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요정

by 이혜연
당신의 요정

"너에겐 세명의 요정이

늘 함께 한단다"


온종일 밭일을 하고

밤이 되면

아랫목 따뜻한 곳에

자식들을 뉘이면서

엄마는 주문처럼

이야기들을 지어주셨다


"너에겐 언제나

너를 보호하는

세명의 운명의 신이

함께 한단다"


잠들기 전

조용히 찬송가를 불러주시다가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작은 머리

귀하게 빗겨주시며

엄마는 주문처럼

귓가에 되뇌어주셨지


"너를 지키는 운명의 신의

늘 곁에 있단다"



엄마 품에서 자란 건 중학교 때까지였지만 항상 어렸을 적 엄마가 해주신 이야기들이 힘들고 어려울 때 버팀목이 되어주곤 합니다. 어렸을 때 엄마는 하루 종일 농사일로 피곤하셨을 텐데도 항상 자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해주시곤 했습니다. 그때 들었던 이야기 중에 하나가 "너를 지키는 세명의 신이 있다"는 말이었죠.

신기하게 그 말은 오랜 자취생활과 힘들었던 시기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곤 했습니다.


어제 늦게까지 물감으로 마무리 작업하다가 갑자기 20년 전의 영화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그 영화는 바로 AI.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천재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며 러닝 타임 2시간 30분 정도의 영화를 1시간 정도 보고 잠이 들었습니다. 20년 전, 처음 영화를 봤을 때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사람처럼 감정을 느낄 수 있으면서 사람과 똑같은 피부조직을 가진 로봇이라면 진짜 사람과 AI를 어떻게 구별하지? 구별한다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런 많은 질문들과 생각을 하게 했던 영화였습니다. 그런데 20년이 지난 요즘은 그야말로 AI세상이 되었습니다. 놀이터만 가도 애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엄마들의 푸념이 이어집니다. 우리가 알던 지식의 쓰임이 의미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한숨들도 있죠.

나도 역시 다른 엄마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들입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인류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고 혁신적으로 삶을 변화시켜 왔습니다.

아마 우리 부모세대에서는 지금의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인생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도 20대 때 필요했던 능력들이 50대의 나에겐 쓸모없어진 일들도 많이 있죠.

하지만 20대에도 필요했고 50대에도 유용한 능력들은 그 줄기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 절제를 아는 것, 스스로의 능력을 끊임없이 키우는 것. 삶에 대해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감사하는 것들은 그때도 지금도 중요한 능력입니다. 그 안에서 기술이 나오고, 배움이 나오고, 진화가 이루어지죠.


오늘은 일산 롯데백화점 전시장에 그림과 에코백을 가져다 드렸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좁고 협소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아주고 관심 갖아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내게 주어진 기회들에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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