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bus와 Embraer의 Sales Pitch

by 닥터로
항공기 제조사들의 경쟁은 상상 이상으로 치열했다.
그야말로 총 없는 전쟁을 보는 듯했다.


Embraer의 Sales Pitch


예고한대로,

비 오는 날 인천공항 에어쇼를 마치고 E195-E2를 끌고 마닐라에 도착했다.

대규모 인원이 동원됐고, 우리에게 비행기를 꼼꼼히 보여줬다.


차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


이사들은 이미 흥미를 잃은 듯했지만,

그래도 나보고 가서 보고 오라고 했다.


NAIA 공항에 비행기가 대기 중이었다.

MRO에서 마련한 장소에 호텔 케이터링까지 준비돼 있었다.

우리만 온 줄 알았는데, PA, 5J 같은 필리핀 LCC와 FSC도 초대되었다.

M8 사장은 우리만 온다고 했는데, 알고 보니 전체 항공사가 참석한 거였다.


흰색 와이셔츠 입은 사람이 나.. 세일즈 맨들이 옆에 딱 붙어서 설명을 하는데.. 약간 자동차 사는 거와 비슷했다.


구매 담당자와 엔지니어 등 주요 인사들만 참석할 예정이었던 행사에 M8 같은 관련성이 적은 인사들까지 초대됐다. 다행히 이사진들은 불참했다.


M8 사장이 나를 Embraer 측에 소개하자, AP 지역 담당자가 다가왔다. 그는 홈쇼핑 업계 종사자가 왜 항공사 업무에 관여하는지 의아해하며, 내 전공과 경력에 대해 캐물었다. 순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결국 말없이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역시 미국인과의 의사소통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전문가인 내가 항공기를 둘러본다고 해서 어떤 의미 있는 의견을 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항공기를 직접 보기 위해 활주로 쪽으로 이동했다.



Embraer 직원들이 나를 비행기 곳곳으로 안내하며 열심히 설명했다. 엔진을 보여주고, 수하물 창고의 용량이 다른 비행기보다 크다며 자랑했다. 이곳저곳 구경시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그냥 자동차 쇼룸 구경하는 거랑 뭐가 다르지?' 내가 아는 운송 수단이라곤 자동차뿐이라 그런지 묘하게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눈에 확 들어온 게 있었다. 내가 자주 이용하는 대한항공 기내와 이 Embraer 비행기의 실내 마감 차이였다. 의자 천도 그렇고 천장이나 벽도 그렇고, 뭔가 싸구려 플라스틱 같아 보였다. 그 뒤로 습관이 생겼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탈 때마다 벽을 슬쩍 두들겨보는 거다. 나중에 E195-E2를 타봤을 때 역시나 벽을 두들겨봤는데, 플라스틱 느낌이 확실히 났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평소에 타던 대한항공 기내 마감이 얼마나 고급스러웠는지를. 비행기 타는 게 일상이라 무심코 지나쳤던 품질 차이를, 이날 Embraer 비행기를 보고 나서야 제대로 알아차린 것이다.


M8 직원과 Embraer 직원들과 사진컷.. 브라질산 비행기라 브라질 국기를 가져와 사진을 찍는데, 난 찍어줌.




엔진을 보니 내가 상상하던 크고 웅장한 엔진과는 달리 의외로 작았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의 경험을 제대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이 정도의 지식으로 비행기의 좋고 나쁨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맨땅에 헤딩하며 여기까지 왔지만, 실제로 비행기를 보니 내가 이 비행기를 추천하거나 평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고, 다른 기종과의 비교 경험도 부족한 내가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결국 비행기를 보면서 느낀 건, 내 지식의 한계와 전문성의 부족이었다. 항공기 선택이란 게 단순히 겉모습이나 간단한 스펙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 순간, 비행기를 고르는 일이 얼마나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정인지 새삼 실감했다.


그래도 이런 경험을 통해 항공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은 높아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비행기를 보는 눈은 조금 생긴 것 같았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좀 더 공부하고 준비해서 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Embraer 세일즈 담당은 끊임없이 나에게 자기네 비행기의 장점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들의 열정적인 세일즈 토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나로서는 그저 듣는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구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사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비행기가 어떠냐고 물어왔다. 나는 한참을 웃은 뒤에 대답했다.


