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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세상 Mar 01. 2024

이브 (2)

2억 년동안 인류의 진화를 이끈 여성의 몸

(네 번째 이브---이족보행의 이브에 이어지는 진화의 과정 계속)


다섯 번째 이브---도구/무기의 이브 하빌리스Habilis

탄자니아 고지의 들판에서 280만 년 전~150만 년 전에 살았던 원시인들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탄자니아 고원에서 발견된 돌멩이들은 발굴된 장소의 이름을 따라 올도완Woldowan 석기라고 부른다. 이 석기들 때문에 우리는 하빌리스를 도구의 이브라고 여긴다. 석기에 대한 연구는 단지 석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한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두뇌의 발달에 대한 연구이다. 화석으로 남아있지 않은 두뇌 대신 이 도구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하빌리스의 행동양식, 자연과 맺은 관계의 형태, 문제해결을 위한 두뇌의 발달 과정을 연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올도완 석기는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뭔가를 만들고 어떻게 협동하고 어떻게 적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 그들의 마음과 사회적 삶에 대해 말해준다.


여성의 몸은 아기를 배속에서 키우고 출산하고 수유를 하기에 맞도록 진화했다. 대부분은 남성보다 작고 약하다. 그러나 음식과 안전에 대한 더 긴급한 필요가 있다. 만약 이 상황의 여성이 (모든 고도의 영장류가 그런 것처럼) 문제해결에 유능하다면 여성이 발명자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맞을 것이다. 도구의 발명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상대적 취약함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을 찾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암컷 침팬지는 수컷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적 힘이 약하고 새끼를 양육해야 하는 책임 때문에 혹시라도 있을 부상도 조심해야 했다. 작은 동물을 사냥할 때 직접 주먹을 쓰지 않고 창 같은 긴 막대기를 주로 사용한 것은 수컷보다 암컷이었을 것이다

하빌리스는 위협적인 사냥꾼이라기보다는 하이에나처럼 큰 사냥꾼이 남긴 먹이의 청소부 이거나 훔쳐서 줄행랑을 놓는 쪽이었을 것이다. 그녀가 사용한 무기는 특출 난 승리를 약속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한 손에는 단순한 돌도끼를 쥐고 다른 손에는 훔친 고기 조각을 들고 새끼는 엉덩이에 매달거나 한 팔로 안고 키 큰 풀숲을 두려움 속에서 헤쳐 나갔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수컷 침팬지는 무기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큐브릭 감독의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도구를 들고 등장한 첫 인류의 모습은 경쟁 집단을 향해 창을 들고 돌진하는 남자 대신 위의 이브의 모습이었어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에 의한 첫 사회적 혁신---산파, 공동육아, 약초의 사용


이 시기 여성의 재생산 기능과 관련된 큰 혁신이 일어났다. 우선, 미드 와이프(산파)와 공동 육아 시스템의 선택, 다음은 약(주로 경험으로 효능을 인지한 식물들), 도구의 사용이다.

하빌리스 시대에 이르면 태아의 머리는 더 커지고 여성이 몸속에 품고 있어야 하는 기간은 더 길어지고 좁은 골반을 통해 나와야 하는 태아와 산모가 잘못될 위험은 더 높아졌다. 그 위험을 줄이고 산모를 돕기 위해 위의 산부인학적 방법이 등장했다고 본다.


호미닌Hominin(사람족)의 생활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화석이나 도구들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그들과 매우 유전자적으로 가까운 현재까지 살아있는 유인원에 대해 연구한다.

침팬지와 보노보의 관찰을 통해 보노보 집단에서는 침팬지와 다르게 산파와 같은 역할을 하는 나이 든 암컷들이 출산 중인 산모를 위해 보초를 서고 새끼를 자궁 밖으로 꺼내는 것을 돕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태어난 새끼는 암컷 집단 내에 안전하게 받아들여지고 수컷들의 새끼살해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았다. 암컷들은 공동으로 새끼들을 보호하고 양육했다. 반면 침팬지는 자신의 새끼가 아니라고 의심되면 새끼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심지어 서열 높은 암컷이 다른 암컷에서 태어난 새끼를 죽이거나 사지를 찢어 먹어버리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빌리스의 산모들은 아마도 보노보와 비슷하게 동료 여성의 도움을 받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역사의 어느 순간 아마도 경험이 많은 나이 든 엄마가 딸의 자궁에 손을 넣어 잘못 삐져나온 태아의 다리 한쪽을 다시 밀어 넣고 태아의 위치를 돌렸을 것이다. 


