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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지감자 Aug 28. 2023

대학원생 인터뷰 #10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 기초공부

최근에 대학원 과정을 모두 마친 친구가 있다. 참 어려운 대학원 시절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그를 만나보았다. 아직 졸업하지 못한 나를 위해 학교 앞까지 찾아온 친구를 반갑게 맞이했다. 맛있는 밥도 먹고 수다를 떨면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감자: 현재 직업이 어떻게 되세요?

더치커피: 지금은 졸업을 해서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일주일 뒤에 정식 입사 예정입니다.


감자: 대학원 전공은 무엇인가요? 간단한 소개 부탁드려요!

더치커피: 전공은 이름은 바이오엔지니어링입니다. 실제로 하는 일은 생체신호를 분석하고 뇌랑 연결 짓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감자: 전공을 선택한 계기가 있나요?

더치커피: 고등학생 때부터 신경과학과 물리를 좋아했습니다. 그 두 분야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분야가 의공학 쪽이라 생각했어요. 저는 그중에서도 생체 신호에 관심이 많았고요. 저는 세포 단위의 실험보다는 조금 더 큰 단위, 그러니까 시스템을 연구하고 싶었어요. 신호처리에도 관심이 많아서 생체 신호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정보를 뽑을 수 있는지, 좋은 시그널을 얻을 수 있는지 데이터 측면에서 분석하고 싶었습니다.


감자: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나요?

더치커피: 우선 웨어러블 디바이스 신호 데이터로 수면 평가 지표를 새롭게 개발했어요. 지금까지는 시도하지 않았던 분포에 기반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EEG 신호의 해상도를 높이고 이로부터 질병 패턴을 찾아낸 것이었어요.

감자: 많은 걸 하셨네요.

더치커피: 저는 병원에 있는 대학원을 다녔어요. 데이터는 의사 선생님들이 다 모으셨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데 비해 너무 단순한 데이터만 사용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데이터가 엄청 아까웠어요. 데이터를 잘 살펴보면 분포 형태 상 질병군이 컨트롤군과는 다르다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저는 그래서 버려지는 데이터들을 사용해서 새로운 지표를 만들고 싶었어요.


감자: 학위과정 중 가장 좋았던 일은 무엇인가요?

더치커피: (웃음) 석사 들어오면서 세웠던 목표가 제 분야의 저명한 저널에 논문 내고 하겠다고 한 것이었거든요. 저는 결국 내고 졸업했습니다. 그때가 제일 좋았어요. 연구에 관련해서는 처음에는 가설을 세울 때 교수님께 강력하게 말하지 못했는데 나중에는 제가 제시했던 가설이 교수님께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논문 리뷰어가 수긍했을 때였습니다.

감자: 논문을 내셨던 게 취업에 도움이 되었나요?

더치커피: 취업을 한 건 논문이 개제 되기 전이긴 해요. 그래도 분석 방법을 개발했던 경험이 자소서와 면접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제가 생체 신호를 다뤄본 경험이 취업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병원에서 일해본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환자를 등록하고 데이터를 받는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경험해 본걸 좋게 생각한 것 같아요.


감자: 학위과정 중 가장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더치커피: 정말..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머릿속에 많은 것이 떠오르긴 하는데. (웃음)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 제일 힘들었을 때는 더 이상 발전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였습니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을 때. 처음 연구실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분석해 봤는데 저에게 선배는 있었지만 연차가 거의 나지 않았거든요. 저에게 인사이트를 나누거나 분석방법을 가르쳐줄 사수는 아니었어요. 게다가 교수님께서는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이었어요. 제가 새로운 분석방법을 개발하고 연구를 진행하려면 딥러닝이든 신호처리든 심화적인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말씀을 드렸는데도 교수님께서 이 필요성을 몰라서 갈등이 많았습니다.

감자: 교수님은 당장 결과를 내길 바라셨구나. 교수님과의 갈등이 대학원생한테는 정말 힘든 일인데 고생이 많으셨네요.

