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의 맛을 알아가기 위해 한 달에 한 권씩 읽어야겠다는 다짐이 생활 궤도에 오른 것 같다. 아직은 속도가 붙지 않은 기차 같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속도감을 느낄 것 같다. 읽을 시간을 짧게라도 정해두고, 읽어야 할 가치를 부여할 때 실천이 습관이 된다. 원내 국제반 아이들이 한 달 한 권 원서를 읽고 있다. 책을 읽고 난 후 한 달에 한번 책 내용에 대한 시험을 친다. 물론 원어민도 책을 읽고 문제를 내고 있지만 단계를 나누어 나도 문제를 내고 있다. 각 장마다 읽고 난 후 내용에 대한 문제를 만들기 때문에 시간은 걸리지만 훌륭한 동기 부여 시스템에 만족스럽다.
'The Sign of the Beaver'는 뉴베리상 저자인 Elizabeth 책이다. 뉴베리 상은 해마다 미국 아동 문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작가에게 주는 아동 문학상이다. 책을 시작할 때는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읽어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자연에 관련된 용어들이 독서의 흐름을 늦추게 만들었다. 영어 원서를 쉬운 책으로 시작해 어려운 책으로 옮겨갈 때 어느덧 원서만이 가질 수 있는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에 시작한 원서 독서다. 설익은 밥이지만 그래도 꼭꼭 씹어먹듯이 읽다 보니 제법 단 맛이 난다고나 할까. 왜 진작 원서 읽을 생각을 못했을까.
책은 그 구성이 익숙하다. 홀로 야생의 숲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 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만약 책이 소리를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은 조용한 풍경소리를 닮았다. 13살의 어린 Matt가 혼자서 가족을 기다리며 집을 지켜내는 일상이 참으로 소소하게 그려진다. 1768 Massachusett의 첫 정착인으로 Matt는 아버지와 함께 가족이 살 집을 짓고 난 후, 임신한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려오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홀로 떠난다. 통나무 집은 한 개의 방만 있지만 주위의 울창한 숲은 또 다른 삶의 공간이 되고 멀지않은 곳에 흐르는 강은 더 큰 자연의 창고를 선사한다. 숲과 강이 또 다른 삶의 공간이 되어 어린 Matt에겐 심심할 틈이 없다.
백인 소년 Matt와 인디언 소년 Attean의 이야기는 1700년대를 살아간 이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삶의 영역을 확보하고자 벌어지는 어른들의 세계에서 자신들만의 우정을 만들어 낸다. 인디언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Matt에게 찾아온 백인 Ben의 존재가 더 위협적이다. 결국, Matt아버지의 총을 들고 사라진 뻔뻔한 백인 어른보다 생각과 외모가 완전히 다른 인디언들이 더욱 안전한 인간으로 보인다.
벌떼에 쫓겨 강속으로 뛰어든 Matt를 구해준 Atttean과 그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인연의 시작을 갖게 된다. 감사함으로 Matt는 자신이 제일 아끼는 책인 '로빈슨 쿠르스' 책을 주지만 Attean의 할아버지는 그의 손자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길 바란다. 그 후 매일 찾아오는 Attean과 Matt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Matt는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지혜를 배워간다. 발달된 자신의 문명에서의 배움보다는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삶의 방식에서 어린 Matt는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총이 없는 Matt는 강이 주는 물고기를 낚시하면서 나름대로 살아 내지만 인디언 Attean을 통해 총과 낚싯대가 아닌 자연 속 방법을 알아간다. Attean이 사용하는 인디언식 영어는 친근하다. 문맥에는 맞지 않지만 그의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Matt가 좋아하는 책인 '로빈슨 쿠르스'라는 책으로 영어를 가르치지만 결국 Matt는 Attean으로부터 더 많은 것들을 배워 나간다.
인디언 마을에 초대되어 Attean의 가족들을 만나는 장면에 유독 적대감을 보이는 Attean의 할머니. Attean의 어머니가 백인에 의해 살해되고, 그 복수를 위해 Attean의 아버지는 떠나지만 돌아오지 않고 있었기에 백인인 Matt에게 우호적일 수 없다. 땅의 주인인 인디언들을 무기를 가진 백인들이 야만인이라는 이름 부여하고 그들의 욕심을 합리화 한 시대였으리라. 존재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이름이 합리화되는 과정이 문명의 발달로 여겨지는 오류가 범해진 시대이다.
