 빠져 나와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횡령금이 얼마 정돈데?" 조용한 지점장이 물었다

김태산 대리는 어제 이철민 사장에게 들은 것을 다 말해 주려다 이번 공모자금 3000억원을 다 횡령당했다고 하면 증시에 소문이도는 건 금새라 말을 아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예 중화태양광 경리 직원이 한달치 직원 월급을 갖고 튀었다고 합니다" 김태산 대리가 말 했다

정현수 차장이 말한다 "아니 중화태양광도 대기업으로 알려져있는데 직원월급을 현금으로 찾아서 준단말야?"

김태산 대리가 말한다 "중국은 아직까지 월급봉투에 현금을 넣어서 월급을 주는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중국은 신요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안되어 있어 현금거래가 많은데 중국 식당에 가 보면 카드가 안되는 곳이 여전히 많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들이 일수가방 같이 현금이 든 손가방을 갖고 다닌다고 한다

조용한 지점장이 "그래 정확한 액수는 모르고? 횡령규모가 크지 않으니까 공시도 안나온 것 아닌가?" 김태산 대리를 바라보면 물었다

김태산 대리는 "정확한 액수는 알 수 없지만 한달치 직원월급이니 몇십억원 규모는 될 겁니다"

오늘 아침 회의 시간은 중화태양광으로 무겁게 끝이 났다. 평소같으면 정현수 차장의 재미있는 입담과 전날 매매과정에서 있었던 일 그리고 오늘의 투자전략으로 전의를 다지며 재미있게 끝났을텐데 중화태양광에 다 물려 있으니 그럴 기분들이 아니었다

오전9시 개장과 함께 중화태양광이 오랜만에 반등이 나오는 모습이다. 어제 장 막판에 하한가로 끝나지 않고 -10% 정도에서 버텨준 것이 이제는 바닥을 보았다는 느낌을 투자자들에게 준 것이다

김태산대리는 중화태양광을 아직도 팔지 못한 고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매도를 권하고 있었지만 반등이나오는 주가를 보고 어제보다 더 망설이는 투자자들이 더 많아졌다

오전장 동안 중화태양광은 5% 남짓의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손님들 중에는 3일 연속 폭락 한 후 중화태양광이 반등이 나왔다고 V자 반등을 기대하며 매수주문서를 던져주는 분도 있었다

객장에 나와 있는 고객들은 대부분 나이 많은 중년의 아저씨들과 동네 아주머니 투자자들이 사랑방처럼 모여 있어 수다를 떨다가 누가 좀 재미를 봤다는 종목이 있으면 슬그머니 매수주문표를 적어 영업사원에게 던져주고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장이 좋을 때는 완전히 돗떼기 시장같은 분위기인데 이런 왁자지껄한 모습이 진짜 시장통 같다는 느낌이 들때도 많았다

하지만 투자상담을 통해 자기 실력을 고객에게 어필해야 하는 증권영업 직원들에게 객장 고객들이 던져주고 가는 매매주문서는 받아서 그대로 단말기에 입력했다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거나 올라 손해가 발생하면 종종 싸움꺼리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는 주문표를 들고 객장의 고객에게 가서 매매주문이 맞는지 반드시 물어보고 입력하는 것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을 미연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날도 그렇게 중화태양광 매수주문표를 던져주는 고객들이 꽤 있었는데 오전장에 오랜만에 오르는 모습을 보니 V자반등을 확신하는 고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처음 몇 명은 그렇게 객장으로가서 일일이 고객에게 매수여부를 구두로 확인 했지만 이런 주문표가 점점 쌓여가니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들다고 김태산 대리도 생각하게 되어 그냥 받은 매수주문표를 그대로 단말기에 주문으로 넣게 되었다

그러다 주문이 안 들어가고 거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중화태양광의 거래가 정지된 것이다

공시사항을 보니 조회공시가 들어온 것인데 한국거래소측에 이제야 중화태양광 횡령소문이 들어간 것 같았다

시장 풍문에 대한 조회공시인데 오늘 장 종료 전까지 공시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 상장사측에서 두리뭉실하게 공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나 중국기업은 해외에 본사가 있기 때문에 조회공시에서 배려를 받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못했다

중국기업은 시차도 한시간 나고 해외기업이기 때문에 조회공시의 경우 다음 날 거래시작시간 안에 공시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중화태양광의 횡령사고에 대한 조회공시는 오늘 장 종료까지로 되어 있어 특이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마침 객장TV 증권방송에서 속보라고 중화태양광의 횡령관련 조회공시가 들어갔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아까 매수주문표를 던져준 아주머니들이 김태산 대리방에 몰려와 자신의 주문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왔다

