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준비하며 서로 몰랐던 모습을 보게 돼요.

온기레터, 마흔 여섯번째 편지

by 온기우편함
안녕하세요 온기님, 오늘도 고운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

온기레터는 익명의 고민편지와 손편지 답장을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는 손편지 뉴스레터예요.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에 도착한 고민들 중, 공개를 동의해 주신 고민과 답장을 엮어 온기레터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힘들고 지친 하루 끝에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슬며시 온기레터를 열어주세요✨



✍️ 오늘의 고민편지

7년을 사귄 남자친구와 결혼을 앞두고 있어요.

제게는 만으로 7년을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요. 다음 달에 결혼을 하게 됐어요!


식장 예약과 스드메 예약까지 마쳤고, 내일은 예복 상담과 예약을 맞추러 가요. 오래 연애해서 결혼도 그 연장선일 줄 알았는데… 막상 준비하다 보니 서로의 새로운 모습과 낯선 상황들을 계속 마주하게 되네요.


모든 순간 설레고 기쁘지만, 문득 우리의 미래가 어떨지 겁이 나기도 한답니다. 매 순간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매일 행복했으면 좋겠네요! 슬픈 일이 있어도 하루를 넘기지 않을 슬픔이길 간절히 바라요.


제 주변 사람들과 이 편지를 보게 될 분도 앞으로 하루를 넘기는 슬픔은 찾아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 오늘의 답장편지

두려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귀하고 귀한 온기님


요 며칠 추위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에요. 가을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사이, 겨울이 다가오고 싶어서 슬며시 기척을 내고 있나 봐요. 하지만 이런 날씨쯤은 상관없이 햇살 가득 따뜻한 날들을 보내고 계시겠죠? 이렇게 행복이 뚝뚝 떨어지는 소식을 들으니, 저까지 덩달아 행복해 집니다. 늦었지만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결혼식이 다음 달이라 하셨으니, 이제 한 달 정도 시간이 지났겠네요.


혼자서 둘이 된 새로운 생활은 어떠신가요? 7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해오셨지만, 결혼은 이상보단 현실에 가까우니 여러 가지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결혼 25년 차입니다. 남편과 같은 거라곤 입 하나, 눈 두 개, 코 하나, 귀 두 개… 정도일만큼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르지만 (MBTI도 겹치는 게 하나도 없어요 :)) 25년 동안 큰 다툼없이 매일매일 ‘우리 너무 달라’라며 재미지게 살고 있습니다. 물론 살면서 늘 의견차가 있고,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칼로 물 베기 딱 그 정도 입니다. 그 파동이 오래 남을 때도 있지만요.


얼마 전에 결혼한 지 1년 정도 된 분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결혼하고 보니 연애할 때는 몰랐던 것들도 많고 우리가 이렇게 달랐었나 새삼 느낀다 하더라구요. 하지만 매우 행복한 얼굴로, 매우 행복하단 말도 함께요. 오죽하면 부부는 로또라는 말이 있겠어요. 맞을 확률이 거의 없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맞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산 로또가 일주일의 기대와 설렘이 되는 것처럼, 서로 다르고 맞는 게 없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하루하루 설렘과 기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이가 부부라고 생각해요. 평생을 함께 살아야 하는데 나랑 똑같은 사람보다 오히려 다 다른 게 더 재미있지 않나요,라고 소심하게 외쳐봅니다.


온기님과 남편분은 어떠신가요?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는 건, 이미 두 분의 관계에 많은 답이 담겨 있다는 것이겠죠. 우리는 흔히 서로 ‘닮았는지, 다른지’를 궁금해하지만, 때로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모습이 다를 때조차 존중하려는 마음이 관계를 오래 걷게 하더라구요. 7년이라는 시간을 결혼이라는 큰 걸음까지 이어지게 한 그 믿음과 힘이 두 분을 단단하게 지켜줄 거라 믿어요 :)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미래란 늘 조금은 두렵지만, 두려움이 있다는 건 그만큼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뜻인 것 같아요.


황중환 작가님의 ‘어묵’이라는 글이 있는데 참 좋더라구요. “추운 겨울날 거리를 지나가다 먹는 어묵꼬치와 따뜻한 국물 한잔… 때로 500원짜리 어묵 하나가 누구보다 따스한 위안을 줍니다. 사람도 서로 그런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길거리에 나서면 쉽게 찾을 수 있는 포장마차처럼 햇살 좋은 날엔 눈에 띄지 않아도 마음도 서늘하고 힘겨운 어느 날에 눈을 돌리면 꼭 곁에 서 있는 따뜻한 사람처럼 말입니다.”


온기님과 남편분도 언제고 눈을 돌리면 꼭 서로의 곁에 서서,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사랑으로 살아가시길 바라요. 모든 인생이 그렇듯 힘들고 슬픈 일이 없을 순 없지만, 온기님의 바람대로 하루를 넘기지 않는 슬픔이길 저도 마음 담아 소망하겠습니다. 겨울이 다가오기 전, 가을이 마지막 온기를 꼭 쥔 채 머물고 있네요. 두 분 모두 건강 잘 챙기시고, 매일매일 평안하고 행복하세요. 다시 한번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온기님 덕에 덩달아 행복한 온기우체부 드립니다 :)






익명의 고민에 손편지 답장을 전하는

온기우편함을 소개해요.


6QJXEhWPsOluAFW8UrY_e4fOFB8.HEIC 삼청동 돌담길 온기우편함 모습


온기우편함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는 게 당연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비영리단체예요.


2017년,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현실로 옮기고 싶었던 한 청년의 프로젝트에서 시작되었어요. 혼자인 것만 같은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내 이야기를 들어줄 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요. 온기우편함은 우리의 세상은 언제나 작은 다정함으로 바뀐다고 믿으며, 변함없이 진심을 담은 손편지를 전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마주치는 온기우편함이 따뜻한 위로의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언제나 온기님의 곁에 머무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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