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노트] - 예병일
책장 가득 책이 꽂힌 공간을 배경으로 비즈니스맨이 소파에 앉아 독자를 향해 미소 짓는 표지가 매력적이다. 잘생기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멋을 품어 내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저자 예병일 씨가 그런 사람 중 한명일 것이다. 10년 동안 40만 명의 독장에게 보내준 메일을 엮어 만든 책이다. 일명 그는 '책 읽어 주는 남자'이다.
프롤로그 글이 멋지다. '길은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합니다.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간다면, 그리고 타인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어떤 성격의 일을 하든 관계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일을 바라보는 건강한 마음 그리고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을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글은 10년의 사색과 정성이 들어가 있다. 마치 오랜 시간 우려낸 곰국 같은 책이다. 어린 시절 겨울철이 다가오면 엄마는 곰국을 밤새워 다리셨다. 집안 가득 고소한 냄새는 정겨웠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았지만 무슨 행사를 치르듯 엄마는 가족의 몸보신을 위해 밤새 곰국을 다리셨다. 그 안에는 사랑이 있다. 이 책 또한 삶에 대한 사랑이 느껴진다. 꿈, 고난, 오늘, 이별, 습관 지속, 좋은 삶, 행복, 고전, 진정한 나, 길 위에서...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읽은 책들과 저자의 생각이 멋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꿈을 이야기하는 편에서 에디슨의 명확한 목표 이야기를 들려준다. '10일마다 작은 발명품 하나를 만들어 내고, 6개월마다 큰 발명품 하나씩을 만들겠다.'라고 에드슨이 연구소를 만들면서 한 결심이라고 한다. 꿈을 꾸되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가져야 계속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꿈이 이런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학교라는 큰 산을 두고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지만 아직 그 길이 멀고 길게 보인다. 집중이 필요하다. 작은 목표를 눈앞에 두고 한 걸음씩 걸어가기 위해서는 현명함이 조명이 되어 길을 밝혀 줄 것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 소제목만 봐도 바로 핵심 파악이 가능하다. '하나를 정확히 알고 실행하는 것이 여러 가지를 적당히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99개를 버려야 합니다. '
고난이라는 타이틀의 제목인 '불안하지도 힘들지도 않다면 너무 안전하게만 가고 있는 겁니다.'라는 말에 위안이 된다. 불안이 한 번씩 올라온다. 국제과정을 통해 온라인으로 미국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가디언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다독여주고 응원과 격려로 스스로 더 잘하려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은데 아직 부족하다. 학창 시절 나를 돌아보려 하지만 지금의 시대와는 많이 다르다.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다 보니 쉽게 파파고나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 학습을 따라가는 아이들을 나무랄 수 없다. 단지, 천천히 가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나아갈 때 실력이 외부의 기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쌓이는 걸 느끼길 바랄 뿐이다. 힘들어야 자기 것이 된다. 쉽게 오는 건 쉽게 간다는 걸 아이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전혀 힘들지 않은 상황에서는 근육이고, 대나무도, 오동나무도 단련되지 않습니다..... 고난을 겪은 쌍골죽과 석상 오동이 최고의 대금과 거문고가 되듯 고난은 우리를 더욱 촘촘하고 단단하게 채워 줄 것이고, 그럼 우리의 삶도 최고의 대금과 거문고처럼 향이 그윽하고 울림이 아름다운 명품이 될 겁니다.'
자신을 제삼자의 눈으로 바라보면 길이 보인다는 소제목을 통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자신만의 삶에서 이미 수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매일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에서 과거의 자아들이 해석을 기다리고 있고 달라질 미래의 자아들이 현재의 자아에게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그런 그들이 나의 팬이라고 생각하고 현재의 나를 응원해주고 있다는 믿음이 삶을 멋지게 끌어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줄 것이다. '불안하고 힘들 때는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보세요. 언덕 위에서, 내 머리 위 2 ~3 미터 상공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상을 해 보는 겁니다. 그러면 불안이나 당황,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 보입니다.'
오늘이라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편에서 소개된 '카르페 디엠(오늘을 살아라)'은 내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둔 글귀다. 우리가 진정으로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오늘 현재 밖에 없다. 책에서 소개된 아프리카 속담이 기억에 남는다. '나무를 심어야 할 가장 좋은 시기는 20년 전이었다. 그다음으로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너무 늦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 만약 첫 번째 기회를 놓쳤다면 지금이 그 두 번째의 기회인 것이다. 시작하면 된다.