숲에서 마을로 찾아가는 길에 나무에 흔적을 남기고 자신들의 영역을 만들어 내는 삶의 방식이 책의 제목이 된 것 같다. 후에 Attean의 개가 덫에 걸려 있으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아 결국 Matt는 그 흔적을 찾아 Attean의 가족에게 개가 위험 다는 것을 알린다. 사냥을 떠난 Attean을 대신해서 그의 여동생과 함께 개를 구해준 덕분에 다시 한번 인디언 마을에 초대되어 적대감이 아닌 따듯함을 맛본다. 인디언이 개를 칭하는 호칭이 인상 깊다. 'the one who wlaks with us' 우리와 함께 있는 존재로 개를 가족의 한 구성으로 대한다. 이름에 이렇게 주요한 가치를 부여하는 인디언 문화는 배울 만하다. 옛날에 봤던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기억난다. 주인공에게 인디언들이 붙여준 이름이 영화 제목이 되었다.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에 가치를 부여하는 힘이 바로 언어라는 생각이 든다.
인디언의 성년식을 준비하는 Attean의 모습은 소년에서 전사로 변화는 과정을 보여준다. 숲 속에서 홀로 고립되어 먹지 않고 영혼을 다해 자신만의 마니또를 찾아내야 사냥을 할 수 있는 진정한 남자로 인정받는다. 결국, 그 만의 마니토를 찾아낸 Attean이 변한 모습으로 Matt에게 나타난다. 머리를 자르고 몸과 얼굴에 사냥을 할 수 있다는 전사의 타투를 대면하는 장면 속에서 Matt는 어른이 된 Attean을 느낀다. 백인 문명에 대한 거부와 자신의 문화에 자부심이 강한 Attean을 통해 Matt는 서서히 다른 종족을 보는 따뜻한 눈을 갖게 된다.
백인들이 점차 인디언의 영역으로 이주한다는 사실과 겨울이 오기 전에 겨울 동물 사냥을 위해 영원히 떠나기로 결심한 Attean과 그의 인디언 부족들은 혼자 남게 될 Matt를 걱정한다. 그들과 함껴 떠 너 길 권유한다. 봄에 떠난 Matt의 아버지는 여름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시기까지 Matt의 가족은 돌아오고 있지 않았기에 어린 소년이 한 겨울을 홀로 보내기에는 숲은 위험한 곳이다. 이를 알고 Attean과 그의 할아버지는 함께 북쪽으로 가기를 권유했을 것이다. Matt는 결국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부모를 기다리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지켜나간다. 두 소년이 헤어지는 과정에 Attean은 그의 개를, Matt는 아버지가 주고 간 시계를 서로에게 선물한다. 홀로 있는 Matt에게 개는 인디언의 말처럼 'the one who wlaks with us'가 되어 준다. 곰을 만나 거의 죽을 뻔한 Matt를 구해준 Atean과의 우정은 두 소년을 자연스럽게 결속시켜준 또 하나의 계기가 된다. 고독감은 홀로 있는 것을 즐길 수 있지만 외로움은 홀로 있음이 아픔이다. 고독감을 알았던 Matt가 떠난 Attean을 통해 외로움을 느낀다. 그 외로움을 가족을 기다리며 고독감으로 승화시키는 어린 Matt를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외로운지 고독한지를 알아채야 한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 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결국, 홀로 겨울을 보내는 Matt는 돌아올 가족을 위해 차분히 준비해 간다. 인디언 Attean이 자신만의 마니또를 찾기 위해 숲에서 홀로 보내는 의식으로 성인이 되었다면, Matt는 홀로 남아 가족을 기다린 그 긴 기다림이 소년에서 성인으로 가는 의식이 된 것 같다. 대자연을 알지 못하는 한 인간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통해 자연의 일부가 되는 법을 터득한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가 멋스럽다. 글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글귀가 있다. 'How can man own land? Land same as air. Land for all people to live on. For beaver and deer. Does deer own land?' '어떻게 인간이 땅을 소유하지? 땅은 공기와 같아. 땅은 모든 사람이 살기 위한 곳이다. 비버와 사슴을 위한 곳이기도 하다. 사슴이 땅을 소유하니?'라는 Attean의 대답을 통해 인디언들의 생각을 볼 수 있었다. 백인 정착자들이 먼저 살아가고 있는 인디언들의 추장에게 땅값을 제시하라는 말에 땅은 '인간과 동물이 함께 쓰는 공간이다. 인간의 소유가 아닌데 어찌 팔 수 있단 말인가?'라고 했다는 일화가 떠오른다. 내 소유가 아닌 것을 팔 수없는 인디언과 자신의 소유를 만들어야 안전하다는 백인들의 생각의 차이가 하늘과 땅만큼 큰 틈을 만들어 낸다. 서로 다름을 존중하지 못하고 소유를 위한 합리화를 법적으로 만들어내 한 종족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나라가 미국이다. 인류의 역사는 이렇게 아픔과 차별 그리고 화해를 통해 하나씩 이루어낸 결과 물이다. 선이 굵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소년들의 눈을 통해 삶은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삶이 되어 갈 때 더 나은 정신문명을 만들어 낼 거라고 조용하게 이야기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