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학생이다. 삶이라는 커다란 교실에서 가끔은 웃고 가끔은 슬퍼하다가 어느 순간 존재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인생학교의 창시자 알랭 드 보통이 런던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강의, 치료, 서적을 비롯한 다양한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
호주 출신 철학자 데이먼 영은 지적인 운동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준다. 책을 읽으면서 운동에 대한 관점 전환이 이루어졌다. 그 어떤 책 보다 운동의 가치를 명쾌하고 경쾌하게 이야기해준다. 결코 무겁지 않게 확신에 찬 결심의 씨앗을 독자의 마음속에 심어준다. 이제 그 씨앗이 잘 자라도록 실행이라는 긴 여정을 함께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데카르트나 플라톤은 몸과 마음을 즉 육체와 정신을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를 통해 육체를 향한 경계심을 키운 철학자 들이라고 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은 정신만이 진정한 자아임을 강조하고 있고, 플라톤은 영혼을 자유롭고 신성해서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이원론적 사고를 확산시켰다고 한다. 반면, 니체는'우리는 육체다'라고 주장했다. 철학자 길버트 라일은 생각은 발소리, 숨소리와 함께 혹은 그 사이사이에서 발달한다고 했다. 찰스 다윈 또한 걷기를 통한 육체의 발견을 통해 위대한 업적을 찾아냈다.
이원론을 통한 운동 자극은 짧고 불규칙적인 운동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신과 육체를 분리해서 마치 영혼을 담고 있는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이 잘 관리된다는 분리적 사고가 내게도 있었다. 정신과 육체가 하나임을 알 때 운동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해야 한다가 아닌 생활이 된다. 저자의 말처럼 장기적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몸과 마음이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고대 그리스 인들의 삶의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니체는 고대 그리스인들을 살아있는 완전체로서 몸과 마음이 행복하게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 또한 운동이 철학 발전에 유효하다고 했다. '우리에게 인생은 단 한번뿐이고, 젊음은 오래가지 않는다.'라고 말한 크세노 톤의 주장은 더욱 운동과 삶의 연관성의 고리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더 빨리 더 오랫동안 달리거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드는 노력 없이 건강하게 지낸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린다는 뜻이다.' 저자의 말은 운동이 몸과 마음을 동시에 교육하는 훌륭한 기회임을 알게 해 준다.
운동을 통해 얻는 것은 비단 '늠름해진 육체만이 아니라 가치관이 더욱 확실해진 자신의 모습'이라는 말은 여름 한철처럼 유행하는 운동이 아니라 평생 계속해야 할 장기 프로젝트의 운동을 실천하게 만들 것이다. 지적인 운동이란 온전함을 얻기 위한 노력이고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 동안 인간미를 최대한 높이고 즐기는 활동이라고 한다. 각종 운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며, 나이 들어 인대가 부실해지고 폐가 약해져도 즐겁게 계속할 수 있는 운동을 지적인 운동이라 칭한다.
'How to think about exercise 운동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으로 9가지 덕목을 이야기한다. 공상 Reverie, 자부심 Pride, 희생 Sacrifice, 아름다움 Beauty, 겸손 Humility, 아픔 Pain, 일관성 Consistency, 숭고함 Sublime, 일체감 Oneness을 얻는 미덕으로서의 운동에 대한 내용을 철학자들의 생각과 함께 잘 전달해 준다. 운동이 바로 이 9가지 미덕을 키워줄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생각이 육체와 정신이 하나임을 인정하게 만든다.
책장 사이에 있는 운동하는 철학자 저자의 서툰 다양한 운동 장면은 독자를 웃음 짓게 만든다. 운동을 통한 공상 능력의 향상의 예로 찰스 다윈을 이야기한다. 그는 샌드 워크를 평생 걸었고 이 시간을 냉정한 사고를 위한 시간으로 키워나갔다고 한다. 걷기를 통해 정신 근육을 쭉쭉 잡아당겨 유연하게 만들어 공상의 힘을 얻어 진화론을 용감하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공상에 잠기면 주변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고, 우리는 자연환경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자연환경과 맺는 생물이다. 따라서, 우리의 감각과 운동 능력은 만질 수 있고, 살아 숨 쉬는 세계와 상호 작용할 때 가장 생기가 넘친다.'라고 생각한 다윈은 환경에 몸으로 참여 함으로써 우리의 존재가 확대된다고 여겼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그는 달리기를 하면서부터 뭔가를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그의 달리기 예찬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읽어 봐야겠다.
