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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Oct 19. 2022

하루 한 권 독서

[무엇 때문에 바쁘십니까]- 켄포 소달지

책이 묻는다. 나에게 무엇 때문에 바쁜지.... 일상의 속도감이 느껴질 때 만난 책이다. 아끼듯 최대한 긴 하루하루를 살아가려고 하지만 습성이라는 굴레 때문인지 금세 바빠진다. 삶의 속도를 늦추고 가만히 일상을 관찰하는 힘을 가진 사람은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살 것 같다. 티베트 불교 지도자 켄포 소달지는 마치 우리나라 법륜 스님과 닮은 느낌이다.


 켄포란 티베트 불교를 가르치고 전하는 교수로서 깨달음을 중생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불교 지도자 중 유일하게 세계 명문대 100곳에서 석가의 가르침을 강의한 사람이라고 한다.

 내면의 분주함이 삶을 숨 가쁘게 만드는 일상이 잦아진다. 평생을 바쁘게 살지만 자신이 무엇 때문에 바쁜지 알지 못한다는 일침이 매섭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성공이라 이야기한다. 생활 속에서 선 수행을 습관화할 때 모든 일상에서 평온한 마음을 갖게 된다고 한다. 망상을 멈추고 마음을 쉬는 것이 깨달음이라 이야기한다. '거대한 풍랑이 일 때, 바다는 달그림자를 담지 못합니다. 하지만 풍랑이 잦아들어 수면이 잔잔해지면 바다는 그제야 달 그림자를 비추게 되지요.'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의 마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마음이 불안하고 그릇된 생각이 물밀듯이 밀려들 때에는 지혜가 나타날 수 없다고 한다. 내면의 성찰 없이 분주하다 보면, 인생에서 가정을 이루고 명예와 부를 쟁취하는 것 말고 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사색할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한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어떻게 일생을 보내야 하는가를 묻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합리적인 생각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를 자신에게 묻기 위해서는 삶이 숨 가쁘게 넘어가서는 안된다.


평생 동안 번 돈의 70%는 타인이 사용하게 된다고 한다. 써보지도 못할 돈을 아끼고 버느라 삶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부처님이 전하는 돈 관리법도 인상적이다. 50은 사업운영을 위해, 25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나머지 25는 비상시 대비 저축을 하라는 것이다. 심플하다. 사람들이 바쁘게 돈을 버는 사이 생명은 어느덧 끝에 와 있다고 이야기한다.


 홍콩의 최대 부자 리카싱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함으로써 '자신만을 위한 수행은 의미가 없다. 행복은 타인을 이롭게 하는 기초 위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철학을 실천하고 보여 준 사람이다.


 책은 저자가 수행하며 배운 불교 철학을 소개하고, 각 대학을 방문하며 받았던 질문과 답에 대한 즉문즉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문즉설의 질문을 통해 중국이나 티베트 사람들의 가치관이 보였다. 조금은 낯설지만 생각보다 불문에 대한 진지한 고민들이 그들 일상과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도 도움이 될 듯하다. 행복과 자유를 누리려면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비결을 이해하라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와서 홀로 간다. 맹목적인 사랑에 대한 믿음이 번뇌를 키우는 싹이 됨을 이해할 것 같다.


 스트레스에 대한 저자의 강연은 그것을 대하고 다루는 법을 알려 준다. 불교를 믿지 않아도 불교적 관점으로 인생을 대하면 자유롭고 대범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사람의 잠재력을 깨우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사람의 잠재력과 지혜의 25%는 스스로의 노력으로 깨어나는 것이고, 나머지 75%를 깨어나게 하는 것은 스트레스라고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더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나를 깨우는 쇠파리라고 여긴다면 힘든 상황이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만족할 줄 아는 자세라고 이야기한다. 전생과 내세의 존재를 알고 모든 것에 인과가 있다는 점과 어떤 일들은 억지로 해낼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또한 사물의 본질을 간파하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항상 타인을 돕는 것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돈으로만  타인을 도울 수 있는 게 아니라 사랑이 담긴 몇 마디의 말, 격려의 표정도 타인을 돕는 방법이다. 마음만 있다면 실천이 가능하다. '자비는 인류의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라는 말을 통해 삶을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괜찮다'는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들임을 알 것 같다.


