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서재]- 장석주
두툼한 책 사이사이 다양한 책을 소개한 글일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전문 글쟁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저자다. 저자의 글쓰기에 관련된 책을 읽었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의 느낌은 글을 쓰는 자세가 무척이나 진지 하다는 생각과 글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는 약간의 의기소침함을 가졌었다.
하지만 이 책은 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너무 많아 긋다가 포기하고 정독해서 읽었다. 천천히 읽으면서 저자의 사색을 느껴보면 좋을 책이다. 서울 생활을 접고 충주 시골에 내려가 책 읽기와 사색 그리고 산책을 통한 삶의 방식이 왠지 모를 비장함으로 비친다. 치열하게 자신과의 만남을 위한 고독의 시간을 부러 만들어낸 것 같다.
3만 권의 책에 둘러 쌓여 다양한 책들의 저자와 소통하고 창문 밖에서 대자연이 오로시 저자를 향한 관심과 애정을 쏟아 주는 환경이라는 느낌이 든다. 숨 가쁜 일상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기에는 그 속도감이 시간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가 우리의 일상을 쉽게 지치게 만든다.
'책 읽기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세계로 가는 행위이다. 책을 한 권씩 읽을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간다'라는 말이 저자의 자위적 고독에 대한 이유를 잘 설명해 주는 글귀 같다. 그의 책은 마흔의 인생길에서 우리가 잠깐 멈추고 사유할 거리들을 주제로 한적한 시골에서 얻어낸 진실을 책 속에 쏟아 두었다. 인생, 행복, 고독, 책, 사색, 진실, 용기 등 살아가면서 추상적인 개념으로 막연하게 자리 잡고 있는 주제를 삶의 중심 무대로 불러들인다.
그의 사색이 깊고 진하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과정을 홀로 결단 짓기보다는 다양한 책을 읽고 저자들과 소통하고 자신만의 생각으로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 보이는 책이다. 어떤 구절은 시 같기도 하고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아이가 쓸 듯한 표현들도 보인다. 그를 통해 만나는 책들은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해 준다.
책 중 인상 깊은 내용이 많지만, 삶의 진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싶을 때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진다. 저자를 통한 다양한 작가들의 삶의 진실 어린 글귀들이 가랑비 옷 젓듯 서서히 스며든다.
'후회가 꿈을 대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 '라는 말은 우리에게 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 준다. 화가 모네는 76살에 수련을 그리기 시작했고, 벤자민 프랭클린은 78살 때 이중 초점 렌즈를 발명했다고 한다. 아직 80이 되지 않았다면 담대한 꿈을 꾸기에 충분한 나이 임을 넌지시 보여준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와 보람을 찾는 일에 노력하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늙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건 강고 젊게 살기 위해 외모와 음식으로 외적인 것에 치중하는 만큼 내적인 사유 즉 삶의 이유와 보람을 만들어 내기 위한 영혼을 관리하는 것이 진정 젊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인생에 대한 정의도 참 명쾌하다. 인생이란 자기가 속한 곳에서(Place),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며(love), 삶의 목적을 위해(purpose), 자기 일을 하는 것(work)이라고 한다. 저자가 읽었던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깨닫게 되는 것들'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글이다. 또한, 행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느낄 수 있는 능력의 문제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고독을 사랑해야겠다. 고독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책임질 것,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 것, 자신을 위해 시간을 낼 것, 그리고 철저하게 자신이 될 것이라는 말은 다시 한번 느슨 해진 삶의 줄을 당겨 준다.
느림과 비움에서 삶의 가치와 의미를 찾으라는 조언도 새겨둘 만한 글이다. 휴식이란 나와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 사이의 일치를 뜻한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바빠지면 한주가 훌쩍 지나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래서 혼자서 가끔 '안단테, 안단테... (음악 기호중 느리게 라는 뜻)'라고 중얼거려 본다. 느리게 살아야 한다. 꿈과 목표를 향해 너무 맹목적으로 달리다 보면 원하는 곳에 있을 수 있지만 그 걸어온 길에 수많은 꽃들과 바람과 그리고 아름다운 삶의 풍경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만큼이나 중요한 게 과정이다.
정신적 삶을 즐기려면 물질적 필요를 넘어서서 지적 욕구를 채우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은 '책은 스스로 운명의 중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준다!'이다. 운명의 중력에서 벗어나 운명의 선을 만들어가는 삶으로 살아가고자 오늘도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