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무침 두 번

다시 만든 반찬과 돈이 되지 않는 일의 가치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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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버는 일만 가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도 가치 있는 일이다.


캐나다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마 전 딸이 현지에서 무말랭이무침을 사 먹었는데 맛이 없었다는 말을 들었다. 엄마에게 그 말을 전했더니, 엄마는 직접 말려놓은 무말랭이가 있다며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엄마는 “예원이가 내가 한 깻잎무침도 좋아하더라. 그것도 해야겠다.”라고 하며 나보고 절인 깻잎을 사 오라고 했다.


퇴근길에, 경동시장에 들러 소금에 절인 깻잎을 만 원어치 사 갔다. 엄마는 내가 사 온 깻잎을 보더니 흐트러져 있고 크기가 일정하지 않다며 만족스러워하지 않았다. 한 장을 뜯어 입에 넣더니 짜다고 했다. 한 번 삶아 짠맛을 빼야겠다고 했다. 나는 깻잎을 놓고 집으로 왔다.

일요일 저녁, 엄마는 반찬 다 만들었다며 가져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바로 엄마 집으로 갔다. 식탁에 무말랭이무침과 깻잎무침이 양푼째 놓여 있었다. 엄마는 맛을 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깻잎이 흩어져 있어 한 장씩 추리기가 어려웠다며 허리를 두드렸다.

기억 속 엄마의 깻잎무침맛은 짭조름하면서도 달짝지근했다. 줄기 쪽을 하나 집어 따뜻한 밥 위에 올려놓고 먹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먹었다. 그런데 오늘 깻잎무침은 예전 맛이 아니었다. 씹으면 씹을수록 짠맛이 올라왔다.

“엄마 깻잎무침 좀 짠 것 같은데 색도 왜 이렇게 전보다 검어요?”

“검다고? 어머 이를 어쩌나! 내가 왜간장 넣는다는 걸 조선간장을 넣었나 보다. 아이고.”

“그래, 밥이랑 먹으면 되지 뭐.”라고 말했다.


집에 와서 저녁 밥상에 깻잎무침을 올렸다. 남편이 젓가락으로 깻잎 한 장 입에 넣자마자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앗, 이거 왜 이렇게 짜." 그의 말에 나도 한 장을 떼어먹었다. 엄마 집에서 먹었을 때보다 더 짠 것 같았다. 그래도 엄마가 만들어 준 반찬이니 버리더라도 딸에게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 날 회사에 있는데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예원 엄마야, 깻잎 다시 사 와라. 그거 짜서 못 먹겠다. 다시 만들어야겠다." 라고 말했다. 엄마의 말에 알았다고 대답했지만 고민이 됐다. 다시 만들 엄마를 생각하니 엄마가 힘들 것 같고, 안 사 가자니 엄마가 스스로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빼앗는 것 같았다. 결국 깻잎을 사 갔다. 이번엔 다른 가게에서.

엄마는 새 깻잎으로 또 깻잎무침을 만들었다. 가져가라는 전화를 받고 엄마 집에 갔다. 엄마의 목소리는 밝지 않았다. "이제는 반찬도 못 하겠다. 올리고당인가 뭔가 하는 거랑 매실액기스를 넣었더니 이번엔 너무 달아졌다."라고 했다. 순간 깻잎을 괜히 사다 드렸구나 싶었다.

한 장 떼어먹었다. 달았다. 그래도 나는 "깻잎무침은 좀 달아야 맛있어요. 짠 것보다 낫지. 이 정도면 맛있어요."라고 말했다. 그 말에 엄마는 소주도 넣고 파도 넣었다며 이번에는 맛있게 만들려고 했는데 나이가 드니 생각만큼 되는 일이 없다며 서글퍼했다.

그런 엄마를 보니 바로 집으로 갈 수 없었다. 나는 식탁에서 줌강의를 들으려고 핸드폰을 식탁위헤 올렸다. 핸드폰에서는 이번에 책을 출간한 작가 특강이 시작됐다. 엄마는 "너 말고 또 책 쓴 작가가 있냐?"고 물었다. 요즘 그런 사람이 많다고 했더니, 출판사랑 인쇄소만 돈 버는 거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책은 몇 권이나 팔았냐고 물었다. 나는 책을 팔아서 돈을 번 건 아니라고 했다. 엄마는 말했다.

"애쓰지 말고 편하게 살아."

틀린 말은 아니었다. 엄마는 평생 돈이 되는 일을 하며 우리를 키웠고, 지금의 집에서 살고 있다. 엄마에게 돈을 버는 일은 가족을 지키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돈이 안 되는 일을 붙들고 있는 딸이 안쓰러워 보이는 건 당연한 마음이다.

그런데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도 지금 돈이 되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캐나다에 있는 외손녀가 마트에서 산 무말랭이무침이 맛없었다는 말 한마디에 엄마는 깻잎무침을 두 번이나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다.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손을 멈추지 않았다. 비행기 타고 가서 건네줄 반찬 통 하나. 외손녀가 뚜껑을 여는 순간 맡게 될 냄새를 생각하며 엄마는 다시 깻잎무침을 만들었다. 생각만큼 맛있게 만들진 못했지만 그 냄새 속에는 마음이 들어 있다.

돈이 되지 않는 일에도 가치가 있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는 일은 돈보다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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