모두 체결되었다고 하자 한 아주머니가 왜 다시 묻지도 않고주문을 냈냐고 따져 물었다

마지막에 주문이 거부된 그 매수주문표 아주머니였다. 김태산 대리는 그 거부된 주문표를 들고 따져묻는 아주머니에게 들이밀며 매수주문표를 준 시각이 거래정지된 시간 이후라 거래가 거부되었다고 말하며 주문표를 다시 돌려주었다

큰소리로 따져묻던 아주머니가 민망한 표정으로 매수주문표를 받아들고 지점을 도망치듯 빠져 나갔다

아주머니들도 우스운 상황에 더 따지지도 못하고 모두 우루루 점심식사를 위해 지점을 빠져 나갔다

순간 지점에 정적이 돌았다. 김태산 대리가 지점장실을 보니 큰 유리 넘어 지점장이 담배를 연신 피워 물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오전장에 중화태양광 주식이 반등하니 미처 팔지 못하고 기다리다가 거래정지로 물린 것 같았다

주식시장에 오래된 베테랑도 이런 상황에선 망설이다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으로 오늘은 조용한 지점장이 제대로 물린 모습이다

장 종료시까지 중화태양광이 공시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졌다

김태산 대리는 몇일전에 공시대리인인 한중로펌의 마이클 최 변호사가 생각나 전화를 해 보았다

역시나 여기저기서 전화가 몰려오는지 통화연결음은 나오는데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

숨막히는 시간들이 흘러가고 있었다

잠실지점에서 가장 많은 중화태양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조용한 지점장은 어딘가로부터 걸려오는 고객들의 전화에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인처럼 전화를 받고 있다. 아마도 중화태양광에 물린 고객들이 따져 묻는 전화인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태산 대리도 여러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대부분 중화태양광을 팔지 못하고 망설이던 고객들이 김태산 대리의 전화에 팔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는 전화였다

2시 50분 오후장 동시호가에 들어갔는데 아직까지 중화태양광의 공시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한중로펌에서도 곤혹스럽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벽시계의 초침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오후 2시 55분 드디어 중화태양광이 조회공시가 올라왔다

"중화태양광 경리부 말단 직원이 일부 현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해 횡령금액을 회수하고 있다"는 짤막한 공시였다. 말미에는 구체적인 사안이 확정되는데로 재공시하겠다는 관용어가 붙어 있었다

일단 중화태양광측이 경리직원의 횡령사실은 실토한 것이다.

내일 아침 중화태양광은 횡령액수가 얼마 안되기 때문에 거래재개가 획실해 보인다

이제 중화태양광 주가를 짓누르던 알 수 없던 악재는 사라졌다는 안도랠리가 펼쳐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지만 김태산 대리는 더 큰 횡령사건을 알고 있기에 더 걱정이 되었다.

시장내에서 남들이 알지 못하는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은 투자에 있어 수익을 올릴 기회를 갖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을 개선하려고 공정공시제도를 만들어 놨지만 그물망이 촘촘하지 않고 성그니 그 사이로 빠져나가는 문제가 더 많아 보였다

한국거래소는 공정공시제도를 만들어 놨으니 자신들의 할일은 다 했다고 하는 것인데 이미 시장의 작전세력이나 상장사 공시담당자들은 그 빈 구멍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공정공시제도로는 정의의 비대칭성을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상장사가 기관투자자나 외국인투자자들에게 먼저 경영상 중요 문제를 누설할 경우 공정공시제도에 위배되는 사안이지만 이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기도 하고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관련내용을 외부에 주었는지 여부를 표기하게 되어 있지만 대부분 그런 사실 없다고 보고서 말미에 써 놓는다

하지만 사실 종이로 된 보고서나 전자문서 양식의 보고서를 안 주었을 뿐 보고서 내에 쓰여 있는 내용을 애널리스트들이 기관투자자인 펀드매니저 앞에서 직접 구두로 브리핑을 먼저하고 법인영업팀을 통해 주문을 위탁받으니 보고서를 준 적 없다는 말은 맞지만 관련 내용을 구두로 전달한 사실은 있기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 될 것이다

