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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방
by
이혜연
Apr 21. 2023
그녀의 방
오래된 그녀의 방에
낡은 오후의 빛이
머문다
고요한 숨소리를 따라
길고 무거운 그림자가
서서히 자라
벽에 기대어 스며든다
언제쯤이었을까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웃음이
저 창을
일렁 일렁 넘어 들었던 그때
참 설레었었지
풍선처럼 가벼웠었지
지금 그녀의 방에 가득 찬
오후의 햇살만큼
노쇠한 그녀의 그림자
낡은 벽에 스며들어 있다
나는 신을 보았다
큰 애가 초등학교 가면서 하는 활동이 많아졌다. 성격적으로 철두철미한 성격이라 주어진 일에 언제나 진심을 다한다.
그러다 2주 전 학교에서 강낭콩 한 알을 가져왔다.
6시간 동안 물에 불린 후 작은 포트에 심어 싹을 틔워오기였다. 첫째는 강낭콩을 새끼 키우듯 애지중지했다. 물에 불릴 때도 흙에 심을 때도 지극정성이었다.
흙에 심은 후부터는 더 가관이었다.
강낭콩이 심심해할까 봐 포트를 들고 동네 산책을 간다고 들고 다녔다. 정말이지 옛 시인의 말처럼 다정도 병이었다.
문제는 같은 반 아이들이 싹을 틔우고 유아만큼 줄기를 뻗어내고 있을 때 우리 강낭콩은 아직도 자고 있다는 것이다.
애가 탄 첫째는 햇볕이 잘 드는 곳을 찾는다며 이리저리 햇살을 찾아다녔다.
그런데도 아직도 감감무소식.
그런데 큰 아이를 보면서 나는 신을 느꼈다.
신도 자신의 창조물이 싹트고 성장하기를 저렇게 바랄 것이다. 온 마음으로 그의 성장을 기대하고 기다릴 것이다. 예수가 자신의 달란트를 흙에 뭍은 것을 '게으른 자여!'라고 비난했던 것처럼 어쩌면 흙속에서 스스로를 구원치 못하는 강낭콩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큰 아이의 강남콩
오늘 아침 큰 아이는 아직도 깨어나지 않는 강낭콩에게 나뭇잎 편지를 남겼다.
"
사랑해."
그렇다.
모든 창조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기다리고 있다.
추신.
놀이터에서 만난 1학년 학부모들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 안나는 건 콩이 썩었기 때문이란다. 마트에 가야 하나보다.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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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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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매일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읽는 마음을 그리는 작가 난나입니다. 하루 한장 그림을 매일 하고 있어요. 저의 글과 그림이 위로가 되고 길이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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