'지금 맡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가 되는 사람만이 훗날 진짜로 원하는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때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을 충실히 살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최고가 되어 봅시다.'
이별 편은 공감 가는 부분이 많다. 글들이 짧아서 생각의 여백을 만들어 준다. '지금 일상이 너무도 익숙합니까? 그렇다면 무언가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온 겁니다. 자신도 모르게 현실에 적응해 살아가도록 만드는, 그래서 자신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익숙함과 이별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제 낯섦과 새로움을 향해 나아갈 시점입니다.' 톨스토이의 <인생이란 무엇인가>에서 이렇게 메모했다고 합니다. '진정한 길은 좁아서 한 사람씩밖에 들어갈 수 없다. 거기에 들어가려면 군중과 함께 걸어갈 것이 아니라 부처나 공자, 소크라테스, 그리스도 같은 고독한 사람의 뒤를 따라야 한다.' 절대 고독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자아와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자신도 모르는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홀로 나 자신과 대면해 대화해 본 적이 언제였던가요. 충만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가끔은 무리와 이별하고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에 소로의 고독을 위한 의자를 하나 마련해 그 의자에 정기적으로 앉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자신의 사색을 위한 공간과 시간을 하루 중에 만들어 내는 게 첫걸음이다. 새벽 시간이 나를 만나는 시간이고 주방 널찍한 탁자가 나를 위한 공간이다.
'포기도 습관이고, 계속하는 끈기도 습관입니다. 이제 도중에 그만두는 습관과 이별해야 합니다.'
습관 편의 글 중 '처음에는 습관의 쇠사슬이 너무나 가볍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고, 나중에는 너무 무거워 끊지 못한다.'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너무 무거워지기 전에 나쁜 습관은 빨리 버리고, 무거워져야 삶의 바다에서 나를 지탱해줄 닻같은 좋은 습관은 매일 실천해 보는 것이다. 미국의 수영 영웅 펠프스는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약점을 긴장을 이완시키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길러 극복하게 되었다.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신이 출발대에서 수영장에 뛰어 들어가 완벽하게 수영하는 모습을 슬로모션으로 상상하게 했다고 한다. 자신의 경기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습관을 매일 5년 이상을 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를 보여 준다. 최근에 시작한 좋은 습관 중 하나가 '하루 깨달음'을 잠들기 전에 한 줄씩 기록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습관이 어떻게 내 삶에 진한 향기를 주게 될지 기대해 본다.
지출 습관의 차이가 미래의 부를 결정한다는 의견에 공감이 간다. 물건을 한꺼번에 사기보다는 하나씩 구입해서 행복감을 늘리는 자기만의 노하우를 만들면 된다. 또한 '당장 즐거워서, 남들 보기가 뭐해서... 이런 생각에 꼭 필요하지 않은 지출을 해서는 안 됩니다. 지출 습관의 작은 차이가 미래의 부를 결정합니다.' 필요한 곳에 지출하되 하나씩 기간을 두고 구입하는 습관이 더 효율적일 것 같다. 옷을 살 때 가끔 범하는 실수다. 하나씩 필요한 것만 자신에게 선물하듯이 아끼듯 행복을 나누어 봐야겠다.
일흔두 살 노인의 해마 신경세포도 적절한 자극을 받으면 계속 새로 만들어진다는 연구 결과는 흥미롭다. 웨이트 트레이닝이 근육에 적절한 자극을 주어서 그 육을 발달시키듯이, 뇌도 자극을 주면 새 세포가 만들어지고 젊어질 수 있다고 한다. 단지, 익숙한 것을 경계하고 새로움을 맛보게 해주는 일상의 작은 노력들이 필요할 뿐이다. 그래서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 양치질을 왼손으로 했다. 익숙한 것에서 하나씩 벗어나 보는 시도를 해본다.
지속 편의 글에서 '성공이란 연속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잃지 않는 능력이다'라고 한다. 빨리 가는 것도 좋지만, 천천히 걸으며 길가에 핀 아름다운 꽃을 감상하면서 가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천천히 가도 포기하지 않는다면, 초조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행을 목적지에 도달하는 걸로 잡지 않듯이 그 과정을 즐겨야 한다. 꿈을 가는 과정을 즐겨야 도달이 더 의미 있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삶의 안단테가 가끔 필요하다.
