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대학원 과정 중 가장 긴장되었던 순간을 꼽으려면 처음 컨택 메일을 보낼 때를 꼽을 것이다. 개미만 한 심장을 가진 나는 메일을 보낸 순간부터 답변을 기다리기 때문에 일부러 내가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수 있게 예약메일을 걸어버리곤 했다. (물론 그래도 목 빠지게 답장을 기다린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는 했다.)
나는 컨택메일을 꽤 많이 보낸 경험이 있다. 인턴도 여러 번, 대학원 입시도 여러 번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택 메일을 보낼 때의 긴장은 아직도 여전하다. 예비 지도교수님께 처음으로 연락을 드리는 메일이기 때문에 이것으로 어쩌면 내 첫인상이 결정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컨택은 무조건 해야 할까? 답은 Yes다.
이는 당신이 국내 대학원을 가든 해외 대학원을 지원하든 동일하다. 컨택 과정은 미래의 지도교수님과 나의 니즈를 상호 확인하는 과정이다.
지원자가 우리 연구실에 적합한(관심분야가 맞는가, 잘 어우러질만한 사람인가 등등) 인재인가? 연구실이 이 학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인가?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 할지라도 연구실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면 제자로 받을 수 없다. 학생 입장에서도 반드시 지원 전에 이를 확인해야만 입시에 합격하고 나서 거취를 정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컨택메일은 언제 보내면 좋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변은 현재 본인 상태와 목적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현재 대학교 3학년도 안 된 저학년이라면 교수님께서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전공 공부가 충분히 되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대학교 3학년 이상이면서 해당 연구실에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면 컨택은 ASAP다. 전공공부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연구에 투입이 '가능'하다.
특히 연구실 생활을 하는 전공들의 경우에는 기회가 된다면 관심 있는 연구실에 연락해서 꼭 인턴을 해보는 게 중요하다. 각 연구실들은 겉으로 보이는 실적, 구성원 등으로는 나에게 맞는 곳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 연구실에 다니고 있는 지인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분위기를 살펴볼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내가 직접 경험하지 않는 이상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고민이 된다면 지금 당장 경험해봐야 한다. 직접 경험해 보고, 여기가 아니다 싶을 때는 일초라도 빨리 도망치는 게 현명하다.
만일 컨택 메일을 보냈는데도 교수님께서 답장이 없으면 일주일 정도 기다려 보고 리마인드 메일을 보내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학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겠지만, 더 높은 확률로는 교수님이 너무 바쁘시기 때문에 메일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일 것이다.
컨택이 대학원 합격을 완벽하게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후에 대학원 학과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입시를 뚫어야만 합격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내 대학원의 많은 경우에 컨택이 합불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알려져 있고, 실제로 내가 보고 경험한 바로도 그런 것 같았다. 일부 학교에서는 면접에서 대놓고 컨택 여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컨택은 대학원 입시의 시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떨리는 것 같다. 시작은 언제나 떨리는 법. 거절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용기를 내야 새로운 시작을 마주할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