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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Sep 28. 2022

하루 한 권 독서

[The School Story]- Andrew Clements

저자 Andrew의 학교 이야기는 소박하지만 재미가 있다. 삶은 거창한 그릇에 담는 큰 행위가 아니라 작고 소박하고 아기 자기한 소품을 하나씩 넣는 과정일 것 같다. 손에 쥔 그 작은 것들이 우리의 삶이다. 그것을 내 손 안에서 느끼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가진 것이라도 누리지 못하면 내 것이 아니다. 저자의 책은 유년기의 아기자기한 소망과 열망이 담겨 있어서 내 안의 잠든 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글은 수년 동안 쓰이지 않은 가구에 쌓인 먼지를 터는 작업일 수 있다. 그 털어낸 먼지 아래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는 그 물건들을 일상으로 불러오는 일이 책 읽기다.


 주인공 Natalie와 친구 Zoe의 우정이 음악의 반주처럼 책 전반에 잔잔하게 깔려 있다. 그리고 아빠를 잃은 그리움의 빛깔이 어우러져 책의 전반적인 느낌이 좋다. 삶은 희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슬픔도 함께 우리의 색채를 만들어 냄을 인정할 때 제대로 살아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 편집자인 엄마와 함께 하는 나탈리의 일상은 잔잔한 파도다. 두 사람 모두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을 가슴으로 안고 살아가기에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격려 같은 느낌이 든다. 나탈리가 쓴 책을 보고 친구 조이가 읽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도서관에서 한 친구는 초조한 눈빛으로 친구의 반응을 살피고 다른 한 친구는 책에 빠져있다. 나탈리가 쓴 책의 가치를 알게 된 조이는 책을 출판하자고 제안한다. 엄마의 직업 때문에 누구보다 출판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나탈리는 주저하고 소심해진다. 하지만 생기 발랄한 조이는 나탈리의 책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한다. 'The book was like a good-bye poem from Natalie to her father. 나탈리가 아빠에게 보내는 작별의 시 같은 책이다.' 단 한 줄이었지만 잔잔히 발밑에 깔리는 슬픔이 느껴졌다. 상실감과 그리움을 작은 소녀의 가슴으로 승화시킨 책이었기에 친구 조이를 감동시켰을 것이다.


 결국, 나탈리는 가명 'Cassandra Day'로 작가의 첫 발을 딛는다. 물론, 그 작가를 지원하는 메니저로 조이는 작가 에이전시 회사 이름으로 'The Sherry Clutch Agency' 결정하고 자신의 닉네임을 'Zee Zee Reisman'로 정한다. 조언자로 그들의 언어 수업 담당 선생님 Laura에게 도움을 끌어내 사무실과 전화번호를 임대한다. 완성된 책을 가명으로 나탈리 엄마가 근무하는 출판사에 보내고 책을 들고 집에 온 엄마의 반응을 살피는 나탈리의 주말이 정겨운 느낌을 준다. 엄마는 자신의 딸이 작가라는 사실을 모른 체 책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딸이 책을 통해 곁에 없는 아빠의 부제를 더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선뜻 나탈리에게 읽어 보라고 하지 않는다.


 엄마 한나의 출판사에서 나탈리의 책을 출판하게 되고, 작가와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조촐한 파티를 준비한다. 나탈리는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엄마에게 출판 파티에 자신과 친구 조이 그리고 로렌 선생님 초대를 부탁한다. 책을 읽어가며 딸이 어떻게 엄마에게 자신이 카산드라 데이 작가라는 사실을 알리게 될지 궁금해 속도감이 붙었다.


 파티에서 조이는 자신이 작가의 에이전시 담당자 지지이고, 나탈리가 '카산드라 데이' 작가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엄마와 딸이 서로를 안아주는 장면에 눈물이 났다. 딸이 아빠의 상실감을 글로 잘 풀어냈고 그로 인해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는 엄마의 가슴이 얼마나 벅찼을까?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것들이 꼭 긍정적이고 밝고 행복한 일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인생에는 이별이 전제되어 있다. 수많은 이별들을 하나씩 받아들이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일 수 있다. 어제의 나와 이별도 이별이다. 세상과의 이별은 누구에게나 있는 숙명이다. 어린 나탈리의 조심스러운 감정들이 책 속으로 스며들어가 세상과 만나 공감을 이루어 낸다. 그래서 어린이 도서 베스트 5위 판매 도서가 된다.


 문득, 지켜본 이별들이 떠 올랐다. 2학년 윤재(학원 원생)는 아빠의 죽음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고 성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학원에 근무했던 원감 선생님의 남편도 그녀와 어린 아들만 두고 떠났었다. 그녀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가장 무거운 색채일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잔잔한 호수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물결은 한결 같이 고요히 존재를 드러내고 깊은 물속에 잠자고 있는 슬픔이 서서히 삶 전반에 뿌려져 그 호수의 모습이 되어 가는 느낌이 든다. 슬픔도 과장되어 있지 않고, 성공 뒤에 오는 행복도 조용하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자칫 요란해질 수 있는 감정들을 고요하게 이끄는 작가의 힘이 보인다. 내 손안에 든 그 삶 속에 다행히 사랑하는 가족과 걸어갈 수 있는 행운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로 가슴 한구석이 시린 모든 사람들에게 따듯한 기운을 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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