이 산파의 등장은 하빌리스 사회의 여러 모습을 추측케 한다.

하빌리스 공동체는 보노보 집단처럼 여성 지배적 사회였을 것으로 본다. 출산의 위험이 매우 높은 유전적 진화를 선택한 하빌리스는 여성과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그렇지 않았다면 인류가 지금처럼 번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동물계에서 많이 발견되는 집단 강간도 흔치 않았다. 근거는 성기의 진화에서 볼 수 있다. 강간이 보편적인 동물들은 암컷이 자신이 원하는 수컷의 새끼를 갖기 위해 다른 수컷의 정자가 안착하지 못하도록 다양한 형태의 방어 시스템을 진화시킨다. 이에 맞서 수컷 역시 그 방어체제를 뚫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ex; 암컷 청둥오리는 원치 않는 수컷의 정자가 자궁 내에 도착하지 못하도록 꼬이고 주름이 많은 성기에 트랩 도어를 갖춘다. 수컷은 이를 뚫을 수 있는 나선형의screw 성기를 발전시켰다.) 혹은 임신한 암컷이 자신이 속한 무리가 아닌 낯선 수컷이 지배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많은 암컷은 자연 사산을 하는 신체적 체계를 발달시켰다. 출생 후 바로 죽임을 당할 운명에 놓인 새끼에게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성기가 남. 녀 모두 단순한 것, 여성이 강간을 당하거나 특별히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서도 특별히 유산율이 높지 않다는 사실은 원하지 않는 성관계가 지배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인간은 강간을 내재적 본성으로 진화하지 않았다.


두 번째 산부인과적 발전은 약(당시로서는 주로 식물)을 통해 가임력을 증진하거나 유산을 유도했다는 것이다. 이 조절은 기본적으로 여성의 건강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아프리카에 사는 여러 원숭이 집단에서 지금도 이런 목적으로 식물의 잎이나 줄기들을 사용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유산은 아주 오래전부터 동물세계의 암컷들이 자신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해 온 방법이다. 오직 인간 여성만이 그 선택을 법이나 관습으로 금지당하고 있다.


자연적 진화의 길에서 탈출한 인류의 이브---호미닌 Hominin


다른 동물들은 암컷의 재생산을 위해 신체적 진화를 선택했다. 그러나 호미닌 여성은 탐욕스러운 태반과 너무 좁은 골반으로 인한 높은 사망률을 극복하기 위해 오랜 진화의 시간을 기다리며 견디는 대신 행동 양식의 변화를 택했다. 한편으로 산파와 공동육아라는 사회적 행동의 혁신을,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도구와 약의 사용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우리를 현재의 번창에 이르게 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를 여기에 이르게 한 것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남성으로 대표되는 도구의 승리가 아니라 자궁의 승리라고 말한다. 우리 종의 성공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자신들의 재생산의 삶을 통해 어려운 결정들을 해 온 여성들의 산고 하는 배와 허리를 바탕으로 탄생하였다. 우리의 궁극적 기술의 상징은 원자폭탄이나 인터넷, 후버 댐이 아니라 피임약, 질경speculum, 피임도구 이어야 한다.


(두뇌와 목소리의 진화에 대한 내용도 흥미롭지만 생략합니다)


현대적 언어의 이브-첫 스토리 텔러는 누구였을까?


인간 언어의 진화에서 그 이전과 그 이후를 나누는 역사적 순간이 있다면 언제였을까? 한 사람이 바로 첫 번째 이야기story를 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짧고 목적이 있는 거짓말, 과장 같은 것은 이미 있었을 것이다. 속임수를 위한 이런 표현은 거의 모든 동물세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래된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없었다. 종교나 도덕적 이야기, 사후 삶과 신에 대한 이야기, 우화나 전설, 기원 설화, 그냥 그러 저러했다는 잡담, 이런 류의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지금 인류문화를 특징짓는 지적이고 창조적이며 완전한 정보기술을 갖춘 마음이 시작된 순간이라 할 수 있는 ‘스토리’는 누구에 의해서 언제 말해졌을까? 


