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윤효 Jun 21. 2024

하루 한 권 독서

[One Crazy Summer] - Rita Williams-Garci

뉴베리 상을 받은 청소년(Young Aldults)을 위한 책이다. 흑인 작가가 써 내려간 1968년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경쾌하게 그려낸 작품 같다. 분명 소재도 시대도 무겁지만, 작가는 가볍게 잘 다룬 것 같다. 핵심은 잘 전달하되 부담스럽지 않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작가가 가진 힘이다. 


 11살 주인공 Dlephin이 두 여동생 Vonetta와 Fern을 데리고 한 달 동안 엄마와 살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오클랜드를 방문한다. 7살 이후로 엄마를 처음 만나는 장면은 기대와 다르다. 마지못해 아이들을 데리로 온 엄마 쎄실은 공항에서 자신의 세 딸을 먼저 반기지 않는다. 델핀이 먼저 자신의 엄마를 알아차리고 다가간다. 엄마라는 존재가 기억에 없는 보네타와 펀은, 그들의 엄마가 보여주는 냉랭함을 그대로 맞이한다. 


‘Every mammal on the planet has a mother, dead or alive. Ran after or stayed pu. Cecile Johnson- mammal bithgiver, alive, an abandoner- is our mother. 지구상의 모든 포유동물은 죽거나 살아 있는 어미를 가지고 있다. 도망쳐 죽거나 혹은 남아 있거나. 쎄실레 존슨- 살아있는, 유기자인 포유동물이 우리의 엄마이다.’ 담담하게 자신의 엄마를 표현하는 델핀의 대사다. 


 엄마 쎄실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델핀에게 아빠로부터 받은 용돈을 요구한다. 어린 딸들에게 돈을 요구하는 장면은 당혹스럽다. 그리고, 처음 도착한 동네에서 아이들에게 저녁식사를 사 오라고 중국 식당으로 보내는 것 또한 쎄실이 어떤 감정의 상태로 살아가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거실에 자리를 깔고 앉아 사 온 음식으로 식사를 하면서, 그 어떤 포옹이나 아이들의 안부를 묻는 게 아니라 지켜야 할 규칙을 이야기한다. 그녀가 홀로 작업하는 주방에 출입을 금지하고, 아침 식사는 Blank Panther(흑인 인권 운동 기관)에서 운영하는 여름 캠프에 걸어가서 먹고, 해 질 녘까지 자신의 집에 들어와서는 안된다는 조건이다.


 펀이라는 이름 대신 ‘little girl’이라 부르는 엄마를 향해 자신의 이름을 불러달라는 요구하는 딸에게 단 한 번의 따스한 눈길도 주지 않는다. 읽는 동안 쎄실 엄마의 생각과 삶을 궁금하게 만든다. 자매들 끼리 일어날 수 있는 작은 싸움이라든지, 낯선 동네에서 만나는 아이들과의 이야기도 잘 그려낸 것 같다. 


 이 당시의 흑인들이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2류 시민이 아닌 백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한 노력들이 보인다. 아침을 무료로 제공하는 캠프를 운영하고, 아이들에게 평등할 권리와 흑인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들을 가르치는 곳이 블랙판다의 여름 캠프다. 세 딸들은 캠프를 통해 조금씩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 간다. 특히, 델핀은 그 기질이 자신의 엄마를 많이 닮았다. 아빠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 전에 동생들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엄마에게 자신이 준 돈의 일부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돈으로 동생들과 버스를 타고 낯선 동네를 여행하고, 여행 중 백인과 흑인이라 구별되는 상황들을 만난다. 4명의 백인 가족들이 자신들을 신기한 듯 쳐다보는 장면은 그 시대에 여전히 물과 기름처럼 나누어진 인종 차별적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델핀의 엄마 쎄실은 흑인들을 위한 시를 쓰는 시인이다. Nzila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어느 날 백인 경찰이 그녀를 데리고 가고, 하루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체포되는 자신의 엄마를 지켜보는 세 딸은 평정을 유지한 채 그 앞을 지나간다. 그리고 엄마 없는 일주일을 델핀은 잘 생활해 간다. 캠프에서 계획 중인 행사를 참석하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엄마가 경찰에 잡혀간 이후, 적극적으로 행사를 알리고, 자신들도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무대에서 아이들이 엄마 쎄실의 시를 읽는 장면도 인상 깊다. 금기의 구역이었던 주방에서 자신들의 엄마가 쓴 시를 관객 앞에서 읽고 내려온다. 

‘I birthed a black nation. From my womb black creation spilled forth to be stolem shakled disped. 나는 흑인 국가를 낳았습니다. 내 뱃속에서 검은 창조물이 쏟아져 나와 도굴당했습니다.’

 함께 무대에 올랐던 막내 펀이 내려오지 않고 자신이 지은 시를 관객 앞에서 읊는다. 그녀의 시는 백인 경찰에게 등의 토닥 거림을 받기 위해 개처럼 복종하는 Crazy Kelvin에 대한 어린아이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 준다. 


세 딸이 무대에서 시를 읊고 나온 상황을 본 석방이 된 쎄실은, 자신 만의 방식으로 칭찬을 한다. 보네타의 큰 목소리의 시낭송을 쎄실은 간접적으로 칭찬한다. 그리고 펀이름을 처음으로 불러주면서, 펀의 자작시에 대한 칭찬을 한다. 쎄실 자신에 집에 없는 동안, 아빠에게 전화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고 스스로 잘 해결한 델핀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쎄실이 딸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세 딸 또한 엄마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게 된 것 같다. 11살 부모를 잃고, 16살까지 이모집에 살다가, 이모가 결혼하게 되자 쎄실을 길거리로 내보낸다. 노숙자가 된 쎄실은, 도서관에서 책과 시를 읽고 공원벤치에서 살아가게 되었고, 그녀를 동정한 델핀의 아버지와 결혼하게 된다. 집안의 벽에 시를 쓰는 쎄실은 남편의 어머니인 Big Mama와 충돌하는 삶을 이겨 내지 못한다. 셋째 딸을 Afua라고 이름 짓지만, 시어머니가 원하는 이름 펀으로 불려지고, 쎄실은 집을 나오게 된 것이다. 

 마지막 공항에서 이별하는 마지막 장에서 펀이 엄마를 향해 달려가 포옹해 주는 장면은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The thing we do when the world isn`t singing a nice tune to us, we sing our own nice tune to drown out ughly. 세상이 우리에게 좋은 노래를 불러주지 않을 때 우리가 하는 일은, 우리가 추악하게 빠져들기 위해 우리 자신의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입니다.'


사회적 상황이 어떠하던, 자신의 엄마와 떨어져 살지만, ‘Heads up high, walking tall.’ 고개를 높이 들고, 당당하게 삶을 살아갈 딸들을 연상할 수 있다. 그래서 책 표지의 흑인 꼬마 숙녀들의 유난히 높게 고개를 들고 걸어가는 장면을 넣은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하루 한 권 독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