더치커피: 다행히 결국에는 교수님과 말로 다 풀었습니다. 합의하에 다른 딥러닝 연구실에 가서도 공부하고 수업도 들을 수 있었어요. 실제로 적용하면서 많은 문제들이 있었습니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우여곡절을 겪고 경험하면서 짬이 많이 생겼어요.

감자: 그런데 정말 제 지도교수님과 비슷하시네요. 저희 교수님도 공학자라 그런지 기초공부를 매우 강조하세요.

더치커피: 제가 하는 연구가 신호처리라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제가 수식으로 하나하나 다 뜯어봐야 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더치커피: 정말 힘들었던 것은 그런데 연구 외적인 것이었어요. 일과 삶의 분리가 되지 않았거든요. 저는 놀 때는 놀고 일할 때는 하는 스타일입니다. 근무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퇴근 시에는 무슨 일을 하든 간섭받고 싶지 않았는데 교수님께서 연락을 평일 밤이나 주말에도 하셨어요. 그래서 교수님께 연락이 올까 봐 불안해했던 게 정신적으로 압박이 심했습니다.

감자: 저도 제안서 쓰고 서류 문제로 연락 주고받을 때 힘들었는데, 비슷한 건가요?

더치커피: 제가 행정담당이고 연락담당이었던 적 있어서 연락이 엄청 자주 오진 않았지만 언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멀리 놀러 가지 못했죠.


감자: 대학원생이 가장 중요하게 갖추어야 할 자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더치커피: 연구 외적으로는 그냥 받아들이고 포기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태도를 가지지 않으면 모든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감자: 슬퍼... 본인 이야기인가요?

더치커피: 네... 일과 삶의 분리를 포기해라...

감자: (시무룩)

더치커피: 연구적으로는 기초공부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기초공부가 잘 되어있어야지 내가 하고자 하는 부분에 어떤 방법을 할지 바로 떠올릴 수 있어요.

감자: 굉장히 찔리네요. 하지만 정확합니다.


감자: 대학원 연구실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요?

더치커피: 교수님 인성이 제일 중요한데 그건 들어가기 전까지 모르는 거고요. 연구 분야는 석사면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냐면 와서 다른 걸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교수님이 무슨 전공이신지가 중요합니다. 연구 보는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자기 베이스랑 다른 교수님 연구실에 들어가려면 석사일 땐 힘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소통이 힘들고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을 수가 있어요. 박사과정이라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감자: 대학원 과정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다면?

더치커피: 공부랑 연구랑은 좀 다르다는 점. 저는 새로운 걸 공부하는 걸 좋아하고 전공공부를 좋아해서 대학원에 왔는데 연구와 공부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생각보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점. 공부는 시간을 내서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성격을 잘 생각해서 오세요. 너무 활동적이거나 외향적이고 주장이 강한 사람이면 힘들 수도 있어요.


감자: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대학원 진학을 하실 건가요?

더치커피: 과연 할까...? 다시 돌아가도 전공 공부를 좋아했기 때문에 갈 것 같기는 한데 대학원 갈 때 저를 조금 더 지지해 줄 수 있는 곳으로 선택할 것 같아요.


감자: 10년 후 당신의 모습은 어떨 것 같으세요?

더치커피: 저는 이쪽 분야에서 계속 커리어를 쌓고 있을 거예요.

감자: 회사에서?

더치커피: 네. 회사에서 커리어를 쌓을 것 같고. 어쩌면 외국으로 나갈 수도, 박사를 갈 수도 있겠지만 우선 지금은 계획이 없어요. 저는 임원이 되고 싶고 연구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직책이 되고 싶습니다.

감자: 교수가 되면 되잖아요?

더치커피: 예전에는 되고 싶었죠. 그런데 박사는 지금 하기 싫어서요.

감자: 아무튼 무사히 석사 졸업하시고 취직하신 거 축하드려요!! 힘든 상황에서도 논문 두 개나 내고 졸업하신 것 너무 존경스럽네요. 앞으로 꽃길만 걸으시길 바랄게요. 재밌는 것도 많이 하고 건강도 되찾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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