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항에서 울지 않았다

벤쿠버에서 돌아온 날 밤은 울었다

by 청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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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딸을 만나고 돌아온 날, 나는 울었다.

2년 전 딸을 밴쿠버로 보낼 때, 나는 공항에서 울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밴쿠버 공항에서 딸과 헤어질 때 눈물이 났고, 집에 돌아와서는 펑펑 울었다. 왜였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딸의 카톡을 확인했다.

"엄마,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앉아있던 자리에 엄마가 없어. 허전하네."

울컥했다. 2주 동안 딸과 함께 보낸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 중에서도 잊히지 않는 말이 있다.

"엄마, 난 최선을 다했어. 그래도 몸이 개선되지 않아."

나는 무심코 대답했다. 한두 달 해서 나아지는 게 아니라고, 꾸준히 해야 한다고.

"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하는데, 엄마는 왜 더 하라고 해? 그런 말 들으면 내가 뭔가 잘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숨이 막혀."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딸은 태국인 에릭, 멕시코인 조이, 또 다른 태국인과 집을 나눠 쓰고 있었다. 내가 왔으니 국이라도 끓여 나눠 먹고 싶었고, 부침개를 부치면 한 조각이라도 건네고 싶었다.

"엄마, 음식을 나눌 사람은 친구 유민이야. 곧 떠나면 아무 상관없는 룸메이트에게는 주고 싶지 않아."

"그래도 같은 공간에서 가깝게 사는 사람들인데, 잘 대해주면 좋잖아."

딸이 말했다.

"엄마, 난 그들에게 피해 주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근데 그들이 나한테 그런 배려가 없다고 느껴지면 너무 화가 나. 세탁기 돌리는 요일이 정해져 있으면 그날에 돌려야지, 왜 허락도 없이 남의 요일에 돌리냐고. 그날 나는 내 빨래를 못 했어."

"아무도 쓰는 사람이 없으면 좀 써도 되는 거 아니야?"

딸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 그게 남에게 피해 주는 행동이야."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딸이 옳았다. 그리고 그 말이 어쩐지 나를 작게 만들었다.


딸은 나를 데리고 벤쿠버 여행을 시작했다. 어느 날은 버스를 잘못 탔다. 딸이 앞서 달리며 뛰라고 했다. 목에 건 핸드폰을 꽉 쥐고 허겁지겁 따라 뛰어 겨우 올라탔는데, 숨을 헐떡이는 나에게 딸이 잘못 탔다며 내리자고 했다.

정류장 의자에 털썩 앉은 딸이 고개를 떨구었다. 하루 시작이 이러니 오늘 일정이 다 엉망이라고 말했다.

"다음 버스 타면 되잖아.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딸이 말했다.

"나도 알아. 그냥 지금 이 순간이 화가 나는 거야."

나는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15일간의 여행일정은 딸이 모든 것을 짰다. 교통편을 예약하고 이동 동선을 하나하나 챙겼다. 내가 파타야가 먹고 싶다고 하면 맛집을 찾아냈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 찜질방에 가고 싶다고 하면 밴쿠버에서 찜질방을 찾아냈다. 요술사도 마술사도 아닌데, 말만 하면 알아내고 찾아서 함께 즐겼다.

그 모든 것을 척척 해내는 딸 앞에서 나는 "잘한다"는 말한마디 쉽게 꺼내지 못했다. 딸이 핸드폰 구글맵을 들여다보며 길을 찾는 동안 나는 그냥 옆에 서 있었다.


15일간 딸의 방, 같은 침대에서 잤다.

히터 소리에 몇 번이나 잠이 깼다. 건조한 공기에 코와 목이 바짝바짝 말랐다. 볼일을 볼 때는 옆방 남자 쪽에서 열리는 화장실 문을 꼭 잠가야 했다. 그가 샤워하기 전에, 씻기 싫어도 미리 씻어야 했다.

출근한 딸이 오기 전에 김밥을 싸 놓고 싶었다. 하지만 에릭이 주방을 쓰고 있었다. 기다렸다. 그래도 비지 않았다. 결국 냉장고 속 재료를 바라보다 그날 김밥을 싸지 못했다.

딸이 돌아왔을 때, 김밥이 없었다.


귀국하여 집에 돌아와 이불을 폈다. 15일 만에 눕는 내 방, 내 이불이었다. 따뜻한 기운이 올라올수록 눈물이 흘러 귀를 적셨다.

내가 직접 겪은 15일간의 불편함들을 딸은 2년째 겪고 있었다. 그것도 혼자서.

나는 딸을 사랑한다. 다만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늘 서툴렀다. 그날 밤은, 그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다.

캐나다 밴쿠버에 있는 딸을 만나고 돌아온 날, 나는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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