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헤드라이트는 꺼졌고 우리는 기다렸다
---어느 날 밤, 그는 평소처럼 운행을 나갔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그의 택시가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 이민자들의 삶에 있어, ‘사라짐’은 그렇게 조용히, 아무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이 글은, 그런 하루의 기록이다.
> “아빠는 언제 와요?”
“오늘은 손님이 많아서 좀 늦는대.”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내 목소리는 평소보다 작았다.
그날 이후로, 재훈 씨의 택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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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 씨는 나의 아들 이안과 함께 살던 사람이었다. 정식 가족은 아니지만, 서로를 그렇게 불렀다.
이안은 어린 시절,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했다. 친어머니는 한국에서 재혼했고, 이안은 재훈 씨와 함께 살아왔다.
재훈 씨는 새벽마다 택시를 몰았다. LA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 공항에서 나오는 승객을 태우거나, 어두운 거리에서 손을 흔드는 이들을 태웠다.
불법체류자였지만, 일은 성실히 했다. 신분은 숨기고 살았지만, 마음까지 숨기지는 않았다.
그날도 평소처럼 운행을 나갔던 재훈 씨는, 저녁 8시 이후로 연락이 끊겼다.
전화는 꺼져 있었고, 택시 회사는 “아직 차가 돌아오지 않았다”고만 말했다.
이튿날 아침, 나는 택시 회사 사무실 앞에서 재훈 씨의 이름을 조심스레 꺼냈다.
“혹시 이재훈, David Lee… 기사님 소식 아시나요?”
사무실 직원은 눈을 피하며 말했다.
“어젯밤, 길거리 검문이 있었대요. 국토안보부하고 지역 경찰이 합동 단속을 나갔거든요. 불체자들 걸러내는 거였다고 들었어요. 여러 명 연행됐대요.”
그 말은 조용히, 그러나 선명하게 내 가슴을 눌렀다.
‘재훈 씨도 그들 중 하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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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교회 자매님이 조용히 내 손에 메모를 건넸다.
“이건 우리 교회 청년이 ICE 구치소 면회 갔다가 들은 얘기예요. 거기서 그분 이름을 봤대요.”
나는 그 작은 쪽지를 손에 쥐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거기 적힌 건 한 줄,
> “Otay Mesa Detention Center, San Diego.”
그곳은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의 구금시설이었다.
재훈 씨는 그 안에 있었다. 더는 택시 운전대도, 이안의 밥상 앞자리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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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나는 이안에게 사실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그분은 지금 다른 곳에 있어. 거기선 면회도 할 수 있고, 편지도 쓸 수 있어.”
이안은 말이 없었다.
그날 밤,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가 문득 말했다.
“우리도, 언제 사라질까 봐 무서워요.”
나는 그 말을 들으며 숨을 참았다.
그 어떤 단속보다 무서운 건, 아이의 마음에 박힌 두려움의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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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교회에서 서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작은 기도 모임이 열렸고, 여러 사람이 탄원서를 써 주었다.
“그는 공동체를 위해 일했고, 아이를 길렀고, 누구보다 선한 이웃이었다.”
그 한 줄 한 줄이 모여, 변호사의 책상 위에 올랐다.
미국은, 때론 그렇게 희망을 남겨두기도 한다.
법은 엄격하지만, 마음까지 닫힌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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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편지를 쓴다.
"재훈 씨, 이안이는 잘 있어요. 오늘은 학교에서 시 쓰기 대회를 했고, 점심은 좋아하는 김밥이었어요. 당신 없는 저녁은 좀 조용하지만, 괜찮아요. 곧 돌아오실 거죠?"
아직도 그 택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문을 닫지 않는다. 언젠가, 그 택시가 다시 골목을 들어설지도 모르니까.
그날의 헤드라이트가, 이 어둠을 다시 밝혀줄지도 모르니까.
“이 이야기는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한 것으로, 특정 인물이나 사실을 단정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