언어와 관련된 부위가 발달한 두뇌의 모양으로 보아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호모 사피엔스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3십만 년 전에서 5십만 년 전 인간의 문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는 시기, 이를 가능케 한 것이 언어의 발전이다. 바로 이때가 이미 언어에 대한 충분한 능력을 가진 지적 존재가 갑자기 상징적 서술을 시작한 때이었을 것이다. 한 개인이 다른 한 사람에게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조용히 말해주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대화의 사건들 중에서 엄마와 아기로 이루어진 짝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아기들이 보챌 때 안정시키거나 즐겁게 만들기 위한 엄마들의 방법이었다. 

그저 단순한 이야기,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약간의 상상을 덧붙인 묘사, 뱀은 왜 다리가 없는가, 우리가 죽으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는 식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인류가 시작한 이 첫 이야기는 그 이후 상당 기간 도덕이나 가족애, 사랑, 계급적 의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 보다 살아남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을 수 있다. 배고픔, 이주,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먼 지평선을 향해 밖으로 몰아내는 불가피한 힘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여성은 왜 폐경기를 갖는가? 


여성의 재생산 기관과 체지방, 뇌하수체 사이에는 일종의 핫라인이 있다. 뇌하수체는 성호르몬 분비를 조절하는데 섹스와 재생산에 관여할 뿐만 아니라 소화와 순환, 뇌신경 시스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사람 몸에 성호르몬이 관여하지 않는 부분은 없다. 폐경기 여성이 서로 관계가 없는 것 같은 모든 현상을 경험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포유류 중 인간 여성만이 폐경기를 갖는다. 학자들은 왜 여성들이 폐경기를 갖도록 ‘진화’했는지 대답하기 위해 ‘할머니 가설’을 제시하기도 한다.

‘할머니 가설’이란 딸 세대의 재생산을 돕기 위해 때가 되면 어머니 세대가 스스로 재생산 기능을 포기하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즉 손주의 출생과 양육을 돕기 위해 자신의 재생산 역할을 스스로 중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가설의 기본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본다.  즉 인간 여성의 배란기가 다른 유인원에 비해 일찍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수명이, 특히 여성의 수명이 연장되었기 때문에 폐경기라는 것이 생겼다는 것이다. 

여성의 수명이 남성에 비해 길어진 것은 원시적 공동체 안에서 여성의 중요성, 가치가 더 높았고 그에 걸맞은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여성의 재생산과 수유 기능은 남성의 그것에 비해 대체하기가 훨씬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기 때문에 공동체의 보호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좋은, 충분한 음식을 분배받았다. 

더 오래 살았기 때문에 공동체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보존하고 지도하는 어른elderly의 역할도 주로 여성들이 했을 것이다. 따라서 나이 먹은 여성들의 역할을 단지 손주 세대를 돌보는 할머니의 역할이었을 것으로 한정하는 것은 잘못이며 그 이유 때문에 폐경을 일찍 하게 되었을 것이라는 가설은 그럴듯하지 않다.


배란을 멈추는 것은 내재된 DNA 코드 때문이 아니다. 여성은 이미 태아 상태일 때 일정한 수의 여포(난소 여포)를 가지고 있다. 남성이 계속 새 정자를 만드는 반면 여성은 평생 가질 난자를 이미 다 가진 채 세상에 나온다. 매달 뇌하수체가 성호르몬을 분비하면 난소가 그중 몇 개의 여포를 성숙시킨다. 이 중 오직 하나의 건강한 난자가 난관을 통해 자궁에 도달한다. 여자들은 백만 여 개의 여포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매년 수천 개가 죽어 몸에 재흡수된다. 사춘기에 이르면 이미 30만-40만 개의 여포만이 남아있다. 그때부터 여성들은 매달 약 천 개의 여포를 잃게 된다. 열세 살에 배란을 시작했다면 사십 대 초반쯤에 난자가 다 없어진다는 얘기이다. 피임약으로 배란을 중단하여도 여포를 보존하여 가임 기간을 늦출 수 없다. 