"글쎄요... 비행기도 자동차처럼 개인 취향 같은데요. 우리가 착륙할 곳이 어디냐에 따라서 비행기를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 대답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립적이면서도 약간의 통찰이 담긴 말이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최소한 운항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짚어낼 수 있었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나는 Airbus에 연락했다. "경쟁사에서 항공기를 마닐라로 가져와 보여줬다"고 알렸다. 이 한 마디에 Airbus 측도 즉각 반응했다. 그들도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이 과정을 거치며 나는 항공기 구매가 얼마나 복잡하고 경쟁적인 비즈니스인지 실감했다. 각 제조사들이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어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그리고 구매자의 한마디가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오는지 직접 목격한 셈이다. 비록 나는 이 분야의 문외한이었지만, 이런 경험을 통해 항공 산업의 역동성을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Airbus의 Invitation


Embraer의 방문 이후, 나는 즉시 Airbus 측에 연락을 취했다. 경쟁사의 움직임을 알리자 Airbus도 즉각 반응했다. M8이 주목하던 핵심 요구사항은 명확했다. 우리 노선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지, 그리고 해외 취항 시 특히 인천과 중국의 2-3선 도시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지였다.


Airbus의 답변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전문적이었다. A320 시리즈 이상 기종은 필리핀 지방 공항 착륙이 불가능하지만, A220은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A220 도입 시 Fleet Plan을 새로 수립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항공기 선택을 넘어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재고해야 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초기에는 오해로 인해 소통이 어려웠던 Airbus와의 관계가 이제는 매우 원활해졌다. 그들의 적극적인 대응과 전문적인 조언은 프로젝트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나 바로 이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가 진전을 보이면서 오히려 나와 M8 사장과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의사결정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 같았다.


Embraer 방문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이사진들이 나에게 중요한 정보를 귀띔해주었다. M8 사장이 그동안 Airbus를 초대하지 않고 한 회사와만 연락했던 이유가 우리 회사가 너무 작아서 Airbus 같은 큰 회사가 상대해주지 않을 거라는 핑계였다는 것이다.


더욱이 Airbus도 나와 M8 사장을 혼동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이사진들이 결정적으로 Airbus에게 나하고만 소통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M8 사장과의 관계에 더 큰 균열을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되었다.


Airbus에게 A220을 마닐라 NAIA로 가져오라고 요청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였다. 마침 인천 에어쇼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개인 일정 때문에 불가능했다. Airbus 측에서 프랑스 초청을 제안했으나, 이사진들은 비자 문제로 시간이 맞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Airbus가 싱가포르에서 항공기를 볼 수 있다고 제안했고, 나는 즉시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M8 사장과의 갈등, 이사진들의 나에 대한 신뢰 증가, Airbus와의 직접 소통 채널 확립 등 여러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멋있는 척하려고..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함


결국 이사진과 함께 싱가포르로 향했다. 나는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이사진들에겐 시간과 돈이 무척 아쉬운 자원이었다. 그래서 항공기만 보고 바로 돌아오는 빠듯한 일정이 되었다.


항공기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왜 이렇게 작지?"였다. 대한항공이 부산-일본 노선에 이 기종을 투입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기내에 들어서자마자 E195와의 차이점이 눈에 띄었다. 구체적인 기술적 특성들을 꼼꼼히 관찰하고 노트에 기록했지만, 이는 민감한 정보라 자세히 언급하기는 어렵다.


이 짧은 방문으로 실제 항공기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서류나 설명만으로는 알 수 없는 실제 크기와 내부 구조, 마감 품질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항공기 구매 시... 자동차처럼 자리에 앉아본다 ㅎㅎ


싱가포르로 출발하기 전, A220 구매에 대한 여러 의문이 들었다. 과연 구매가 가능할지, 어떤 조건으로 얼마나 구매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Fleet Plan 변경도 없이 항공기를 먼저 선정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M8 이사진들의 내부 사정과 M8 사장이 강력하게 기종 변경을 주장하며 특정 항공사를 밀고 있었기 때문이다. Airbus를 검토하게 된 것도 이런 내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우리가 Airbus를 검토한다고 하자마자 상황이 급변했다. 전세기 전문 Agent들의 연락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A320 시리즈 3대로 시작해 필리핀 2대 항공사로 성장한 Cebu Pacific (5J)의 성공 사례가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나는 처음으로 새로운 제안을 했다. A220 대신 A321 또는 A321neo를 선정해 국제선에 투입하고, 국내선은 터보프롭 기종을 검토하자고 말했다. 놀랍게도 이사진들은 이 의견을 무척 반겼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M8의 미래가 한 기종으로 국내외 노선을 모두 커버하는 것보다는 다중 항공기, 다중 슬롯(Multi Aircraft Multi Slot) 전략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 같았다. 이제 관건은 어떤 전략으로 시작할 것인가였다.


