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 책을 읽어 가면서 양말 두 짝이 떠올랐다. 일본 작가들이 쓴 책들은 한국과 비슷한 색채가 느껴져 서로 다른 양말이지만 색깔이 비슷해 그냥 함께 신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작가들이 쓴 책을 볼 때면 빛깔이 너무 달라 함께 신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면서 세상사는 곳에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삶의 기준과 가치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색깔은 다르지만 양말을 꾸미는 모양이 같아 주저하지 않고 신어도 됨을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어려서 뇌수막염을 앓아 기억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글을 읽을 수 있었고, IQ가 70이었으며,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7년을 쏟아부은 사람이다. 결국, 돌아가신 저자의 아버지 소원데로 박사과정까지 마친다. 저자의 글들을 통해 타이완의 교육 분위기와 사회적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1 지망 고등학교에 대한 성적 위주의 교육 제도가 우리나라의 특목고를 향한 과한 욕심의 경쟁과 비슷하게 닮아 있다.
그의 책은 인생 무대의 중심이 되는 13가지 생각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공감대가 진해지며 책에 쏙 빠지게 만든다. 그의 바람처럼 독자들이 그의 책을 통해 삶의 새로운 방향을 찾고, 깨달음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지방 법원의 청소년 법원 감찰관인 그가 만난 청소년들과 그에게 상담을 요청한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인생의 기대, 선택, 성장, 행복, 실수, 결혼, 노력, 성패, 가치, 좌절, 사랑, 꿈, 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가 세상을 보는 안경을 독자에게 빌려 주는 듯하다. 가끔 잘 보이지 않을 때 신랑의 안경을 빌려 써보면 순간적으로 세상이 선명해 보인다. 책도 마치 작가가 쓰고 있는 그 선명한 안경을 빌려 써보는 것과 같다. 뿌연 안갯속에 갇힌 삶이 책이라는 안경을 통해 좀 더 선명해 보이는 것이다.
삶은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간다.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명을 찾아가는 여행이자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만나는 일이 인생일 것이다. 저자가 만나 지도한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같은 환경에서 자라지만 삶을 바라보는 자세에 따라 이쥔과 밍쥔의 삶의 방향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선택의 결과로 삶이 점점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누나인 이쥔은 그녀의 눈먼 외할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를 실천하는 삶을 살아간다. '운명을 바꿀 수 없다면 자신을 바꿔라.' 사람과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한탄하는 데신 자신을 바꾸기 위해 매 순간 선택과 노력을 들이는 이쥔은 성장형이다. 반대로, 가난과 환경을 탓하는 밍쥔은 청소년 보호 감찰관이 지속해서 돌보지 않으면 안 될 아이로 자란다.
'인생의 행복이란 내 손에 무엇이 쥐어져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것을 품었는지에 달렸다.'라는 말도 기억해두고 싶다. '사람의 잠재력이란 인생의 목표와 방향이 명확해졌을 때 그 힘을 발휘한다.'라는 말도 삶에서 가져야 하는 목표와 방향성이 우리의 잠재력을 키우는 힘이 됨을 알려준다.
부모와 선생님에 대한 조언도 명심해야겠다. 아이를 키우거나 지도하는 사람들은 아이를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그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를 함께하는 그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을 쌓는 시간으로 여겨야 한다고 한다. 어떤 인생을 살지는 아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수 있게 해주라고 한다.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이 많은 아이는 미래에도 그런 일을 많이 만들어 내는 사람으로 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관계가 친밀할수록 아이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잘해 낸다는 말에 내가 취해야 할 생각을 얻었다. 가르치려 들지 말고 내 아이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공유한 시간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친밀감을 쌓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가끔은 실수를 하는 완벽하지 않은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는 조언도 도움이 된다. 자기 통제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우리의 차이는 실수를 하는 확률 차이뿐이라고 한다. 자신은 완벽하고 좋은 사람이라 믿는 사람은 타인과의 소통하는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외롭고 고립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저자는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모두 배우고 반성하며 지속적으로 성찰하는 과정에 있다...... 삶이란 수행의 길이다. 매일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고,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성찰을 해야 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직 인생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서 그 과정을 훌륭하게 이수한 수많은 사람들의 책을 통해 배워가는 자세가 중요할 것 같다.
결혼에 대한 저자의 정의도 지혜롭다. '결혼이란 남녀가 서로 자녀를 기르며 부모 역할을 배우고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숙하는 과정이다.'라는 관점이 좋다. 싱글족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넓은 의미의 결혼관을 보여 준다.
삶의 방식을 단순하게 한다면 인생을 더 여유롭고 홀가분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 여유로운 시간을 배움과 발전기회로 가지라는 말에 내 삶이 간단하고 소박한 삶을 향하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누리는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오직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사는 것만이 진정한 성공이다.' 현대인들은 지나치게 복잡한 인간관계, 필요 이상의 물건들을 원하고 과한 업무로 인해 자신의 자유를 잃어가고 있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우리가 무엇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초점을 어디에 두고 정성을 들이냐에 따라 인생의 모습이 달라진다. '가족을 위한 모든 노력이 결국은 나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사랑이란 다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면 자연히 사랑을 받게 된다고 한다. 사랑을 정확히 잘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가족들의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연습을 통해 사랑을 나누는 연습을 해야겠다. '스스로 만족한 삶을 살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주변을 대하는 태도와 습관을 바꿔 보세요. 다른 사람을 아끼는 것은 자신을 아끼는 것과 같아요. 작고 하찮은 것이라도 늘 고마운 마음으로 산다면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삶이 가장 가치 있어 보일 때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을 바칠 때이다. 꿈도 희망도 없는 사람은 자기조차 가치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라는 말을 통해 꿈과 희망이 삶에서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저자의 책에서 소개된 야후이라는 중년 여성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저자의 조언데로 원하는 그림을 다시 공부하고 전시회까지 개최한다. 시한부 인생 선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다고 이야기한다. '성공이란 무엇을 꼭 얻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경험한 것이 성공이다.' 인생이라는 이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원하고 그 시간 동안 어떤 경험을 만들어야 하는지 깊이 있게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 덕분에 현재라는 손에 쥔 보물을 어떤 경험과 연결 지으며 살아 갈지 사색이 깊어지는 가을을 제대로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