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게

by 이혜연


세상 어떤 것도

그냥 주어지는 것은

없다


오늘을 살기에

충분했던 날들


어느 날은 비가 왔고

눈이 오는데 바람까지 매서웠던 날들

그 날들 뒤로

어김없이 봄이 왔다


슬펐거나

좌절했지만

그렇다고

덜 소중했던

그런, 날은 없었다


매일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오늘이다



요 근래 조금 침울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래서일까?

힘든 일들이 하나, 둘 찾아왔다. 별건 아니었지만 평온한 일상에선 별일이었다.

큰 애가 아프고 날밤을 새면서 감기로 힘들었다. 온몸의 관절이 욱신 욱신 쑤셨다.

새벽에 온몸이 땀으로 축축해져서 잠에서 깼다.

문득 '못된 마음씨가 불러온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결하지?

그럴 땐 무조건 '감사'가 답이다.

속으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큰 아이가 빨리 회복된 것도 감사하고 어제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나에게도 감사했다.

전시회가 잘 될까.. 작품 반응이 좋을까.. 다음 전시할 그림도 빨리 그려야 하는데.. 하는 걱정들.

생각해 보면 별일도 아닌 일에 걱정하고 근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회를 앞두고 그다음 전시에 대한 계획과 이렇게 매일 그림을 그리는 일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가늠해보려고 했던 마음이 우울의 씨앗이었다.


오늘을 살면서 내일을 자꾸 걱정했던 것이다.

답도 없는 어리석은 생각들로 현재를 갉아먹고 있었다.

그런 나를 돌아보며 이제라도 깨닫게 된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걱정하지 말고 담담히 오늘을 눈부시게 살자고 다짐해 본다.

나는 나로서 오늘을 완성하는 '난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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