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불편 제로(0)'를 향한 퓨처백 디자인
점심시간, 과거 같이 일했고, 또 동기동창과 잠시 과거 BPR 일을 얘기했다.
당시.. 참 무식하게도 밀어 붙였었다. 그러고 나서 사무실로 들어오니.. 지금 쯤이면.. 어떤일이 벌어질까?
조만간 은행장들의 책상 위에는 수많은 컨설팅사들이 화려한 수식어로 포장한 'AI 기반 BPR(업무 프로세스 재설계)' 제안서들이 산더미처럼 쌓일 것이다. 하지만 은행은 은행 스스로에게 치열하게 물어야 한다. "단순히 챗봇 하나 더 만들고,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AI 도입의 진짜 목표인가?"
이중 내가 좋아하는 토픽 중하나인, 고객 불편함을 0에서 보고 AI가 적용된 미래에서 은행을 보는 것
표면적인 비용 절감은 90년대 외환위기 직후에나 통하던 낡은 BPR 공식이다. AI 시대의 진정한 BPR은 현재의 문제점을 조금씩 개선하는 방식(Forward-looking)을 버리고, 은행이 도달해야 할 궁극의 미래에서 역산하여 현재의 판을 엎는 퓨처백(Future-back) 디자인 이어야 한다. 그 궁극의 목표는 바로 고객 불편함 = 0, 그리고 완벽한 '고객 보호와 자산 증대' 다.
이 거대한 목표가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닌 이유는, AI가 은행업의 가장 오래된 전제조건이었던 '정보의 비대칭성' 을 무너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은행의 BPR이 수작업 여신 심사나 창구 업무(Teller)의 전산화에 집중되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기업의 분기별 재무제표를 기다리고, 개인 고객의 서류를 징구하여 '파편화된 정보를 사람이 수집하고 검증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지점별로 정보 공유가 어려웠던걸 집중화 센터에서 처리)
하지만 이제 AI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부터 산업 동향, 마이데이터를 통한 개인의 숨겨진 라이프스타일까지 실시간으로 꿰뚫어 본다. 정보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시간이 '0'에 수렴한다면, 은행의 낡은 업무 프로세스 역시 완전히 재설계될 수 있다. 아님.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1단계: 당장 대체 가능한 '비효율의 늪' 타겟팅 (Immediate Replacement)
가장 먼저 BPR 칼을 대야 할 곳은 엉뚱하게도 고객과 직접 마주하는 프론트엔드(병맛인 챗봇이나 AI 콜센터 등)가 아니다. 오히려 은행 내부에 엄청나게 쌓인 후선 업무와 심사/규제 대응 영역을 덜어내어, 직원들이 '고객 가치'에 집중할 여백을 만들어야 한다.
방대한 서류 심사 및 컴플라이언스 정합성 검증: 무역금융(L/C 등) 서류 심사, 기업 여신 심사 시 쏟아지는 수백 장의 재무/비재무 데이터, 담보 평가 서류 등을 AI가 즉각적으로 판독하고 교차 검증해야 한다.
자금세탁방지(AML) 및 이상거래탐지(FDS)의 오탐지(False-Positive) 축소: 기존 룰 기반 시스템이 쏟아내는 수많은 경고 알림 중 진짜 위험을 AI가 1차적으로 솎아내어, 직원의 피로도를 줄이고 진짜 고객 보호에 집중하게 만들어야 한다.
'AI 내부 동료(Co-worker)' 도입: 규정집, 여수신 지침, 상품 설명서를 완벽하게 숙지한 AI를 내부망에 도입해, 영업점 직원이 고객 앞에서 규정을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2단계: 예측형 업무로의 진화 (Sequential Application)
단순 반복 업무를 덜어냈다면, 다음은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의 인지적 판단 영역을 AI가 보조하여 '선제적 대응'으로 나아가는 단계다.
기업금융 및 가치 평가(Valuation)의 패러다임 전환: 과거의 재무제표에 의존하는 후행적 평가를 넘어, 기업의 뉴스, 산업 동향,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등 비정형 데이터를 AI가 실시간으로 분석해 미래 가치와 부실 징후를 선제적으로 예측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
고객 여정(Journey) 기반의 초개인화: 예적금 만기 도래 시점에 기계적인 알림톡을 보내는 수준을 벗어나야 한다. 고객의 라이프사이클, 소비 패턴, 투자 성향을 분석해 흩어진 사일로(수신, 여신, 카드)를 넘나드는 최적의 상품을 적시에 제안하는 '어드바이저'로 진화해야 한다.
3단계: 은행 전체 시스템과 구조의 근본적 재설계 (Radical Reengineering)
최종 목적지는 이 모든 '미래의 프로세스'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은행의 낡은 Core를 바꾸는 것이다.
코어뱅킹과 상품 개발 프로세스의 해체: IT 부서에 개발을 의뢰하고 몇 달을 기다리는 폭포수(Waterfall) 모델은 수명을 다했다. 현업 담당자가 시장의 니즈를 파악해 상품 구조를 기획하면, AI가 로우코드(Low-code) 기반으로 즉시 시스템에 반영할 수 있는 민첩한(Agile) 아키텍처로 넘어가야 한다.
영업점의 역할 재정의: 창구(Teller)의 단순 거래 처리 기능이 사라진 빈자리는 철저히 '관계 중심'의 조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단순 업무는 AI와 비대면 채널이 처리하고, 인간 은행원은 고객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고도의 자산 관리와 재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하이엔드 전문가 그룹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이제 은행은 "어떻게 하면 이 업무를 더 빨리 할까?", "어떻게 하면 비용을 더 줄일까?" 라는 질문을 멈춰야 한다. 대신 "우리가 고객에 대한 완벽하고 투명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지고 있다면, 이 프로세스는 아예 존재할 필요가 있는가? 고객의 불편함을 어떻게 '0'으로 만들 것인가?"를 치열하게 물어야 한다. 진정한 AI BPR은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모른다면, AI에게 다시 물어보길 추천한다.
아마도, 벌써 부터 은행들은 AI로 뭔가를 추진하고 있어서.. 이 글조차 이미 old 할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