지점에서 증권영업을 오래하다보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보고서가 나왔을 때는 미리 사두고 있던 기관투자자들이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 어리숙한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애널리스트가 보고서를 내놓으면 즉시 인터넷경제매체가 받아서 실시간으로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이후 활자화된 신문과 TV뉴스가 받아 보도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주식매수 주문을 내게 되는데 이때 이미 기관투자자들은 애널리스트의 구두브리핑을 받아 매수가 끝난 상황으로 주가가 개인투자자들의 뒤늦은 추격매수에 오르면 여기에 기관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보고서 내용이 뉴스를 타고 시장에 퍼지면 한꺼번에 매수하자고 달려들기 때문에 유동성도 많아져 기관투자자들은 비싼 가격에 한꺼번에 보유지분을 털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에 의해 쓰여진 보고서의 내용은 상장사도 널리 알리고 싶어 하는 내용이고 이를 받아 보도하는 인터넷경제신문이나 기존 언론사들의 보도는 개인투자자들이 매수에 달라붙으라고 북치고 장구치는 선전에 불과한데 이미 반대편에서 매도기회를 노리는 큰 손이 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에게 억대연봉을 주는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아니라 기관투자자인 펀드매니저의 위탁주문을 대행하는 법인영업부가 받은 수수료이기 때문에 결코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보고서를 내놓는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론 주니어 시절의 애널리스트들은 직접 기업도 방문하고 발품을 팔아 상장사 기업경영 내용을 수집해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도 이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지만 이들이 주니어를 벗어나 억대연봉의 애널리스트가 되었다는 건 지금의 증권사 수익시스템에 한명으로 올라섰다는 의미가 된다

하여간 조회공시에 중화태양광이 의외로 빨리 답변을 내놓아 김태산 대리는 좀 의아하게 생각되었는데 전에 김태산 대리가 동기들에게 카톡으로 알린 중화태양광의 횡령사실이 일파만파가 되어 조회공시 답변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나비효과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장이 끝나고 객장의 TV증권방송애서 중화태양광의 조회공시 내용에 대한 보독사 나왔다. 단신으로처리되었지만 중화태양광에 횡령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고 있다는 뉴스였다

이제 중화태양광의 횡령사고는 모두가 아는 사건이 되었고 더이상 주식시장에선 악재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모두가 다 아는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다"라는 주식격언처럼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할 뿐 모두에게 알려진 악재는 이제 하나의 참고할 정보에 지나지 않았다

중화태양광에 대한 조회공시 답변이 나왔기 때문에 거래정지는 바로 풀렸지만 장 종료로 거래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시간외 거래에서는 매매가 가능했는데 김태산 대리는 중화태양광의 시간외 거래를 확인해 봤다

의외로 아직 큰 변동은 없어 보였다. 시장참여자 모두 중화태양광의 짤막한 조회공시답변에 대해 해석하고 있는 시간 같았다

김태산 대리 방의 전화벨이 울린다. 내선번호로 지점장이었다. 김태산 대리는 지점장의 호출을 받고 지점장실로 향했다

지점장은 오후 내내 타는 속에 연신 담배를 피워대서 지점장실에 담배연기가 가득했다. 김태산 대리는 지점장실에 들어가자 마자 창문을 열고 담배연기를 빼냈다. 지점장이 앞에 쇼파를 가르키며 김태산 대리보러 앉으라 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조용한 지점장이 김태산 대리에게 묻는다

"이제 중화태양광 주가는 어떨 것 같아요?" 지점장이 중화태양광에 많이 물려 있는 것 같았다

"예 일단 조회공시에 횡령사실을 실토했으니까 악재가 주가에 반영되는 수순을 밟겠지요. 이후 악재가 반영된 주가에서 반등이 나올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김태산 대리는 V자 반등을 예상한 것이다

조용한 지점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더 이상 추가적인 악재가 나오지 않으면 V자 반등이 가능성이 있지" 그으 말에 조금의 의구심이 남아 있는 듯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중국기업치고는 조회공시 답변이 빨랐다는 생각 안 들어요" 조용한 지점장의 질문은 미리 준비된 답변일 수 있다는 의미로 조회공시로 거래정지된 반나절 사이에 나올 답변은 아닌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든 것이다

"예 전도 그 점은 좀 이상하긴 했습니다" 김태산 대리가 답변을 했다.

"김대리가 중화태양광 정보를 좀 더 알아봐줘요" 조용한 지점장의 지시였다

"예 추가적인 정보가 나오는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김태산 대리는 이 말을 끝으로 지점장실을 나왔다

조용한 지점장이 당분간 중화태양광을 팔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좀 전의 대화에서 알 수 있었는데 추가적인 정보를 달라고 한 것은 매도 타이밍을 잡아보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김태산 대리는 방으로 돌아와 오늘 일을 보기하며 중화태양광의 향후 주가에 대해 상상해 보았다.

시간외 거래에서 중화태양광 주가는 상한가를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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