 생활 속 선 수행은 심신 수양에 뚜렷한 효과가 있고 마음을 다스릴 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이 편안한 것은 물론 주변 사람에게도 온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한다. 고 스티브 잡스도 생활 속 선 수행을 한 대표적 기업가다. 일본의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시다 고노스케도 '선의 이치에 통달하지 못하면 삶이 단조로우며, 선기를 알지 못하면 대업을 이루기 힘들다.'라고 했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선에 대한 묘미를 반드시 느껴보라고 추천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이 바쁘고 맹목적이며 고민스럽고 무미건조한 삶을 살게 된다고 한다.


 자신의 깨달음으로 해탈하고자 하는 것이 소승불교이고,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즐거움을 갖게 하며 '성불' 즉 부처가 되도록 돕는 것이 대승 불교 개념이라고 한다. 대승불교 이념을 다르게 말하면 보리심이라는 정신으로 부를 수 있다고 한다. 부처님의 경지에 도달하기를 바르는 마음이다. 매일 수행을 하면 마음이 온화하고 편안해진다는 말에 불교 경전에 대한 공부도  인생 필수 과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들이라 불리는 부탄 사람들은 모두 대승 불교 즉 티베트 불교 신자라고 한다.


 불교는 복을 소중히 여겨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고 하다. 그래서 스님들의 의복은 낡고 헤질 때까지 입으시는 것 같고, 식사 후 그릇 안에 단 한 조각의 음식도 남기지 않는 수행을 하는 것이다. 부처님이 중생을 위해 하신 말씀 8만 4천 법문과 방대한 삼장은 여전히 번뇌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 줄 것 같다.


 자아에 대한 애착의 위험성도 이야기한다. 자신을 표현하는 '아(我)'자는 그 모양이 창과 칼 자가 들어가 있다. 이는 오직 '아'에 집착하면 남을 창으로 찌를 수 있고, 자신을 창으로 찌를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이타심이 강해지면 신의 이익을 구하려는 마음이 약해진다고 한다. 욕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나를 향한 눈길을 타인을 향한 눈길로 바꿀 때 자연스럽게 욕심을 내려놓게 만들고 그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사라지고 평온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에 집중하기 더 쉬워질 것 같다.


 행복에 대한 근원은 여러 생각을 갖게 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말은 긴 여운을 남긴다. '내 평생에 부, 명성, 성공, 아름다운 외모를 모두 가졌지만 행복을 가져 보지는 못했다.' '왜 행복한가?' '만족할 줄 알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하는 저자의 담백한 답변이 한 시대를 화려하게 살다 간 여배우와 묘한 대조 감을 보여 준다. 행복이 저절로 찾아오게 하는 법을 소개하는 글도 공감이 간다. 모든 것이 인과 관계가 있음을 이해하고 일상에 선수행을 통해 심신을 다스리라고 한다. 단, 5분이라도 마음의 고요함과 즐거움을 찾아 불교의 가르침을 깊이 있게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침, 저녁에 10분씩이라고 꼭 명상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절로 생긴다.


 2009년 제네바에서 유엔 종교 지도자 회의가 있었다고 한다. 세계 5대 종요 지도자 200명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종교로 불교를 뽑았다고 한다. 불교를 명목으로 일어난 전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불교의 자비는 한쪽에 치우침이 없이 세상의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심 팔훈>에 담긴 8가지 행복 비결도 각박한 가뭄 같은 삶 속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줄 것 같다. 나를 사랑하듯 남을 사랑하고, 나를 존중하듯 남을 존중해 주며, 번뇌의 싹이 날 때 없애라고 한다. 평생 베푼 선행은 나를 위한 것임을 알아야 하고, 세상의 모든 즐거움은 모두 타인을 이롭게 하는데서 오고, 세상의 모든 고통은 모두 자신을 이롭게 하는데서 비롯됨을 알아차리라고 한다. 젊은 날 요절하신 예뻤던 막내 이모가 떠오른다. 그녀는 어떤 삶을 꿈꾸었을까?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는 세상 문을 닫는 그날까지 해야 함을 알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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