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왔습니다. 코끝에서부터 부드러운 샤벳처럼 녹아드는 햇살에 마음이 노곤하게 풀리는 계절입니다. 베란다에 내놓은 작은 라일락 화분에서 뾰족뾰족 새싹이 돋았고, 언제 뿌려진지도 몰랐던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가벼워진 옷차림만큼이나 마음이 헤실헤실 붕뜨고, 발그레해진 뺨 가득 기대가 차오릅니다.
달력의 시작은 겨울 끝에서 부 터지만 한 해의 시작은 달달한 춘삼월에서 부 터지요. 뻣뻣했던 근육들이 준비운동을 마쳤으니 이제 달려야 할 차례입니다. 작은 꽃망울들이 세상을 온통 꽃으로 채우는 봄이 왔다고요. 새순들이 자라 커다란 그늘이 되고, 그 아래에서 만들어진 바람이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될 때까지 우리 모두 각자의 꽃을 아름답게 한껏 키워봐요. 이렇게 아름다운 봄이 왔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