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웹소설
오후 6시 김태산 대리는 여의도에서 이한호 대리를 택시에 태워 연희동으로 향했다
택시는 서강대교를 넘어 금새 연희동 "중화요리 한중장" 앞에 둘을 내려주었다
"한중장" 벌써 60년된 중국요리집으로 한국전쟁 직후에 연희동에 자리를 잡고 한국화된 중국요리를 파는 곳으로 유명한 화교가 하는 중화요리집이다
이한호 대리는 한중장의 이철민 사장을 고객으로 모시고 있는데 중국쪽 정보가 빠삭한 분이라고 한다
이한호 대리가 대한증권 차원에서 중화태양광을 매수추천했을 때 이철민 사장은 중국 쪽 안테나를 돌려보고 좀 이상하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래도 이한호 대리와의 거래관계가 있어 조금 투자 했다가 주가가 따블이 나자 추가 투자를 했다 크게 물린 상황이다
이후 중화태양광에 대해 중국쪽 정보를 몇개 이한호 대리에게 알려준 적이 있다고 택시를 타고 오는 동안 이한호대리가 설명해 주었다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는 택시에서 내려 한중장 식당 앞에 서서 잠시 식당을 쳐다 보다 식당안으로 들어갔다
이한호 대리를 알아본 직원이 방갑게 인사하고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둘은 조용히 대화하기 좋은 안쪽의 방으로 안내받았는데 오래된 집이지만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공을 들인 모습이라 꽤 비싼 집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둘은 자리에 앉아 직원이 건네준 메뉴판을 살펴보고 있다
곧 있으니 한중장 주인인 이철민 사장이 방에 들어왔다
이한호 대리 설명으로는 이철민 사장은 3대째 한중장을 물려 받은 창업주의 손자로 현재는 프랜차이즈 식당을 대만 타이뻬이와 중국 뻬이징과 상하이 등에 갖고 있어 중국쪽 정보망이 뛰어나다고 한다
사실 중국 대사도 자주 찾을 만큼 중국쪽 인사들에게 유명한 곳이라고 하는데 중국과 대만의 정상회담의 사전 준비작업을 이 곳에서 주한 중국대사와 대만 무역대표부 대표가 했던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이철민 사장이 김태산 대리와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시는데 불편함은 없었구요. 먼 길을 찾아주셨는데 맛난걸 대접해 드려야죠" 이철민 사장이 메뉴판을 보고 요리를 주문해 주었다
"그래 무슨 일로 저를 만나자고 했지요?"이철민 사장이 물었다
김태산 대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중화태양광에 대해 좀 알아보셨다구요?"
이철민 사장의 표정에 중화태양광에 물려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아 중화태양광, 우리 이한호 대리가 그 종목을 추천해서 좀 먹다가 제대로 물렸네요"
김태산 대리도 이철민 사장 표정을 보고 너무 성급하게 이야기를 꺼냈나 후회가 되기도 했다. 옆자리에 앉은 이한호 대리는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다
"현재 중화태양광 중국 본사에서 횡령사고가 났다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김태산 대리가 다시 말한다
이철민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예, 알고 계시군요. 저도 물린 다음에 안테나를 돌려보니 우리 뻬이징점장이 알려주더군요. 횡령액이 꽤 되는 것 같아요"
이철민의 말에 김태산 대리가 흠짓 놀란 표정이다. 횡령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횡령액이 크다는 소린 아직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철민 사장은 말을 이어갔다 "리쩌웨이 사장이라고 중화태양광 창업자인데 1년 전 쯤 외부투자를 받고 동사장에서 총경리가 되었다고 하더군요"
김태산 대리가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표정을 짓자 이철민 사장이 설명을 이어간다
"아 모르세겠구나, 중국에서는 진짜 주인을 동사장이라 부르고 전문경영인을 총경리라고 부르죠. 즉 리쩌웨이 총경리는 창업주는 맞지만 동사장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김태산 대리는 중화태양광의 사업보고서에 리쩌웨이 사장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것을 본 기억이 있어 이철민 사장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말은 사업보고서가 잘못 작정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나도 물리기 전에 더 알아보고 투자했어야 했는데 최근들어 우리 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들 중에 동사장이 바뀐 경우가 꽤 된다고 들었어요. 대부분 총경리가 되어 회사에 남아 있지만 예전과 다른 바지사장들이 된거지요"이철민 사장의 설명은 이어졌다
김태산 대리는 이철민 사장의 설명을 듣고 리쩌웨이 중화태양광 사장이 돈을 갖고 튄 횡령범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이번에 중화태양광 횡령사건은 한달치 월급을 은행에서 찾아오던 경리가 한달치 돈을 갖고 튄것에서 시작한 거라고 하더군요"
이철민 사장의 설명을 듣다 김태산 대리는 머릿속이 좀 혼란해 졌다다. 자신이 생각한 리쩌웨이 사장의 횡령이 아니라 경리직원의 횡령이면 얼마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리가 직원들 한달치 월급을 갖고 튄 후에 동사장 쪽에서 감사를 하는데 리쩌웨이 총경리가 중화태양광 법인계좌에 있던 현금을 몽땅 갖고 튀었다고 하더군요. 우리 증시에 상장하며 받은 3000억원의 공모자금 전체를 포함해 법인 계좌에 있던 돈을 다 갖고 튀었다구요" 이철민 사장의 설명을 듣고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한호 대리가 이철민 사장에게 다시 물었다 "아니 저에게는 그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이철민 사장이 이한호 대리에게 답한다 "나도 조금 전에 들은 최신 정보야. 어제 이한호 대리 전화를 받고 중국쪽 점장들에게 알아보라고 시켰지. 중국에서 되는 일도 없지만 안되는 일도 없다고 꽌시가 좋으면 중국 최상층부의 정보도 내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아"
