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산책

by 이혜연
여름 산책

계절은 돌아

다시 여름


해 따라

고개 기울어지는

해바라기 그늘이

가로수 늘어선 길가


한 자락 불어오는 바람이

퐁퐁 솟아나는 약수가

너무나 간절해지는 시간


사람의 그늘을 찾아

잠시 무릎베개하고

쉬고 싶어라


멀리 들려오는

지친 벌레 울음소리에

나른히 취해


뜨거운 한낮

게으른 행복으로

잠들고 싶어라



올해 봄 날씨는 변덕이 심한 것 같아요.

때아닌 추위가 오더니 하루 만에 낯빛을 바꾸어 여름의 열기를 뿜어댑니다.

놀이터 아이들은 간만에 수돗가에서 물장난을 하고 운동장을 달리는 아이들은 바알갛게 얼굴이 익어갑니다.

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여름의 무시무시한 햇살이 여린 오월의 잎새들을 다그칩니다.

이런 날은 그늘이 주는 호사스러운 휴식이 마냥 반갑고 고맙습니다.

그늘에 앉아 시간의 유속이 얼마나 빠른지 세어보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날들의 속도에 놀라곤 합니다.

어느새 여름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한 해의 계획에 대해 무뎌지는 경향이 있는데 혹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워놓으신 계획들이 있으신가요?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 살면서 어떻게 될 줄 알고 계획을 짜느냐고 한숨 쉬는 분들도 있겠지만 흔들리는 세상일수록 지탱할 수 있는 기둥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오늘이 지나면 내일은 또 다른 일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오늘 하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일들도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일은 오늘 완성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한낮의 열기 같은 나른한 삶의 나태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걸어가는 자세가 아닐까요?

그래야 여름을 지나고 결실의 계절이 왔을 때 내 바구니 속에 열매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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