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정호승

by 조윤효

여름날 시원한 바닷가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도란도란 별을 보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시간을 잊게 한다. 엄마의 자장가 같은 파도 소리와 낮동안 더위로 지친 심신에 바람이 위로하듯 어루만져 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통해 얼굴에 미소까지 그려내는 풍경은 행복한 삶의 선물이다. 두툼한 책이 꽤 늦게 배달되어 기다리다 지칠 무렵 받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에게 순서가 밀려 지난달에 샀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시인 정호승이 쓴 인생에 대한 그만의 생각이 담긴 산문집이 마치 한여름밤 바닷가에 앉아 마음 맞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 같은 느낌을 준다. 그의 글은 따뜻하다. 존중어로 조용조용하게 생각들을 풀어놓고 겸손하면서도 소박한 그러나 마음의 위로를 줄 수 있는 글들로 가득하다. 책은 두껍지만 쉽게 읽혀진다.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으면 시가 이루어지지 않듯이 이 글 또한 침묵의 종이로 싸서 드리려고 했습니다.'라는 저자의 말이 책을 구성하는 부분에도 나타난 것 같다. 짧은 글들이 모여 한 권의 두께감 있는 책을 만들어 내었다. 한쪽을 다 차지하고 있는 소제목들이 마치 글을 읽으면서 쉼을 주는 것 같다. 제목의 여백이 책을 읽는 여행자의 쉼이 되어주고 잠깐 읽은 듯한데 어느 순간 읽은 페이지 손에 두께감을 선물하니 좋은 글을 읽을 수 있어 행복하고 자신의 속도감 있는 독서가 대견해지는 만족감도 준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라는 말에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좌절과 절망의 벽을 넘는 지혜를 보여 준다. 무너뜨리려 하지 말고 그 과정에서 조차도 꽃을 피어내며 타고 오를 수 있는 꽃이 되라는 말 같다. '벽이 있다는 것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벽은 우리가 무언가를 얼마나 진정으로 원하는지 가르쳐 줍니다.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지 않는 사람은 그 앞에 멈춰 서라는 뜻으로 벽은 있는 것입니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글들 사이에 그가 젊은 시절 썼던 시들이 빛이 난다. 사색의 응축이라는 시가 풀어 해져진 글들을 단정하게 엮어 주는 느낌까지 든다. 시를 잊고 살아가기 쉬운 일상에서 책 속 시들은 또 다른 침묵의 쉼을 선사한다. 아름다운 글과 시를 쓸 수 있는 힘이 노래 잘하는 가수 못지않게 세상에 더 알려 지기를 바란다.


'인간의 마음속에 우주가 있다고 하지만 마음이 평화로워야 마음속에 우주를 담을 수 있습니다.' '실패를 기념합시다.' '삼등은 괜찮아도 삼류는 되지 맙시다.' '인생은 완성하는 데에 있지 않고, 성장하는 데에 있습니다.'라는 글들이 가슴 깊이 파고든다. '인생은 각자 다 다르고, 다른 만큼 소중합니다. 나의 것이라고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나의 인생이지만 나의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소중히 여겨야 할 객체이며, 그 객체는 진정한 예의와 책임을 요구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을 크게 가져야 하고,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엄마의 위로의 손길 같은 글들이 읽을수록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준다.


스스로 자기 스승이 되라는 말은 나를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게 한다. 즉, 자신의 스승이 될 만큼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지켜보는 이를 스승으로 만들기 위해 어떤 일상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피어오른다. '어떤 목적을 향해 나아갈 때 그 목적을 자꾸 생각하면 조급해지고 힘들어집니다. 의욕이 자칫 과욕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과욕은 목적으로 가는 길을 힘들게 만듭니다.' '삶의 속도가 달팽이처럼 느린 것은 두렵지 않으나 조개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는 것은 두렵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꾸준하게 걸어가고 성장하되 조급해하지 않아야 즐길 수 있다. 즐겨야 후회가 없고 지나온 과정이 내 삶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자기 속도에 충실하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입니다.'


'인생에 남는 것은 결국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느냐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돈은 많을수록 좋고, 지위가 높을수록 좋고, 권력이 많을수록 좋다는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삶을 살았거나 사회와 국가의 기저를 훼손하는 삶을 살았다면 결국 삼류 인생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라는 말에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삼류 인생을 살다 간 전직 대통령이 떠올랐다.


시인의 시중 가장 인상 깊은 시는 장미에 대한 이야기다. '장미 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 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라는 시는 생각의 방향이 행복과 불행을 만들어 내고 그 결정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듯하다.


