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인문학을 만나라]- 최효찬
저자는 매주 1권씩 1년 동안 52권의 동서고금의 고전 칼럼을 쓰고 그 이후 2년 동안 '최효찬의 문사철 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인생의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진실로 문사철을 탐독한다면 1년이면 나 자신을 바로 잡을 수 있고, 3년이면 완전히 독서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라고 한다. 여기서 문사철이란 문학, 역사, 철학을 이야기한다.
삶의 길목에서 50이 되기 전에 자신이 살아온 길이 맞는지 아니면 이쯤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 내야 하는지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찾아드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40대에 해야 할 일이 무엇 일지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은 지나 봤기에 보다 냉철한 시각을 가졌을 것 같아 관련 책자를 보게 된다. 폭풍 전야는 오히려 조용할 수 있고, 반대로 다가올 폭풍 피해를 예비하느라 분주하게 지내다 보면 오히려 아무 일 없듯이 지나갈 수 도 있다. 지금이 내 인생에 몸을 낮추고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책 읽기 좋은 계절은 사계절 모두인가 보다. 저자의 책 구성은 계절에 따른 추천 독서와 그에 대한 저자의 의견 그리고 함께 읽으면 좋을 책들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고 있다. 겨울은 정신이 점일 해지기에 경서를 읽기 좋고, 봄은 기운이 확장되기에 문집을 읽기에 좋다고 한다. 여름은 날이 길기 때문에 역사서를 읽기 좋고, 가을은 운치가 남다르기 때문에 교양서를 읽기 좋다고 한다.
겨울부터 시작되는 그의 책 소개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읽기 속도가 길어진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저자가 소개한 책 순서로 즉 7월부터 펼쳐서 한 주씩 읽어 가도 괜찮을 책이다. 저자가 읽고 추천한 책중 상담 부분이 이미 읽은 책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자만큼의 폭넓은 이해를 할 수가 없었고, 왠지 읽어야 할 것 같아 의무감으로 읽다 보니 숙제처럼 읽었던 책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깊이 있는 책들을 읽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겠지만 자기 의지대로 방향을 잡고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는 어렵다.'라고 한다. 깊이 있는 책 읽기의 길잡이 노릇이 될 책일 것 같다.
책 중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죽음) 사이의 C(Choice 선택)의 연속이라는 사르스트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속적인 선택들이 삶의 방향을 보이지 않게 배의 키처럼 인생 항로를 결정할 것이다. 또한 블레이크의 시 '한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고,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손바닥 안에 무한을 붙들고 시간 속에 영원을 붙잡아라'라는 글귀는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에게 깊은 영향을 끼 졌다고 한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만나는 사상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어찌 책을 만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20년 동안 미국 통화 정책 수상으로 장기 호황 창조자라 불린 그린스핀 또한 유대인 소설가 에인 랜드의 '아틀라스'소설을 읽고 자본주의의 도덕적인 힘을 믿게 되었다고 한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책 저자 프르스트는 병약했지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는 비난을 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상대의 장점을 볼 수 있어 친구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프루트 화법'이라는 신생 어를 만든 것이다. 그는 15년 동안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쓰는 동안 삶의 영역에서도 사랑하는 일들과도 아름다운 관계를 쌓아 올린 것 같다.
책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된 사람이 다시 시대를 만들고 책을 남겨 또 다른 사람에게 릴레이 계주처럼 인류의 정신이 전달된다. 참으로 경이로운 과정이 아닐 수 없다.
책에서 이야기한다. 멀리 가려거든 곡선으로 가라고. '곡 즉 선'의 곡이란 구부려 힘을 모으고 있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인생 후반전을 위해 지금은 몸을 구부려 나를 갈고닦을 때가 아닌지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다.
책에서 다양한 주제를 다루지만 유독 눈길이 끄는 부분은 가정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의견이다. 어머니는 아이를 육체적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돕고 아버지는 아이가 사회적으로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이야기이다. 산업화 이후 아버지의 위치는 가정에서 위축되어졌고, 대신 어머니의 권력 상승으로 인해 가정은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남성들을 길러 내고 있다는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어느 순간 어머니는 집안의 모든 일과 아이들 교육을 담당하고 아버지는 가정을 이끌어갈 돈을 벌어오는 사람으로 그 위치가 정해져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빼앗기게 된 것이다.
또한, 본문 중 아버지라는 존재는 어머니의 입을 통해 말해진다. 가정의 불행과 행복이 바로 어머니가 아버지에 대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좌우된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어려서 어머니는 늘 아버지가 우리 집안에 어른임을 몸소 보여 주셨다. 놀다가도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일어서서 인사는 물론 모든 음식은 아버지 부재 시 우선 따로 아버지 분량을 따로 덜어 놓고 우리가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들이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가 우리들에게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시는 아버지의 위치를 만들어 주신 것 같다.
지식사회라고 한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 속 수많은 책들 중 모래 한 알 만큼도 못한 지식이 앎에 대한 목마름을 더욱 부채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