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해야할지 말지 너무 고민돼요.

온기레터, 마흔 일곱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길어지는 이직 고민에 불안감이 커져요.

요즘 이직을 해야할지 말지 정말 고민이 됩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몸은 편한데 계속 제자리걸음만 하는 느낌이 들거든요. 몇 년째 비슷한 일만 반복하다 보니, 이렇게 물경력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도 커지고요.


비슷한 직무의 공고를 보면 ‘지금이 타이밍인가?’ 싶다가도, 본격적으로 자소서 쓰고 면접 준비할 생각을 하면 또 망설여집니다.


주변에서는 지금을 즐기라고들 하는데, 마음이 붕 떠 있는 채로 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점점 지치는 것 같아요.






✉️ 오늘의 답장편지

어쩌면 이직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온기님, 잘 지내고 계셨나요? 이직을 고민하고 계시다는 온기님의 편지에 깊은 공감을 하여 답장을 쓰게 되었답니다. 저 역시 물경력에 대한 두려움과 지금의 편안한 생활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거든요. 온기님께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저의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저는 멋진 공익광고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광고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명확한 꿈이 있었고, 어렵게 취업을 했으니 이제 달리기만 하면 나아갈 수 있을 거라 굳게 믿었죠. 하지만 회사 생활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멋진 일보다 누군가 해야하는 작은 업무들이 많았고, 팀 상황이 어려워지며 직무까지 변경이 됐어요. 자연스럽게 제가 기르고 싶던 능력을 키울 수 없는 환경이 된 것이죠.


연차가 높아지면 당연하게 경력이 쌓일 것이라 생각했던 제게 이러한 상황은 큰 불안으로 다가왔어요.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에 이직 준비를 지속했지만, 워낙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자리도 많지 않고, 다가온 기회에서도 좋은 결과를 받기 어렵더라고요. 거듭된 실패에 얼마 전부터는 모든 구직활동을 멈추고 회사를 다니는 중이랍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막상 이직 준비를 멈추니 이런 생활도 나쁘진 않더라고요. 많지는 않지만 꾸준히 월급이 나오고, 야근 없이 저녁을 즐기는 삶. 어쩌면 더 이상 숨가쁘게 지낼 자신이 없어서, 현실을 외면하는 중인 것 같기도 해요. 온기님 말씀처럼, 바쁘지 않으면 물경력이 되는 것 같아 걱정되지만, 일을 다니며 이직을 준비한다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온기님, 사실 저 역시 아직 명확한 답을 내리지는 못했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어요. 여느 때와 같이 이직 준비를 하던 어느 날, 다른 직종의 공고를 스크랩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순간 흠칫했죠! 저는 꿈을 되찾기 위해 이직을 결심했던 것인데, 준비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직 자체가 목표가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때 스스로에게 처음으로 물어봤어요. “그래서, 이직이 왜 하고 싶은데?”


그때부터 이직이라는 고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어요. 가장으로서 워라벨과 경제적 안정이 중요한 분, 가장으로서 워라벨과 경제적 안정이 중요한 분, 커리어 발전을 위해 스터디를 하며 때를 기다리는 분. 모두가 저마다의 이유로 이 자리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진심으로 멋지더라고요. 결국 이직은 단순히 일을 그만두고, 계속 하고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구나를 깨달았어요.


온기님은 삶을 꾸려갈 때, 어떤 가치를 가장 먼저 떠올리시나요? 저는 돌이켜보니 커리어의 성공보다 행복한 가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고요. 이 회사를 떠날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는 선택의 압박을 잠시 내려놓고 바라보니, 제게 우선되는 것과 나중되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직을 하게 되더라도,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는 기업으로 준비하는 것처럼요.


결국 정답이 없는 결정들이지만 스스로 충분히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것, 그리고 그 이유를 제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위안이 되더라고요. 온기님께도 이 작은 실천을 소개해 드리고 싶었어요 :)


온기님도 오늘만큼은 이직 고민에서 한 걸음 떨어져, 스스로에게 크고 작은 질문들을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그 질문 끝에 무엇이 있든, 온기님의 선택을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무언가 도전할 때 듣기 좋은 노래 하나를 추천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백예린의 ‘물고기’가사 처럼 온기님만의 삶을 찾아가시길 바라며, 안온한 겨울 보내시길 바랍니다.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6QJXEhWPsOluAFW8UrY_e4fOFB8.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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