폐경은 늙고 죽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 DNA 외적 이유로(영양상태, 의약적 지식의 발달 등) 인류의 수명이 길어졌고 특히 여성의 수명이 더 길어진 탓에 배란 이후 삶을 유지하는 기간이 연장된 탓에 폐경기라는 것이 생겼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더 오래 사는 것은 암과 같은 질병에 상대적으로 덜 걸리는 것도 한 이유이다. X크로모좀을 두 개 가진 여성은 XY크로모좀을 가진 남성에 비해 암세포의 발생과 증식을 막는데 유리하다. X크로모좀 중 50여 개의 유전자가 암세포의 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 X크로모좀이 하나밖에 없는 남성은 이 유전자가 잘못되었을 때 대신할 다른 X유전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폐경의 문제에서 우리가 알아야 하는 진실은 왜 폐경이 진화의 선택이 되었는가가 아니다. 그보다는 여성이 그들이 사랑한 배우자나 형제들,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아 삶을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인류의 섹스와 제도는 왜, 어떻게 변화했을까?


인류는 적응을 위해 몸의 다른 곳보다 두뇌에 투자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연적 진화로부터 탈출을 감행한 셈이다. 두뇌를 통해 인류는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신체적 진화를 기다릴 필요 없이 행동의 변화와 제도의 도입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여성이 선택한 행동양식의 변화로 앞에서 말한 것들 외에 대단히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남녀관계 혹은 가족관계의 형태변화 그리고 그것을 규정하는 규율이 그것이다. 

인간과 비슷한 유인원의 세계에는 다양한 형태의 성관계가 존재한다. 수컷 우두머리가 모든 암컷을 차지하는 하렘형, 모든 암컷과 수컷이, 혹은 보노보처럼 암. 수 구별도 없이 자유로운 성관계를 맺는 형, 암컷 우두머리가 수컷들을 거느리는 형, 서로 배타적인 일대 일 관계를 맺는 형 등… 

성관계의 형태만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저자는 여러 아프리카 원숭이 무리에 대한 관찰을 통해 원시 인간종의 남녀관계를 추정한다. 이들은 암컷이 지배적인 공동체에서 수컷이 자라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암컷들의 무리로 이전을 해야 했다. 낯선 무리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해 “다정한 남자’의 전략을 선택하는 수컷들이 있었다. 우두머리 암컷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고 새끼를 돌보는 일을 함께 하기도 한다. 새끼를 돌봐야 하는 어미들은 음식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한 명의 수컷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유익하다고 보았다. 즉 음식과 섹스를 교환한 것이다. ‘다정한 남자’들이 암컷들의 선택을 받아 그들의 유전자가 후대로 전해지는 확률이 높아졌다. 


악마와의 계약


비슷하게, 자유로운 섹스 공동체였던 모계사회에서 단일 파트너와의 관계로 전환되는 데는 여성들이 남성들과 ‘악마와의 계약’에 서명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느 날 우두머리 여성은 자신과 새끼를 위해 안정적으로 먹이를 공급해 주고 함께 새끼를 돌봐 줄 특수한 남성을 선택해 그에게만 배타적 성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 남성은 자신의 갱들과 함께 우두머리 여성을 보호했을 것이다. 그 전략이 성공적인 것을 본 다른 여성들도 다른 남성들과 비슷한 계약을 맺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점차 집단혼관계가 단일혼의 관계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혼제는 이후 부계혈통의 수립을 위한 가부장제로 넘어가게 된다. 

집단혼에서 단혼으로 넘어가게 된 계기를 ‘인간 의식의 특별한 진화-사랑’의 의식이 탄생한 결과로 보았던  해석과 다르게 저자는 여성이 자신과 아기를 보호하기 위한 인해 스스로 선택한 것으로 본다는 점에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 준다.


여성이 선택한 두 번째의 ‘악마와의 계약’은 같은 여성들 사이에서 맺은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여성은 선천적으로 성차별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여성의 재생산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임신과 출산의 매우 높은 위험성, 오랜 시간 돌봄이 필요한 아기는 그런 조건에 맞는 환경이 필요했다. 여성들은 공동체 내 출산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고,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성적 접근을 통제할 필요가 있었다. 여성의 몸에 접근할 수 있는 때와 장소에 대한 문화적 규율이 만들어지고 이를 위반할 시 처벌이 내려졌다.


