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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미숙 Dec 16. 2023

브런치 작가님께 배우다!!

<열정넘치는 브런치 작가님들>


"산길을 오르며 이렇게 생각했다.(山道を登りながら、こう考えた)。

     

지혜로만 살면 모가나고, (智に働けば角が立つ)


정에 넘쳐 살면 남는 게 없고.  (情に棹させば流される)

자신의 주관(고집)만으로 일관한다면 답답하다. (意地を通せば窮屈だ) 

아무튼 세상은 살기  어렵다. (兎角に人の世は住みにくい)"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쿠사마쿠라(草枕)> 冒頭에 적힌 말이다. 제목이 말하는 ‘쿠사마쿠라’의 의미는 ‘풀베개’란 뜻으로, 산천을 돌아다니며 풀을 베개삼아 누워 적은 글이라는 뜻이다.(우리의 김삿갓 방랑기쯤으로 보아야 할까)

    

아무튼 이렇게 삶이 힘들어지면 '시가 나오고 그림이 나온다'라 적고 있다.

어제 브런치 작가의 그림을 보니 문득 이 글귀가 떠올랐다.



대체 인간의 능력은 어디까지란 말인가. 저마다 각각의 능력과 재주를 갖고 있는 브런치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느낀 소감이다.  글에 더해 그림을 그리는 분들은 더욱 멋스럽다.


글이 나오려면 자신의 지식과 배움과 글을 만들어내는 능력과 경험치가 쌓여야 가능하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 위에 멋진 그림을 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기쁠 일이다.


여행을 하며 눈에 보이는 풍광을 스케치북에 담아온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하여 오랜 기간 어반스케치라도 배워야하나 생각해오던 차에  브런치 작가님의  멋진 그림이 눈에 띄었다. 하고 싶은걸 시작하는 시기는 지금이 가장 빠른날이라 했던가.


나는 브런치 이웃 작가님께 그 그림을 따라 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그림 연습에 돌입했다.

브런치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어느 새 브런치 작가님들은 모두가 나의 스승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한분의 제자가 되어 그 한 점을  찍게 된 날이다.  


    좌, 연필 1회 연습/ 우,  작은 수첩에 볼펜으로 복습


  휴일이란 말 속에는 왠지모를 안락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져 좋다.

책꽂이에 진열된 책들을 무심히 이것저것 뒤적여 보는 재미가 있어서 더욱 좋다.


오늘은 무얼할까. 평소 그림을 좋아하고 예전에 취미로 했던 한국화를 그린 적은 있지만 시간에 쫓겨 포기한지 오래이다. 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그 열정이 살아났다.     


무엇이든 시작은 어렵다고 했던가. 어제밤에 내 브런치에 댓글을 남겨주신 분의 그림을 카피해 놓고 그 분께 잘 따라 그려보겠다는 의지를 남겼다. 그리고 오늘부터 시작이란 마음으로 흉내 내어보기로 한 것이다.      


설레는 맘으로 예전의 빛바랜 스케치북을 펴고 보니, 이 그림은 볼펜이었을까 만년필이었을까 연필로 해야 하나 도구부터 걱정이 앞섰다. 여쭤나 볼 것을. 하지만 그 생각은 금새 바뀌었다. 열 번 이상을 지우고 반복해야할 내 모습에 우선 연필을 잡고 따라해 보기로 했다.     


한국화를 했었고, '그림은 다 똑같은 거지'라고 했던 내 생각이 바뀐 건 언젠가 다시 수채화를 흉내 내면서 부터였다. 그 때의 쓴맛을 보았기에 걱정이 앞섰다. 한국화는 물의 농담으로 원근감을 냈었고, 앞쪽은 먹을 더해 진하게 그렸었다. 이게 법칙은 아니지만 대충 그렇게 그렸었다. 그리고 살짝 색을 덧칠하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기초적인 방식이고 그 후론 먹선(墨線)이 드러나지 않게 물감을 덧칠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실수가 그대로 노출되는 한국화에 자신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물감을 사용한 그림은 먹물보다 수정이 가능하니 훨씬 수월한 방식이라 느껴졌다.

     

그리고 예술계통의 비리를 알게 된 후부터, 그림을 접고 다시 내 전공 공부에 매진했다. 하는 일에 더 열성을 기울여야 했기 때문이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두고 말이다.   

   

오늘 브런치 이웃 작가님과의 약속대로 그분의 그림을 모사해 보았다.      

이렇게 가끔 흉내라도 내다보면 신나게 그릴 수 있는 날이 나에게도 오겠지, 일본어 학습자에게 자주 써 먹는 말이지만 말이다. ‘꾸준히만 한다면 언젠가는 할 수 있다(続けてればいつかはできる!)’.     


아침부터 눈이 내린다는 친구의 말을 뒤로하고 이런 저런 일로 종일 집에 틀어박혀 있었던 오늘, 뿌듯함을 느낀 하루였다. 아기가 한 걸음을 디딘 하루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림을 베껴도 좋다는 브런치 작가님께 감사인사라도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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