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티멘탈 밸류(2025) 리뷰
오래전 집을 떠났던 영화감독 아버지 구스타브는 연극배우인 노라를 찾아와 너를 위한 영화 각본이라며 자신의 영화 주인공을 제안한다. 하지만 몇 년 만에 찾아온 아버지가 미웠던 노라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게 되고 그 역할은 할리우드 배우 레이철 캠프에게 가게 된다. 아버지는 영화를 준비하는 와중에도 노라와 그녀의 여동생을 자주 찾아오며 뒤늦게 아버지의 역할을 채우려 하지만 두 자매는 그에게 미움만을 쌓게 되게 되지만 두 자매는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98회 아카데미시상식에 9개 부문후보에 오르며 작품상 유력수상후보로 불리는 센티멘탈 밸류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의 감독 요아킴 트리에의 차기작으로 레나테 라인스베가 다시 주연으로 캐스팅되고 말이 필요 없는 대배우 스텔란 스카스가드와 엘 패닝이 캐스팅되면서 많은 기대를 불러온 작품으로 개봉 후에도 역시나 명서에 걸맞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센티멘탈 밸류의 첫 시작은 누군가에 내레이션으로 이어지며 노라에 어린 시절 학교숙제인 내가 사물이 되다면을 주제로 감상과 소감을 써오는 것이다. 노라는 고심 끝에 자신이 사는 낡은 집을 선택해 집이 무엇을 느끼고 무엇이 좋은지를 집에 마음으로써 생각을 한다. 이런 내레이션이 진행되면서 배경으로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조명한다. 집에 환경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특히나 인상적이고 중요한 장면은 노라에 시점에서 보는 부부싸움이다. 문 너머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고성이 오가는 부부싸움에 노라자매는 서로를 의지하며 그 소리를 극복하는 그 장면은 자매가 아버지와 왜 멀어졌고 아버지가 왜 집을 나갔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다.
구스타브는 영화감독으로 감독 중에서도 가장 고집이 세고 자신 있는 감독으로 묘사된다. 연극배우인 노라는 아버지와 대화 중에 구스타브가 연극을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혐오에 가까울 정도의 신념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영상으로써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연기이자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구스타브의 모습과 딸은 뛰어난 연기력을 지녔음에도 영화배우가 아닌 연극배우로만 활동하는 아이러니는 단순히 개그와 아이러니를 위해 만든 설정이 아닌 아버지를 원망하는 노라가 구스타브가 싫어하는 연극에 서면서 그에게 반항하는 무의식적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출은 씬에서 다음 씬으로 넘어갈 때 검은 화면이 보인 후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페이드 블랙을 사용하는 연출인데 그 방법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구스타브가 노라자매를 떠나고 난 후 사라지고 비워지 공허로 가득 찬 아버지의 기억을 노라에게 그 시간은 어둡기만 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영화 속에서도 페이드 블랙을 사용하며 노라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 노라의 여동생인 아그네스를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아그네스는 아버지와 언니가 예술가임에도 역사학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그 외에도 유일하게 자식이 있는 캐릭터이며 노라와 구스타브의 관계 외에도 아그네스와 구스타브의 관계를 세심하게 묘사되며 두 자매와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그네스도 아버지가 떠난 뒤 생긴 원망과 우울함은 자신의 증조할머니가 전쟁 중 겪은 고문과 심문을 보며 그 우울증이 더욱 심화되다가 영화의 마지막에서 노라가 아그네스를 안아주며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우울증을 이겨내 된다.
영화 속에서 또 중요한 캐릭터는 엘 패닝이 맡은 레이철 캠프이다. 할리우드 배우로 미국이지만 노르웨이로 와서 직접 구스타브를 만나고 싶다는 말과 그녀의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하며 노라가 거절한 배역을 레이철에게 제의하게 되고 신작의 주인공이 된다. 레이철의 연기는 훌륭하게 나왔지만 레이철은 자신의 연기에 불만과 한계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역할의 모티브가 되는 노라를 만나게 되는 순간 레이철은 곧바로 구스타브를 찾아가 배역을 포기하게 된다. 레이철이 배역을 포기하게 된 것은 자신은 결코 노라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에 배경이 되는 노르웨이 억양을 외우기도 하고 노라의 머리색인 갈색으로 염색을 해도 이 각본은 오직 노라를 위해 맞추어진 구스타브와 노라의 각본이기에 레이철은 본인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연기를 해오게 되고 곧이어 본인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레이철은 그 배역을 포기하게 된 것 임을 알 수 있다.
센티멘탈 밸류는 공허로 채워진 시간을 그 후에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져본다. 어둠만으로 채운 지난날에 시간에서 무덤덤하 넘어가는 사람과 끝내 잊지 못하고 다시 그 시간을 붙잡아보려는 이도 존재한다. 영화 마지막에서 결국 서로를 위한 타협과 양보로 다시 가족이란 의미를 되새겨보는 구스타브와 두 자매처럼 시간을 적응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가족은 다시 생각해야 하는 인상적인 감상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