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by 이혜연


제주도에는 세 가지가 많다고 합니다. 여자. 돌. 그리고 바람. 새벽녘에 국토 끝의 작은 섬엔 모든 것을 날려버릴 것 같은 바람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그러더니 싸라기눈이 함박눈으로 변했고 한창 피어나던 봄꽃들을 하얗게 덮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따스한 노랑과 포근한 하양의 수선화와 벚꽃들은 꿋꿋이 먼저 온 봄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세상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연의 세계에서도 역시 존버가 답인 듯 싶습니다. 여리디 여린 꽃잎들이 미친 듯이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겨울바람을 대차게 막아선 것 같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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