운동을 습관적인 편협함에서 벗어나는 기회라고 하는 표현이 독특하다. 우리에게 부족한 건 집중력이 아니라 공상이 주는 정신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상을 통해 그릇된 확신과 무감각으로부터 매일 휴가를 떠나는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는 다시 자부심을 기르는 운동에 대한 내용으로 넘어간다. 자부심을 자신의 존재에 대해 느끼는 즐거움이라 볼 때 젊음이 사라지고 인생이 끝나버리기 전에 다시 자신을 좀 더 열심히 드러내 보려는 투지가 운동이라는 생각이 이해가 된다. 계몽 사상가 흄은 근육이 탄탄한 다리나 안정적으로 힘차게 뛰는 심장이 그에게 즐거움의 원인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느냐에 따라 즐거움을 느끼고 그 즐거움이 자부심을 생기게 하는데 운동을 통한 즐거움이 자부심과 연계될 때 자기 자신에 대한 개념이 더 확고 해진다고 한다. '운동에 대한 자부심은 우리가 상상하는 나 자신에 대한 개념이 더 확고해지는 것보다 더 한 의미가 있다. 체력 외에 강한 책임감, 즉 자신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는 절실한 깨달음이 필요하다.'
운동을 통한 희생과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지나 겸손이라는 덕목에서 왜 사람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암벽 타기나 고지의 산을 오르는지 조금은 이해가 된다. '신체 활동이 정신적인 혜택을 준다면,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바른 마음이 필요하다. 겸손이 중요한 이유다. 몰입은 자기 자신에 대해 냉담하고 불안정한 환경을 해치고 나아가는 허술하고 약점 많은 동물이라고 인식해야만 경험할 수 있다.'
운동을 통한 즐거운 아픔은 자유로움을 상징한다는 말도 인상에 남는다. 발레리나의 발끝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꺽지 못하고 권투를 통해 상대와 힘을 겨루는 운동선수들도 아픔을 통해 가치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그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도와준다. 운동이 자유로운 존재감을 확인하는 시금석인 이유는 바로 아픔을 주기 때문이다.'
'삶은 저마다 체계를 갖고 뭉쳐진 통일체다.' 저자는 규칙적인 운동이 일관성 있는 삶의 한 형태라 이야기한다. 운동하는 사람에 대한 연구에서 보듯이 '운동은 여러 충동을 억제하도록 돕고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유도하여 자기 조절 능력이라는 일종의 근육 같은 것'이라는 말에 '운동을 통한 정신력 향상 예찬론자'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 보면 그 거대한 엄마 품 같은 물결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우리는 작고 쉽게 망가지는 존재이며, 우리 시계는 쉬지 않고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숭고함에 두려움과 충격, 경외심 같은 감정이 포함되어 기쁨까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숭고함이란 인간 존재에 관한 새로운 타협점을 처음 접하는 기회라는 말이 독창적이다.
요가, 태극권, 필라테스 같은 독특한 평온함을 주는 운동은 세상과 내가 하나라는 일체감을 주어 나라는 존재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준다고 한다. 몸에 대한 감각을 높이는 것 또한 정신적인 운동이며 상상하는 노동이 된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이나 몸 하나만으로 정의할 수없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긴밀한 화합이 있을 때 운동이 오직 외적 필수품이 아니라 내적 즐거움이나 미덕이 된다는 저자의 생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운동을 할 때마다 '한번 돼보는 거야'라고 스스로 이야기 함으로써 무엇이 될지 전적으로 우리 각자에게 달렸다고 말하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깊은 울림이 되어 운동과 함께하는 나를 열렬히 소망하게 만든다. 나의 육체와 정신이 하나가 되는 운동을 통해 삶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미덕을 갖추어야 함을 느끼게 도와준 멘토 같은 책을 만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