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 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오랫동안 책 제목을 다른 책들 속에서 만나왔다. 그렇지만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끔 슬픈 드라마의 결말이 오기 전에 티브이를 꺼버렸던 그런 마음이 이 책과의 인연을 멀리하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너무나 직접적인 암시가 무거운 진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마음을 갖게 한 것일 수도 있다. 삶의 질은 올라가지만 삶의 팍팍함도 같이 상승되어가는 현실일 보여주는 책이다. 돌아가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하루 세끼 굶지 않고 살아가고 있고 나름 교육이라는 제도로 원시인 같은 자아를 갈고닦을 수 있으니 삶은 행복해야 한다.
20대의 5%만이 한전, 삼성전자, 5급 사무관 같은 단단한 꿈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95%는 비정규직 평균 임금 119만 원에 20대 급여 평균 비율 74%을 곱해서 세전 소득 88만 원이라는 액수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비정규직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평생 88만 원에서 119만 원으로 삶의 울타리를 한계 짓는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우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책은 대한민국 10대의 위치와 그들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 특히 비즈니스적 관점의 현상을 날카롭게 묘사한다. 유럽의 10대와 한국 10대의 동거에 대한 사회적 안전장치와 그들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묘사는 직선적이다.
책은 대한민국에 살아가고 있는 10대와 20대의 불균형적인 불평등의 사회 시스템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특히,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한국경제의 주도 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표현은 벽돌로 두꺼운 유리 벽을 향해 던지는 돌 같다. 그 한 장으로 안전유리를 깰 수는 없지만 흔적은 남을 것이다.
사교육이 만들어낸 인질 경제와 대학 서열화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이 간다. 유럽의 대학들은 대부분이 국립이고 학비가 저렴하다. 그래서 사회적 약자가 교육을 통해 한 단계 더 나은 삶의 도약이 가능한 사회적 시스템을 갖추었다. 미국의 경우 학비가 비싼 사립 대학 문화이다. 하지만, 장학 재단이 잘 형성되어 교육의 형평성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 형식의 대학 모델을 따랐지만 장학 재단 시스템까지는 모방을 못하고 비싼 대학 모형만 따른 것이라고 한다.
'한국 자본주의는 급하게 달려오느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말은 울림이 있다. 성장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장패턴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경제는 세대 내 경쟁과 세 개간의 경쟁을 전제로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세대 간의 착취 현상이 있지만 완화 장치가 없고, 문화적 장치가 없다는 말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숙제를 주는 듯하다.
사회라는 시스템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식이 바뀌고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지고 꾸준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유럽의 강소 국가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의 국민들이 잘 사는 나라라면 일본, 한국, 미국은 나라가 잘 사는 나라라는 느낌이다.
한국 사회는 지금 잠김 현상(더 좋은 방법이 있음에도 불고 하고 지금의 구조가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현상)으로 인해 발전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고 있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어느 사회나 사람 사는 곳에 문제가 없을 수 없다. 문제를 풀어야 할 과제로 보고 대안을 찾아내는 똑똑한 정치인이 필요한 시대이다. '정치는 예술이다;.'라고 말했던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 사회도 예술적 정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불평등의 근로 조건을 해소시키는 두 가지 방법으로, 첫째, 정규직 입금을 낮추고 보다 많은 사람을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는 것이다. 둘째, 국민 생활비를 70~80%로 정부가 낮추는 방식이 있다고 한다. 쉽지 않은 문제에 저자의 단순한 해결 방식이 답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어떻게'라는 중대한 질문이 생긴다.
어떤 식으로든 현재의 상황을 '협력 게임'의 형태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단절된 세대 간 소통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경쟁을 지향했던 중남미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20대의 사회 진출이 자꾸만 늦어지고 있고 결혼 연령이 늧추어 지고 있으며 출산 시기 또한 늦춰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죽음의 길이도 늦추어진 시대다. 상호 협력을 통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끔 생각해 본다. 공부를 통해 사회에서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스스로를 벌여 먹일 수 있는 사회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시스템을 우리 사회는 갖추고 있는가? 솔직할 필요가 있다. 공부를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돈을 벌어낼 힘을 키우는 최소한의 투자 과정이다. 공부만 잘하면 걱정 없다는 안일한 생각이 이제는 자신을 헤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은 한 가지 길만 있지 않다. 다양한 길을 자신의 루트로 만들고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젊은 사회인들을 지지하는 안전장치를 이제는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이다.
저자의 눈으로 책을 통해 우리 사회의 해석을 듣다 보니 다수가 가는 길이 안전하리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아이를 중학교, 고등학교 그 무한 경쟁 속에 밀어 넣지 않기로 한 내 결정에 희망이 생긴다. 내년이면 14살이 되는 아이를 위해 어떤 준비를 시켜줘야 하는지 늘 생각한다. 좀 더 길게 넓게 보는 시야는 부모가 더 갖추었으리라.
함께 가는 길이 즐거워야 인생도 즐거울 것이다. 혼자 크는 아들을 위해 요즘은 기도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크고 따뜻한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제가 그를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 한다. 지난주 일요일에 생활의 규칙을 깬 아들과 함께 20Km를 다섯 시간 이상 함께 걸었다. 여전히 온몸 구석구석 근육들이 소동을 일으키지만, 화가 아닌 생각의 시간을 같이 가질 수 있어서 엄마로서 한걸음 더 성숙해지는 기분이 든다.
직선적인 무거운 사실을 이야기 한 '88만 원 세대'라는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사회제도와 교육의 위치를 생각해 본다. 지금의 아이들이 사회라는 무대에 올라설 때, 존재의 가벼움을 느끼지 않도록 인생 선배인 부모세대들의 명민함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