이철민 사장은 은근 자신의 꽌시가 좋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쪽하고 거래햐보면 알겠지만 워낙 뻥들이 심한 동네라 이철민 사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
"하여간 지금 중화태양광은 법인자금이 모두 사라져 꽤 어려운 상황에 빠진 것 같아요. 원래는 동사장측이 돈을 빼갈려 했는데 고비사막 프로젝트를 일본 소프트뱅크하고 같이 한다고 소프트뱅크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자받기로 해 자금을 법인계좌에 넣어두었다가 당했다고 하더군"
이철민 사장의 설명을 듣고 김태산 대리는 왜 고비사막 프로젝트가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중국 뻬이징에서 중화태양광 리쩌웨이 사장과 소프트뱅크 중국법인 대표가 투자MOU를 체결한 것을 TV뉴스를 통해 본 기억을 상기해 냈다. 결국 이 상황이 리쩌웨이 사장이 그려놓은 횡령사건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 중화태양광 동사장측에서 사람을 풀어 리쩌웨이 총경리를 쫒고 있는 것 같은데 중국에서 작정하고 숨기로 하면 쉽게 찾을 수 없지. 거기다 큰 돈까지 갖고 튀었으니 쉽게 잡히지는 않을거에요"
대화를 하고 있는 중에 이철민 사장이 시킨 중화요리들이 나오는데 여직원이 들고 온 것은 야끼만두 한접시였다
이철민 사장이 테이블에 올려진 야끼만두를 보며 말한다 "우리집이 저까지 3대째 내려오면서 명맥을 유지하고 이제는 중화권에 프랜차이즈를 구성한 경쟁력은 바로 야끼만두에 있습니다"
이철민 사장이 젓가락으로 야끼만두 한개를 집어 들어 자랑스럽게 김태산 대리 앞접시에 올려 놓았다. 먹어보란 눈짓과 함께 말이다
김태산 대리는 야끼만두를 한 입 베어물었는데 육즙이 터지며 뜨거운 김이 입안으로 밀려들어 데일 것 같은 불안감이 잠깐 들었지만 이내 입안에 퍼지는 맛있는 만두소와 바삭한 만두피의 하모니에 맛의 황홀경을 느끼게 된다. 맛있는 야끼만두를 입으로 오물거리며 이철민 사장에게 엄지척을 해 보인다
이철민 사장이 기분이 좋은지 웃으며 말한다 "우리집 야끼만두는 가장 싼 메뉴지만 한번 맛을 보면 다시 찾게 만드는 마성의 맛을 가지 메뉴입니다. 야끼만두 한 메뉴로 한국땅에서 3대째 식당을 하고 중화권에 프랜차이즈 식당들을 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이철민 사장의 말속에는 3대째 내려온 중화요리집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철민 사장으 뒤로 방문이 열리면서 다른 메뉴들이 줄줄이 들어왔다
이내 이철민 사장은 여직원에게 귓속말로 뭔가를 지시하자 그 유명한 마오따이 한병을 여직원이 들고 왔다
"마오따이는 중국에서 뇌물로도 사용되는 명주인데 가짜가 많아서 중국 공항 면세점에서도 구입할 때 조심하셔야 합니다. 우리 식당은 중국 현지 지점을 통해 마오따이를 직접 수입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드셔도 됩니다"
이철민 사장은 마오따이를 열어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에게 한잔씩 따라주었다
셋은 마오따이를 받아 건배를 하고 쭉 들이켰다
김태산 대리는 중국 빠이주를 잘 못 먹는데 마오따이는 기존에 먹어보던 중국 술들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김태산 대리가 한잔 들이키고 놀란 눈을 하고 이철민 사장을 바라본다
이철민 사장은 이 장면이 재미있는지 웃으며 말한다 "많이 틀리지요. 지금까지 김태산 대리님이 드셔본 중국 술과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그랬다. 지금까지 동기들이나 손님들과 중국집을 찾아 식사를 하며 반주로 마신 중국술들과는 차원이 다른 고급진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철민 사장이 말한다 "진짜 마오따이가 갖고 있는 맛과 향을 가짜들이 아무리 똑같은 라벨링과 병으로 속이려 해도 속일 수 없답니다. 진짜는 진짜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요"
김태산 대리와 이한호 대리는 이철민 사장의 말에 고객를 끄덕였다
"중화태양광 관련해서 나도 물린 것이 있어 중국 뻬이징 지점장 통해 알아보고 있어요. 추가적인 정보가 들어오면 이한호 대리 통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철민 사장이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감사합니다. 중화태양광의 주가폭락으로 제 고객들도 많이 물려있어 힘들었는데 이철민 사장님 말씀을 들으니 힘이 나네요" 김태산 대리가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전했다
"그런데 혹시 중화태양광의 진짜 동사장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 김태산 대리가 궁금해서 물어봤다
이철민 사장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뗀다 "그게 참 이상해요. 누군지 알 수가 없어요. 중화태양광을 인수한 자금의 주인이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고 있어 나도 궁금하긴 합니다. 중국 정계 실력자의 돈이란 소문도 있고 중국 삼합회 돈이라는 말도 있어서 소문만 무성할 뿐이지 정작 누구 돈인지는 오리무중입니다"
이철민 사장도 진짜 모르는 눈치였다
"아 예 그렇게 꼭꼭 숨길 이유가 있는 돈인가 보군요" 김태산 대리가 말했다
이후 셋은 중국상장기업들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로 한참을 이야기하며 마오따이를 비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