애당초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DNA는 없다. 현재의 성차별은 남녀의 생물학적 우월성에 근거한 것이 전혀 아니다. 단지 섹스와 재생산을 통제하는 사회적 기준이 만들어졌을 뿐이다. 그리고 이 기준은 여성들 스스로가 다른 여성을 배제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결국 여성의 재생산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된 셈이다. 그리고 이 성차별주의는 이제 더 이상 인류의 진화를 이끌지 못하고 인류진화의 발목을 잡는 행동양식이 되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스위치보드

우리는 두뇌에 투자함으로써 자연적 진화의 운명에서 탈출하였다. 그러나 미래로 향하는 인류의 앞에는 두 가지의 장애물이 있다.

첫째는 운석의 충돌과 같은 자연적 대재앙이다. 

7만 4천 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 폭발은 인류를 거의 멸종위기까지 몰고 갔다. 우리가 미처 문제해결의 방안조차 마련할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멸종되거나 이에 버금가는 대규모의 인구가 소멸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인류의 역사에 이런 사건들이 여러 번 있었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7,500만 명~2억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유럽의 중세가 암흑기로 들어간 것은 이 대재앙의 결과이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많은 생물들이 대멸종을 겪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지금 인류에게는 미래에 이런 대멸종을 가져올 수 있을 법한 운석 덩어리들이 머리 위에 떠 다니고 있다. 기후위기, 대량 살상무기의 경쟁, 바이러스나 슈퍼 박테리아의 공격… 우리는 이러한 재앙을 막아낼 준비를 할 수 있을까?

인류에게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군비경쟁 대신에 기후위기나 바이러스의 공격에 대비하는데 더 많이 써야 한다.

두 번째 장애는 ‘일상의 골칫덩어리들assholes’ 이다.

여성의 피임수단 사용을 범죄시 하는 것-이것은 여성의 재생산 기능과 건강에 반하는 짓이다. 소녀와 여성들에게 가장 늦게 음식이 돌아가는 문화(한국에서도 그랬다. 지금도 그런 가정이 있을 것이다)-이는 건강하고 스마트한 후손을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훼손함으로써 결국은 인류의 저능화를 초래할 수 있다. 직장에서의 성차별은 여성의 창조력을 억압하고 인류 절반의 창의력을 갉아먹는 짓이다.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고 명확하고 과학적인 성교육을 거부하는 마초적 사회-미국에서 가장 성차별적 교육과 여성의 순결을 강조하는 중. 서부의 주들에서 여성의 성병 감염률이 가장 높고 임산부의 사망률도 가장 높다. 여성이 가난한 나라일수록 나라 전체의 부도 작다. 여성에 대한 평등한 교육과 사회제도가 확립된 사회가 문명의 발전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중세 아랍문명이 융성했던 시기에 그들이 기여한 과학적 발전에 비해 현재 중동국가들은 막대한 부에도 불구하고 세계 과학에 기여하는 바가 대단히 적다. 그때와 지금의 중동문화에서의 여성의 지위를 비교해 보면 시사하는 바를 알 수 있다.) 동성애 커플을 난잡한 성생활로 규정하고 ‘동성’이라는 단 하나의 개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들도 ‘단혼 커플’이며 ‘아이를 기르는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건강하고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다. 이 골칫덩어리들은 우리가 서로 의존할 수 있는 사이라는 믿음을 빼앗아간다. 신뢰를 잃은 공동체는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없다. 


인류가 어떤 방향으로 미래의 키를 잡고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수 있는 스위치보드에 이런 다양한 버튼들이 올라와있다. 어떤 버튼을 켜고 어떤 버튼을 끄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우리의 미래는 오래전부터 더 이상 자연진화가 아니라 우리의 행위에 의해 결정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버튼들 중에서 여성의 재생산과 관련된 정책들, 성차별주의와 관련된 정책들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인류의 능력 총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할 '스마트한 후손들'을 낳고 기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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