'인간이라는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기 위해 지금 제게 가장 필요한 거은 상처와 고통에 대한 인내입니다. 인내의 시간 없이 만들어지는 진주는 없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 무지개가 뜨기를 리지 비가 오기를 바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먼저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뜹니다.' '밤하늘은 별을 사랑해도 자신을 온통 별로 채우지 않습니다.' 읽다가 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많다. 책 속 '채근담'에 나오는 글귀도 기억에 남기고 싶다. '사람은 항상 마음 한구석을 비워두는 것이 좋다. 물이 차면 넘치는 것처럼 기득 하면 이내 기울어지기 때문에 마음에 항상 여유를 지니라는 것입니다.' 서양화와 동양화를 비교해 보면 전자의 경우 그림 안이 숨 쉴 공간 없이 색으로 덮여있다. 하지만 동양화는 여백의 미를 통해 그림의 가치를 올린다. 음악에서 음표 사이의 쉼표가 음악을 아름답게 만들듯 삶의 쉼표를 잊지 않아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성공 법칙이 떠오른다. 성공= 말을 줄일 것 + 일을 즐길 것 + 한가한 시간을 가질 것. 마치 수학 공식처럼 S= X + Y + Z라고 표현한 혀를 입 밖으로 내민 장난꾸러기 백발의 천재 과학자가 떠오른다.


'혼자'와 '홀로'라는 개념 정리는 명쾌하다. 혼자 있는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중시로 외로움과 관계가 있고 이기적이다. 하지만 홀로 있는 것은 자신과의 관계 중시로 고독과 관계가 있고 이타적이다라고 한다. 홀로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른 새벽은 홀로 있기 참으로 좋은 시간이다. 고독과 외로움은 질이 다르다. 혼자 외로움의 상태에 있는 게 아니라, 홀로 고독의 상태에 있을 때, 외로울 때가 자신을 만나는 게 아니라 고독할 때 자신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하안거나 동안거에 들어간다고 한다. 홀로 만드는 고독을 통해 자신을 만나야 삶의 동반자를 얻을 것이다. 영원한 나의 지지자요 영원한 나의 안식처를 마음속 신전에 두고 걸어가는 인생 여정은 그 자체가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산다는 것은 순간순간이다. 행복도 불행도 순간이고, 선한 생각과 악한 생각도 순간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순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순간순간 자신답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라는 말의 의미를 마음으로 되새겨 본다. 세상에 1116개의 스트라디 바리우스 바이올린을 만든 장인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이야기는 '가진 것을 다 버려도 자신만은 버리지 않겠다'는 신념의 삶의 예를 보여 준다. 250년 전에 만들어진 그의 바이올린은 이제 세상에 700개가 남아 있다고 한다. 그는 '실패한 바이올린에는 결코 내 이름을 넣어서 팔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바이올린을 만들어 냈다. 자신의 영혼을 닮은 악기를 세상에 내놓으며 자신과의 약속을 평생 지킨 그 정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최고의 바이올린을 탄생시킨 것이다. '옳게 사는 법은 자기 주변을 다 버리더라도 자기 자신만은 버리지 않는 것이다.'라는 신념을 갖고 살아야겠다. 집안에 가훈이 있듯이 우리 스스로에게도 자신만의 인생훈을 가지고 살아가야 함을 느낀다. 휴대폰 속에 나만의 삶의 철학을 완성해 가고 있다. (1. 읽고, 사색하고, 기록하는 삶을 만들라. 2.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라. 3. 말을 줄이고 일을 즐기며 한가한 시간을 만들라. 4. 타인을 존중하고 섬기라.)


글 중 노야 벤사의 책 '빵장수 야곱'에서 빵장수 야곱이 친구 손자인 요나에서 부자 되는 법이 인상 깊다.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원하는 것을 갖게 되어서가 아니라, 필요치 않다는 걸 알게 되어서 더 부자가 된다.' 또한 자연주의적 삶을 산 스콧 니어링의 부인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에서 남편의 신념을 이야기한다. '덜 갖고 더 많이 존재하라. 삶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갖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느냐가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 것이다.'


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한 시계공이 딸에게 선물한 우화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그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시계를 선물한다. 초침은 금, 분침은 은, 그리고 시간을 가리키는 침은 동으로 만들어 선물한다. '초를 허비하는 것은 곧 황금을 버리는 것과 같단다. 초침이 가는 길이 바로 황금의 길이야. 인생의 시간이 초침에 의해 흐르는 것을 잊지 말거라.'라고 이야기해주는 아버지의 마음.

'부모의 몸과 마음이 크게 휘어져야 합니다. 아무리 휘어지면서 힘이 들어도 그 고통을 견뎌내야 합니다.' 부모의 휘어짐으로 화살인 아이가 성공이라는 과녁에 명중할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이 간다. 내가 나를 아끼지 않고 휘어져야 아이가 과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이며, 현재 지니고 있는 제 마음이 바로 천국입니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 천국에 살고 있다. 배고픔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집이 있고, 사랑을 나눌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천국을 맛보기 위해서는 단순함, 절제, 소박함, 작은 것에 만 족 함이라는 4가지 양념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이야기로 오늘 하루를 천국으로 만들어 가는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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