이 시점에서 이사진과 NAIA 등 관계자들은 최종 의사결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나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겼다. 바로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한 검토 보고서 작성이었다. 이 보고서가 M8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문서가 될 것임을 직감했다.





Where to Fly


항공사 이사진과 그룹 회장님의 결정을 돕기 위해 결정적인 자료가 필요했다. 그것은 단순한 기종 비교표를 넘어서, 그들의 의사결정을 도울 'Where to Fly' 보고서였다. 이를 위해서는 기종 간 정확한 비교가 필수적이었다.


E사는 이미 A사와의 비교 견적과 기종 비교표를 M8 사장에게 전달했고, 나는 E사의 발표 자리에 혼자 참석했었다. 개인적으로 공급사가 제시하는 경쟁사 관련 자료를 온전히 믿지 않는 편이다. 대개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는 좋은 판단 근거가 되었고, 나 역시 A사로부터 직접 사양(Spec)을 받아 비교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발견은 현재 M8이 보유한 국내선 슬롯(Local Slot) 중 일부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대다수의 국내선 슬롯에 취항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들었다. 이는 M8의 미래 전략과 노선 구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이러한 정보와 분석을 바탕으로, 나는 M8의 미래 전략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는 단순히 항공기 선택의 문제를 넘어, M8의 전체적인 사업 방향과 성장 전략을 제시하는 중요한 문서가 될 것이었다.


Local Slot들의 대다수가 짧은 활주로(Short Runway)를 가지고 있었고, 공항별로 하중 제한(Load restriction)이 각기 달랐다. 이로 인해 유상하중(Payload) 차이가 크게 벌어져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비교표에서 중점적으로 봤던 항목들은 다음과 같았다:

1. 날개 폭(Wing Span)

2. 중량 효율성(Weight Efficiency)

3. 짧은 활주로 운용 능력(Short Runway Capability)

4. 가능한 유상하중(Payload)

5. 연료 용량 및 효율성(Fuel Capacity & Efficiency)

6. 정비(Maintenance)

7. 예상 운영 비용(Operation Cost)

8. 정가(List Price)와 리스 조건(Leasing Term)


객관적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내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고, 이사진과 그룹 회장님도 같은 생각을 하셨다.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홈쇼핑, TV 방송국 사장에게 이런 것까지 시켜..."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지금 내 특기인 보고서 작업을 못하면 그룹 자체가 위험해질 수 있는데..."라는 사명감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 스타일로 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


이 작업은 단순한 항공기 선택을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M8의 미래 전략, 노선 구성, 그리고 전체적인 사업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자료가 될 것이었다. 내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이 중요한 보고서 작성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주말에 한국의 어머니 집에 가는 길, KE 비행기에 탑승했다. 평소에는 승무원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는 편이지만, 이번엔 용기를 내어 A220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행히 한 승무원이 A220 탑승 경험이 있었고, 그녀의 대답이 기억에 남았다.


"딴딴하다, 하지만 3-2 좌석 구조에서 2인석 쪽이 낮아서 승객들이 머리를 overhead bin에 자주 부딪친다"고 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이사회에서 A220에 대해 말해줄 정보를 찾고 있었기에, 이 친절한 답변이 무척 고마웠다.


이사회 날짜가 정해지고, 나는 평소와는 다른 준비를 했다. 홈쇼핑 회사 이사회에서도 해보지 않았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보통 홈쇼핑에서는 식사하며 간단히 말로 보고하거나 약식 서류로만 진행하곤 했었다.

이번 보고를 위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 각 이사들의 개인적인 생각을 들어보았고, 실질적 오너인 회장님의 장녀와도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의 기초를 잡았다.


이 과정은 단순한 항공기 선택을 넘어서는 중요한 의미를 지녔다. M8의 미래 전략, 노선 구성, 그리고 전체적인 사업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 자료가 될 것이었다. 내 경험과 지식, 그리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회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이 중요한 보고서 작성에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항공기는 구매하는 거보다... 타는 게 더 재미있다.

이사회에서 결정이 났다.

다른 기종을 찾기로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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