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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 메리 파이퍼

by 조윤효

나무처럼 나이를 속으로 먹으면 좋겠다. 밖이 아니라 안에 더 깊고 풍부한 지혜를 담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저자 메리 파이퍼는 70대의 임상 심리학자이다. 그녀의 책은 깊은 강줄기 같은 느낌을 준다. 요란하지 않고 잔잔히 자신의 위치에서 삶의 깊이를 만끽하면서 더 큰 바다를 향해가는 여성이다.


70대의 내가 40대 후반을 살고 있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 12월의 내가 8월을 살아가는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혼자만의 밴드에 편지를 쓰기도 했다. 시간의 가치와 젊음의 가치를 누리는 삶에 대한 자각 이야기가 대부분인 것 같다. 그녀의 글은 나이 들면서 느낌 수 있는 감정들을 좀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면서 나이 드신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나에게도 생길 수 있는 감정을 미리 느껴보니 지금 이 순간의 귀중함이 온몸으로 다가온다. 세월이 불러온 낯선 감정과 각종 정체성 문제에 대한 고민들을 보여주지만 그녀의 깊고 맑은 강은 위대한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생에서 우리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태도'라고 한다. 통제권은 없지만 선택권을 가진 우리가 생각과 행동방식을 바꾸고, 과거를 떠나보내는 법, 새로움을 포용하고 상실에 익숙해지고 지혜와 진실 그리고 희열을 경험하기 위해 갖춰야 할 인생의 태도 및 기술에 중점을 둔 책이라고 한다. 노력 없이는 지혜를 얻을 수 없다고 한다.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 친밀한 인간관계, 긍정적인 삶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노년을 보여준다. 그녀는 나이에 관여 없이 늘 도전하고 공부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젊은 노년을 이야기한다. 반면, 자신이 가진 가치관에 얽매여 화석처럼 굳은 정신을 가지고 건강까지 악화된 늙은 노년에 대한 이야기들은 젊은 우리가 어떻게 노년을 맞이하는 게 현명한지를 보여 준다.


'자기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마음껏 보고, 듣고, 느낄 자유를 허락하자.'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의 땅으로 향하는 동안 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면 긍정적인 태도와 방향 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감정을 능숙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인생은 더없이 즐거운 경험의 장이 될 것이다.'

책 사이사이 던져주는 지혜로운 말들은 경험과 사색을 통해 저자가 깨달은 이야기 일 것이다. 하지만, 경험자로서 가르치려 들기보다는 조곤조곤 옛 이야기 해주듯이 들려준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행복과 기쁨 그리고 시련과 고통이 교차하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이 모든 감정들이 자신의 영혼을 넓혀주는 과정으로 여기기에 '내 몸은 늙어 가지만, 영혼은 성장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젊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만이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회에서는 모든 인간이 결핍된 상태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노인을 향한 젊은 이들의 차별은 결국 미래의 자신을 차별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젊은 여성은 독립을 갈망하고, 나이 든 여성은 의존을 두려워한다.'


로라 카스텐슨의 인용글도 가슴에 세길 만 하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남은 시간에 대한 인식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인간은 삶이 짧다고 생각할수록 보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일상에서 기쁨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를 보고, 한 달을 사는 매미를 보고, 한해를 살아가는 나비를 보며, 10년을 사는 동물들을 보면 우리의 100년 인생이 길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1000년을 사는 나무 앞에서는 우리의 삶은 너무도 짧다. 남은 삶이 길지 않다는 생각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고 싶어지는 마음이 더 커지게 도울 것이다.


노년에 갑자기 닥치는 병이라는 불청객 앞에 당황하는 그녀의 지인들에 대한 이야기는 슬프고도 아름답다. '보살핌의 역설적 속성은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탐구할 좋은 발판을 만들어 준다.' 부인이 남편이 또는 부모가 병마 앞에서 무너질 때 가족의 따뜻한 손길은 아픈 그들이 '그래도 인생을 잘 살았다'는 만족을 주는 건 아닐까? 그들 삶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가슴에 안고 세상 밖을 향한 문을 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


'행복을 추구하는 이들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불행해진다. 그러나 의미를 추구하는 이들은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살아남는다.'라는 저자의 말은 <죽음의 수용소>를 쓴 빅터 프랭클린의 말이 연상된다.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인생 나침판에 대한 이야기도 귀하다. 그녀의 손자가 여행하면서 할머니 집으로 가는 방향을 물었을 때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아니라 네가 있는 위치가 어딘가가 중요하단다. 그래야 길을 알려 줄수 있단다.' 라고 말해 주면서 깨닫는다. 인생 또한 자신이 어디 부분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디쯤 와있을까 나는.


지혜의 요소 중 하나가 '사회가 정의한 자신'과 '진정한 자신'을 구별하는 능력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현재와 동떨어진 마법 같은 미래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삶은 한층 단순해진다.'

'속도를 포기하면 시간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함께 하지 않을 때가 언제 인지도 알아야 한다.'

'인간은 있는 그대로도 완벽하지만, 그 가운데 조금씩 발전해 갈 수 있다.'

'공감은 가장 혁명적인 감정이다.' (글로리리아 스타이넘)

'여성은 티백과 같다. 뜨거운 물에 담그기 전 까지는 그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다.'(엘리너 루스벨트)

'당신과 이야기할 때면 보호받는 느낌이야' (에밀리 디킨스)

그녀 일상의 잔잔한 이야기 들 속에서 이렇게 하나씩 툭 던져주는 표현들이 귀하고 달콤하다. 읽을수록 생각을 깊게 만들어 준다. 타인에게 보호받는 느낌을 선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를 알고 싶다.


일상에서 감사하는 연습은 건전한 습관이자 삶의 기술이라고 한다. 삶의 경험자로서 그녀가 느낀 지혜들을 그대로 내면화할 수 있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녀의 깊이로 인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알고 있었던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라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먼저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통해 후회 없는 삶을 사는 기술을 터득하면 될 것이다. 저자의 노년이 저녁 석양빛을 품고 있는 강물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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