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넷(2026) 리뷰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아녜스는 어느 날 자신의 마을로 이사 온 윌리엄에게 호감을 느끼고 윌리엄도 아녜스에게 공개적으로 구애를 한다. 아녜스와 윌리엄은 만나고 나서 곧바로 혼인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고 세 남매와 함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즐기는 찰나 둘 사이에 비극이 찾아오고 철옹성 같았던 남편과 아내의 행복한 생활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햄넷은 클로이 자오 감독의 3번째 장편영화로 이번 98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총 8개 부문에 후보에 올라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를 비롯해 여러 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획득하며 기대를 불러 모은 작품이다. 개봉 후 역시나 호평 일색인 평가들을 볼 수 있으며 특히나 아녜스역을 맡은 제시 버클리의 연기가 가장 압도적이라는 평이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정보는 4대비극과 몇 가지의 희극정도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셰익스피어에 대해 사생활은 아내의 이름인 아녜스 해서웨이가 공식적이며 그 외에 정보는 역사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럼에도 매기 오패럴이 쓴 동명의 소설에서 셰익스피어의 삶과 이면을 새롭게 써 내려가며 전 세계적인 불멸의 작품인 햄릿에 비하인드를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아녜스는 자연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등장한 장면도 숲에서 나오고 윌리엄을 만나서 결혼한 후에도 아이를 첫째를 낳을 때 숲에서 낳은 것처럼 아녜스는 주술과 자연에서 오는 영적이고 초자연적인 것을 믿는 사람이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행동에 이유는 아녜스의 어머니에게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아녜스 집안에 여자들은 남들은 볼 수 없는 특히나 영적인 것들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상대방에 손을 잡을 때 상대방에 미래 혹은 또 다른 모습을 파편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윌리엄과 처음 만났을 때 손을 잡은 뒤 홀린 듯 키스를 한 이유도 미래에 윌리엄과 결혼하여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스러운 점은 상대방에 미래를 보는 영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어째서 아들인 햄넷의 죽음을 예견을 할 수 없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그 답은 영화를 다 보게 되면 나온다. 윌리엄이 런던으로 떠나고 슬퍼하던 햄넷을 위로하기 위해 아녜스는 햄넷의 미래를 보게 된다. 그 미래에는 아버지의 연극에서 주인공 역할을 하면서 칼을 휘두르고 있다는 미래이다. 햄넷이 죽게 된다는 결말을 아는 관객들은 이것이 엄마의 하얀 거짓말일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아녜스는 미래를 제대로 보았다. 햄넷이 죽고 난 후 마지막 햄넷 연극을 볼 때 아녜스는 자신의 아들의 이름을 한 연극배우를 보게 되고 믿지 않았던 윌리엄의 진심을 연극으로 깨닫게 되는 장면에서 아녜스가 본 미래에 정황이 밣혀진다. 아녜스는 자신의 아들인 햄넷의 성인의 모습을 본 것이 아닌 자신의 아들의 이름과 외모를 딴 캐릭터의 모습을 본 것이다. 아녜스의 능력은 상대방의 미래를 보는 것이 아닌 자신이 미래에서 본 상대방의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아들인 햄넷의 죽음을 보지 못한 것도 그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게 나오는 매개체는 물이다. 물은 영화 속에서 비와 호수등으로 나오며 인물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다. 물에 상징성과 의미는 회복과 재생의 키워드를 담고 있다. 아녜스가 숲에서 아이를 낳은 뒤 윌리엄은 근처 호수에서 홀린 듯 수영을 하게 된다. 이 장면 이후로 윌리엄은 연극과 원하지 않는 일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연극의 극본을 쓰기도 한다. 윌리엄이 호수에 들어가고 나서 생긴 행동의 변화는 아버지 밑에서 수동적이고 강압적으로 살던 이전에 윌리엄에서 자신이 원하는 일과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바뀌어 가는 재생을 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이후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쌍둥이를 출산하던 아녜스에게로 숲으로 가지 못해 집에서 출산을 하면서도 비가 집안으로 기어들어와 아녜스를 마주하면서 아녜스의 어머니가 자식을 낳다가 죽은 모습이 오버랩되며 불안한 미래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두 아이가 건강하게 출산하는 것도 물의 영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햄넷 연극에서 선왕으로 분장한 윌리엄이 유령 분장을 물로 지우는 것 또한 아들의 대한 슬픔과 가족을 향한 죄책감이 연극과 물로써 회복되어 가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예로 문라이트에서 같은 상징을 가진 물이 주인공이 나이를 먹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물과 같이 배치하면서 호평을 받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햄넷에서도 물을 활용함에 있어서 훌륭했다고 말할 수 있다.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녜스역을 맡은 제시 버클리이다. 제시 버클리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드라마 시리즈인 체르노빌에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며 가장 주목해야 될 배우로 화제를 모았는데 이번 햄넷에서 제시 버클리의 연기는 괴물과도 같다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연기이다. 총 두 번의 출산을 할 때 비명을 지르는 아녜스의 모습이 촬영 때문일 수 있지만 기괴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장면들은 제시 버클리의 미친 연기가 압도한 장면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부고니아의 엠마 스톤, 센티멘탈밸류의 레나테 레인스베 등이 있지만 너무나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제시 버클리가 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을 잃은 아녜스의 비통한 심정을 읍소하며 내지르는 연기는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물론 윌리엄의 폴 매스칼과 윌리엄의 어머니역의 에밀리 왓슨도 대단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촬영도 가장 인상 깊었다. 영화 속에서 자주 사용된 숏은 버드 아이 뷰숏이다. 새의 시점에서 본 숏으로 아녜스가 숲에서 아이를 임신했을 때와 런던으로 가는 윌리엄을 배웅하는 햄넷의 모습등을 버드 아이숏으로 찍어냈는데 이 장면들은 아녜스가 기르던 매의 시점이라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버드 아이 숏을 찍을 때 매의 모습은 없으며 매가 죽고 난 이후에 아녜스가 매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라고 말하고 나서 버드 아이뷰가 나왔던 것처럼 버드 아이 뷰의 시점은 아녜스의 매의 시선임을 알 수 있다. 매는 관찰자이자 셰익스피어 집안의 삶을 좋은 곳으로 인도하는 단순한 동물이 아닌 영적이 존재임을 암시한다. 자연을 담는 매의 눈을 촬영기술로 옮기는 훌륭한 연출이었다.
이번에 본 햄넷은 크지 않더라도 정직한 육각형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했다. 연출과 촬영, 스토리, 연기까지 뭐 하나 빼놓지 않은 가장 인상적이며 훌륭한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