좋은 삶이란 어떤 삶일까? 저자는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 보다 나은 영혼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준다는 인식이 멋지다. 태어날 때 보다 더 나아진 영혼을 다시 돌려보내고자 하는 맘이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과 맞물려 생각해 본다면 우리는 환생할 때마다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니체는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금 이 인생을 다시 한번 완전히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마음으로 살아라.' 기원전 1세기의 에피 쿠로 수학파 철학자인 이오 도로스는 죽음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인생을 살았고, 운명이 내게 정해준 노정을 모두 마쳤노라.' 인생의 마지막 날 자신 있게 이런 말을 뱉어 낼 수 있도록 살아야겠다.
행복에 관한 정의는 수천 가지 일수 있다. 책에서 캡슐 커피도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저자의 아내는 캡슐 커피를 좋아해서 매일 먹었더니 어느 순간 그 맛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매일 마시는 대신 어쩌다 한 번씩 마시니 다시 그 맛이 돌아 옮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즉, 아무리 좋아하는 것이라고 해도 너무 풍족해지면 만족감을 느끼는 데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아침에 빵 구워 먹는 행복감 때문에 한 주 연달아 빵을 구워 먹어 보니 가장 먼저 아들 녀석이 불평을 했다. 물론 나도 서서히 그 맛이 떨어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주말에만 구워서 먹고 있다. 그래서 주말 아침 식사가 행복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행복은 이렇게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 갈 때 그 의미가 더 깊을 것 같다. '행복한 삶은 습관입니다. 부, 권력 조건이 아니라 삶을 사는 방법에 관한 문제입니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행 그 자체에서 행복을 찾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에 있습니다.'
저자는 고전을 보는 행위를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 멀리 바라보는 것'이라고 표현한다. 아리스토 텔레스의 <정치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에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 공자의 <논어>,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등등의 고전 독서에서 나오는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그가 전해주는 고전들은 마치 쉬운 소설책 소개하듯이 전달해 준다. 거리감이 아니라 친근감이 들도록 들려주는 저자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낀다.
진정한 나를 만나기 위한 가이드 같은 이야기들도 유익하다. '나만의 생각 장소를 하나쯤 갖고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내가 누구 인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진정한 나와 만나야 합니다.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가끔 들러 침묵 속에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곳, 그것이 생각 장소입니다.' 꼭 실천해봐야겠다.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도서관이다. 5층 열람실의 넓은 창을 통해 바다가 보이는 도서관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생각의 장소를 정하고 생간의 주간 또는 요일을 정해 삶의 쉼표를 찍고 사색하는 일정 또한 여행만큼 중요할 것 같다. 에스터 스턴버그가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에서 말한 내용이 인상 깊다. '우리는 자신을 위한 치유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세상 어디에 있든, 바쁜 삶 속에서 잠깐만이라도 시간을 낼 수 있다면 자신만의 작은 섬을 만들 수 있다. 치유의 공간은 우리 자신 안에서, 우리의 감정과 기억 안에서 찾을 수 있다.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 주제인 길 위의 길은 스티븐 호킹과 피터 드레거의 이야기가 인상 깊다.
특히 피터 드레거는 39권의 저서 중 예순 살 이전에 쓴 책이 10권이었고, 나머지 29권은 여든 살 이후에 집필했다고 한다. 타계 석 달 전에는 셰익스피어 전집을 꺼내 놓고 다시 읽겠다고 결심했고, 눈을 감기 일주일 전에는 새로 쓸 책을 구상하기도 했다고 한다. 96세의 삶을 정말 알뜰하고 의미 있게 자신의 모습으로 죽음과 노화에 쫓기지 않고 느긋하게 삶의 문을 닫은 노장의 이야기는 멋스럽다.
10년의 노트를 읽다 보면 탐나는 문장도 많고 가슴 깊이 간직하고 싶은 문장이 많아 줄을 긋다가 포기하고 다시 한번 처음부터 읽고 저자의 삶의 진중함을 느끼는 즐거움을 가진 책이다. 어떤 삶이든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하고 그 개별성에 대해 다시 한번 소중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