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주말이면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이번주는 계속 일한 나도 피곤하고 신랑은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안 좋았다. 가까운 곳에 가을을 느낄만한 곳을 검색해 보니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핑크뮬리가 예쁘다는 소식이 있었다. 근처 맛집을 검색하고 점심때쯤 하남으로 가서 한정식을 먹고 핑크뮬리 가득한 조정경기장으로 갔다.
공원의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어 바람이 불면 우수수 꽃가루 같은 은행잎들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붉은 단풍은 투명하리만치 붉게 빛을 내며 파란 하늘 밑에서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을 속에 서 있었고 아이들의 웃음이 더해져 더없이 따뜻하고 포근해 보였다. 11월인데도 한낮이 생각보다 더워서 가지고 간 재킷을 벗어야만 조금 시원해졌다. 잔디밭에서 놀고 있는 연인들과 가족들을 지나쳐 핑크뮬리 공원으로 갔다. 분홍빛 운무가 환상적인 느낌을 주고 있어서인지 곳곳에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아들 둘은 절대 정상적인 포즈를 취해주는 법이 없어 사진을 남기기가 어렵다. 혼자 독사진을 찌고 싶어도 아들들이 가만히 두지 않아 혼자 사진을 찍기도 어렵다. 결국은 사진을 포기하고 공원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나들이를 끝내야만 했다. 하지만 곳곳에 아름다운 계절이 펼쳐져있어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가을은 거리의 가로수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이 계절이 끝나기 전에 꼭 낙엽 지는 거리를 걸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